KGC가 올여름 또다시 '우승 주역의 이적'이라는 씁쓸한 현실에 직면했다. FA가 된 포워드 문성곤이 지난 17일 계약기간 5년 보수 7억 8000만 원의 조건으로 수원 KT행을 선택했다.
 
'제 2의 양희종'으로 불린 문성곤은 2015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안양 KGC에 지명된 이래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성장했다. 지난 2021-22시즌에는 53경기 평균 31분 11초 동안 7점 3점슛 1.3개 5.5리바운드 2.1어시스트 1.4스틸을 기록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시리즈 중반부터 서울 SK의 에이스 김선형을 전담 수비하며 KGC의 우승에 기여했다.
 
KGC는 지난해 구단 역사상 최초의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초대 우승에 이어 챔프전 통합우승까지 3관왕을 달성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챔프전 우승은 구단 역사상 올해가 4번째였다. 문성곤은 이중 3번의 우승을 함께하며 KGC의 원클럽맨인 양희종-오세근(4회)의 뒤를 잇는 안양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특히 2019-2020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KBL 역사상 전대미문의 '4시즌 연속 최우수 수비상'을 수상하며 리그 역대 최고의 수비수 반열에 올랐다. 문성곤은 '슈퍼문' '문길동'이라며 불리며 안양 팬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문성곤은 대어급 포워드 자원이 유난히 많았던 올해 FA시장에서도 양홍석, 최준용과 함께 '빅3'로 꼽혔다. KT의 간판스타였던 양홍석이 구단과 협상이 결렬되면서 KT 구단은 문성곤 영입에 올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성곤은 공격자원이 많았던 KGC에서는 수비와 궂은일에 더 집중했지만, 원래는 더 다재다능한 포워드에 가깝다. 실제로 고교와 대학 시절까지는 슈터로 맹활약하기도 했고, 뛰어난 공격리바운드 가담과 전 포지션에 걸쳐 미스매치가 없는 수비 압박능력까지, 전술적 활용도가 풍부한 3&D 포워드다.
 
KT는 양홍석이 떠나더라도 다음 시즌 중 복귀 예정인 에이스 허훈, 리그 엘리트 토종빅맨으로 성장한 하윤기와 함께 풍부한 우승경험을 갖춘 문성곤까지 가세하며 한층 탄탄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올시즌 6강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던 KT로서는 창단 이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챔프전 우승의 숙원을 풀어볼 만한 조합이다.
 
반면 KGC로서는 또다시 '왕조의 수성'을 놓고 기로에 놓이게 됐다. 양희종의 은퇴, 변준형의 입대를 시작으로 오세근과 문성곤, 배병준, 함준후 등이 모두 FA가 되면서 험난한 에이컨리그가 될 것은 예상된 수순. 그중 핵심은 역시 오세근과 문성곤의 잔류였다.
 
KGC는 먼저 지난해 캐롯으로 떠난 전성현의 이적 공백을 채워준 배병준과 계약 기간 3년 보수 총액 2억원에 계약했다. 이어 지난 챔프전에서 SK 소속으로 KGC를 괴롭혔던 최성원과 계약 기간 3년 보수 총액 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최성원의 계약은 KGC 역대 최고액 외부 FA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성곤을 끝내 놓친 것은 KGC에 큰 타격이다. 최성원도 가드 포지션의 수비스페셜리스트이지만 문성곤보다는 변준형의 대체자에 가깝다. 특히 문성곤만큼의 전방위 수비력과 리바운드 능력을 대체할만한 자원은 KGC에 없다.
 
2017년 이정현(현 삼성, 당시 KCC), 2022년 전성현(데이원)의 이적도 뼈아팠지만, 문성곤은 팀에 대한 애착도 강했고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오히려 KGC 팬들에게는 더 충격이다.

그리고 이는 2010년대 중반 우승주역이던 김태술과 박찬희, 이정현의 이적으로 '인삼신기 1기'가 해체된 이래, 이재도, 전성현, 김승기 감독의 이적, 양희종의 은퇴와 변준형의 군입대로 이어지는 인삼신기 2기의 종말로 여겨지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좋은 성적과 선수육성 능력과 달리 정작 구단은 투자에 인색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오세근과 양희종을 제외하면 올스타급으로 성장한 '집토끼'들을 지키지 못하는 빈도가 다른 구단들에 비하여 확연히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외부 FA를 적극적으로 영입한 사례도 드물다. KGC 역사상 올해의 최성원 이전에 외부 FA로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한 사례는 2002년 양희승(은퇴)의 2억 6천만원으로 무려 21년 전이다. KGC가 우승후보급 강팀으로 성장한 2010년대 이후만 놓고보면 트레이드를 포함 외부 FA를 영입한 건 총 13명인데, 이중 최성원을 제외하면 몸값이 모두 1억원대 이하에 식스맨급 자원들이었다.
 
한때 KGC에서 리그 MVP까지 자치했던 주희정(현 고려대 감독)이나 김승기(데이원 감독)처럼 팀의 핵심이었던 인물들이 KGC를 떠나면서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와 우승주역에 대한 대우 부족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던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설상가상 KGC는 또다른 간판스타 오세근과의 계약 문제도 아직 남아있다. KGC팬들은 '설마'하는 심경으로 향후 FA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세근은 2011년부터 2023년까지 구단의 전성기를 함께하며 4번의 우승, 2번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3번의 파이널 MVP에 선정된 KGC의 심장이다. 구단의 역사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상징성이 큰 데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고의 토종빅맨이다. 문성곤을 놓친 KGC로서는 오세근과의 재계약에 이어 포워드진의 빈 자리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다음 시즌 왕조 유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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