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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같은 숫자 9988234. 이것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장수의 소망을 담은 신조어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 3일 아프고 나서 죽고(4, 死)싶다는 암호. 하지만 우리 인생이 생각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늙어가는 대한민국, 그것도 노인 인구 22%를 넘어선 서산시에서는 이미 초고령 시대에 진입한 만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만난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서경호 재활의학과 과장은 "유·청소년기에 만든 근육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의미있는 말을 하면서 "이미 다른 나라들은 이 발표에 따라서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며 운동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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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의료원 재활의학과 서경호 과장  .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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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재활의학과 수련 및 전문의·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전임의도 마쳤고, 가천대 길병원과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등에서 근무한 경력도 가지고 있지요. 현재는 서산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답니다."

-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함께 재활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대부분 의대 졸업하고 진로를 선택할 때 수술과로 갈 것이냐 비수술과로 갈 것이냐를 두고 고민을 하거든요. 인턴 때 처음 생사가 달려 있는 신경외과에 한 달 동안 있었어요. 죽을 것 같더라고요. 수술 쪽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았죠.

사실, 목과 허리가 아파서 의과대학 다닐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재활의학과에) 관심도 많이 갔었죠. 다른 한편으론 비수술과가 적성에 맞았어요. 그래서 선택하게 됐죠. 이건 또 다른 건데, 제가 먼저 (재활의학과에) 지원했는데 공부를 더 잘했던 과 동기가 나중에 지원하면서 저보고 양보하라고 하대요. 오기로 경쟁에 붙어서 이기는 바람에(웃음)...

재활의학과는 다른 과 환자들이 급성기 치료 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거나 장애가 남았을 때 재활 또는 잔존기능 향상 등의 목적을 가지고 치료받는 곳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보험 특성상 뇌병변 또는 척수손상 환자에게만 전문재활을 할 수 있는 상황이고요. 매우 제한적이라고 봐야죠."

-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선택하면서 고민은 없었겠네요?

"그럼요. 제가 하고 싶었던 곳이니까요. 인턴 수료 후 과 지원할 때에 국시 44% 합격으로 인하여 의사 수가 상당히 부족했어요. 대부분의 과가 미달인 상태였죠. 주위에서 '왜 인지도 없는 신생과를 지원하려고 하냐?'고, 고교 선배들도 '일반외과 들어오라'고 계속 유혹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꿋꿋하게 버티었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 서산의료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계시는데 혹시 힘든 점이 있다면.

"서산은 수도권과 가깝잖아요. 대부분 급성기 가료 및 수술하고 오시는 분들이 의료원을 많이 찾아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나라 의료보험 특성상 특정질환에만 재활치료가 가능합니다. 때문에, 그걸 이해하지 못하시는 환자분들에게 설명해 드리는 게 애로사항이 있긴 하죠. 하지만 대부분은 이해해주시는 경우가 많아 달리 힘든 점은 없습니다."

- 재활의학과에 몸담으면서 최근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실까요?

"뇌출혈 환자가 저희 병원에 들어왔어요. 거동조차 힘든 상태였죠. 보호자는 '재활치료를 너무 심하게 해서 그런 거 같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환자를 진료했더니 복합동통증후군 병으로 진단이 나왔죠.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도왔어요. 또 운동이 환자 상태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여 운동도 부지런히 시켰고요. 그 결과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어요. 지금은 보호자들이 상당히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우리 과는 타과와는 달리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몇 년씩 환자를 보기 때문에 조금씩 호전되는 분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해요. 발병 후 2년 이내의 뇌병변 환자나 척수손상 환자들이 주로 옵니다. 이곳은 전문재활치료를 하고 있거든요. 특히 수술 후 견관절, 슬관절 재활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태죠. 최근에는 수술 후 곧바로 전원하는 경우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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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치료실 일상생활 동작 훈련 .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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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의료원 재활의학과에서는 진단하시거나 치료 계획을 세울 때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제가 전임의 했던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수술 후 재활을 체계화시켜서 현재도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지금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지며 최신 지견(知見)을 업데이트 중인 상태고요. 그러다 보니 여기서도 환자 상태와 합병증 예방에 중점을 둔 재활치료가 장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퇴원 후에는 충분히 혼자서도 운동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드리는 게 목표고요.

사실, 대학병원과 대형병원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환자들을 많이 접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합병증과 진단에는 상당히 유리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병원에서는 최신·최상급 초음파장비를 구비하고 있어서 수술 전 견관절 환자에게도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요. 그중에서도 체외충격파(focusing type) 및 도수치료를 통하여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되게끔 도와드리고 있답니다.

참고로, 충남의료원 최초로 로봇재활을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 도움받을 수 있는 환자가 한정적이지만요. 소수의 환자들은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말씀 알려드립니다."

- 의사로서 삶의 철학이나 신념이 있다면요?

"저는 예전부터 그랬어요. 친절한 의사보다는 치료 잘하는 의사가 되자고요. 그게 제 목표였죠. 요즘 트렌드인 친절한 의사까지는 아니고 환자 상태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충분히 의논할 수 있는 의사말이에요. 저는 약간 절충안을 찾아서 설명을 잘 해 드리고 현재 상태에 대해서 의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요. 환자분들 중 '큰 병원에 가면 설명을 하나도 안 해준다'고 해요. 여러모로 환자 수나 그런 게 여유가 있을 때 좀 더 세세하게 말씀드리는 경향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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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골격계초음파 시술 .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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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께서는 청소년기에 만든 근육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예전에는 20~30대의 근육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청소년기에 만든 근육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이미 다른 나라들은 이 발표에 따라서 목표를 수정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제 정책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단계고요. 이런 사실을 알고 일부에서는 '지금 운동해봐야 꽝'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어쨌든 남아 있는 근육이라도 지키고 있어야 하니까요.

재활이라는 걸 살펴보면요. 여러 가지 기능적인 게 있지만 사실은 가장 기본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게 해주는 것'이거든요. 사실 임모빌리티(Immobility, 항상 움직이며 흘러야 하는 자본·노동·상품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필요한 분야로 투입되지 못하고 이동이 정지된 상태)로 인해 오는 문제들이 굉장히 많아요. 폐렴 그 다음이 근감소증, 또 그 다음이 골다공증 등...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에 더 빨리 여명(餘命, 얼마 남지 아니한 쇠잔한 목숨)이 짧아지는 거거든요.

재활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라면 이런 여명을 길게 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근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보험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보니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청소년기를 훌쩍 벗어났다고 해서 운동을 하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운동)하지 않는 것이 제일 바보지요.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 건강한 인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근감소증 및 연하재활에 대해서 최근에도 SCI, SCIE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현재도 대한스포츠과학과 운동의학회 이사로 있고요. 관심이 많은 상태입니다.
그동안 연구만 했던 과제들을 조금씩 환자치료에 접목해 보는 게 목표에요. 현재 시급한 건 서산의료원의 재활센터 확대 및 활성화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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