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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가맹점주협의회, 수리-용역수탁사업자협의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가맹점주 상생협의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상생협의권은 이미 국민공감대를 얻었다"며 "여야협치로 민생경제행보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 가맹점주 상생협의권 처리 촉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수리-용역수탁사업자협의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가맹점주 상생협의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상생협의권은 이미 국민공감대를 얻었다"며 "여야협치로 민생경제행보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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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최종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 개정안'이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맹점주단체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해 가맹본부와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기업들과 이들 입장을 대변하는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과장하거나 왜곡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박과 진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협의 테이블에 앉지 않는 본사

프랜차이즈 본사의 반박을 요약하자면 대략 이렇다.

"이번 개정안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식 규제다, 가맹점주가 독립적 개별사업자라는 점을 들어 노동조합과 같은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 위헌적이며 수십 개의 점주 단체가 난립해 불필요한 분쟁을 양산하여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소규모 가맹본사와 가맹점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을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프랜차이즈 종주국 미국의 경우, 그들 스스로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난폭한 시절이었다'라고 표현하는 1960년대 말 정부와 검찰이 대대적인 관련 업계의 정비에 나섰던 사례부터, 가맹점주의 단결권과 협상권이 논의된 지방 법원의 판례들이 있다.

더 나아가 가맹점주를 확대된 노동자의 형태로 바라보는 논문과 가맹점주의 법적 지위를 노동자성으로 바라본 캐나다와 뉴질랜드의 판결 등, 소위 전문가들이 좋아할 만한 자료는 조금의 수고를 들이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자료까지 찾아볼 필요 없이 국내 가맹 점주들 처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번 논쟁의 화두는 점주들의 '단체협상권'이다 그런데 가맹사업법에는 이미(2013년) 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하고 본사에 협의을 요구할 권리(제14조 2항)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2024년 현재, 놀랍게도 국내 인터넷에서 브랜드별 가맹점주단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찾아볼 수 없다. 토종 브랜드는 물론 한국에 들어 온 글로벌 브랜드도 마찬가지다(여러 브랜드의 점주가 모여있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유일하다). 
 
버거킹 점주단체 홈페이지와 던킨도너츠 공동구매협동조합 홈페이지
 버거킹 점주단체 홈페이지와 던킨도너츠 공동구매협동조합 홈페이지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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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우리가 아는 미국의 유명 브랜드는 대부분 점주 단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있다. 이 홈페이지에는 가맹점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해 주는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하는, 필요 원부자재를 본사와 함께 공동으로 구매하는 협동조합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가맹점주단체가 전혀 없는 걸까? 있긴 있다. 대형 브랜드 위주로 아주 극소수의 단체만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조차 단체 '홈페이지'가 없다. 이유는 필요 없어서가 아니다. 점주 단체의 존립 이유가 본사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 위함임에도 그 테이블에 본사가 없기 때문이다. 협의 대상이 없는 점주 단체는 친목 단체일 뿐이다.

규제? 미국을 보고 논하라

기사를 쓰기 위해 참고 자료를 찾던 중 흥미로운 기사 두 건을 발견했다.

2016년 국내 브랜드 '탐앤탐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식 사업 관행을 시행하다 된서리를 맞았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당시 탐앤탐스는 캘리포니아주 정부로부터 신규 가맹점 모집권을 박탈당하고 주정부의 벌금과 함께 피해 가맹점주에게 반환금까지 물어내는 조치를 당했다고 한다('프랜차이즈 오너 갑질...미국은 엄벌, 한국은 시늉만' 참고, 조선비즈, 2018년 10월 29일 보도).

국내 기업의 외국 진출을 돕는 'KOTRA'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미국 진출에 아래와 같은 보도를 내기도 했다('미국 프랜차이즈 진출 지속을 위해선 관련법을 알고 대응해야', 2013년 11월 19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을 가지고 있고 프랜차이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국가이므로 (중략) 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가 많은 나라이기도 함.

프랜차이즈 관련하여 대표적인 규제가 미 연방정부의 Franchise Rule이고 이 외에도 주 별로 프랜차이즈 관련 규제, 투자 법안, 관계 정의 법안 및 신규 비즈니스 설립에 대한 제재가 까다로워 프랜차이즈 사업 설명회나 가맹점 모집 이전에 미리 현지의 관련 법들에 대해 숙지하고 전문가들을 통해 법률 상담을 받아야 함."


소규모 본사의 생존?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이번 개정안이 소규모 가맹본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정말 모순되게도 2019년 6월 8일, 프랜차이즈산업협회(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는 세종대에서 열린 '2019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낮은 진입 장벽으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신생 본부 최소한의 역량 정해 무분별한 설립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공정위에서 발표한 2023년 가맹사업 현황
 공정위에서 발표한 2023년 가맹사업 현황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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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통계자료가 증명하듯 현재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는 그야말로 난립 중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난립은 과열 경쟁을 부추겼고 이는 가맹 희망자들에 대한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창업 유도로 이어졌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작년 국정감사장에서는 창업 1~2년 만에 수백 개의 신생 가맹점들이 줄폐업하고, 이들에게 부과된 본사의 가혹한 '위약금'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계에는 규제다운 규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뉴스에서 이른바 '갑질'로 보도된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부도덕하고 방만한 운영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는 이미 큰 비용을 치렀다. 헤아릴 수 없는 점주들의 재산상 피해는 물론 가맹점주들의 귀한 목숨까지 앗아간 경우도 있었다. 

또 하나, 이번 개정 법안은 '규제'가 아니다.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만든 프레임이다. 이번 개정 법안은 이득에 경도된 본사가 잘못된 판단으로 다수의 점주와 궁극적으로 해당 기업까지 불행에 빠뜨리는 상황을 최소한으로 줄여 보자는 의도가 반영된, 본사와 점주의 장기적 생존을 돕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태그:#가맹사업법, #협상권, #협의권,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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