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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역 공격을 중단하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 명령을 보도하는 영국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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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ICJ는 2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심리를 열고 "이스라엘은 라파에서의 군사 공격 및 모든 행위를 즉각적으로 중단하라(immediately halt)"면서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생활 여건 전체 혹은 일부에 대한 물리적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이집트와 통하는 라파 검문소를 개방하고 현장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제한 없는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이와 관련한 후속 조처 보고서를 한 달 이내에 ICJ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인질 상당수가 여전히 억류되어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즉각적이고 무조건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에 국제사회 '휴전' 압박 가중될 듯

이날 판단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 10일 ICJ에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막기 위해 임시 조처 격인 임시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ICJ가 내린 세 번째 긴급 명령이기도 하다.

ICJ는 지난 1월과 3월에도 남아공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주민 집단학살 방지와 인도적 상황 개선 등을 명령한 바 있다.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이스라엘에 긴급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나와프 살람 ICJ 재판장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더욱 악화됐으며, 이제는 재앙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 범죄' 혐의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ICJ가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명령까지 내리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긴급 명령을 요청한 남아공은 ICJ 결정을 환영했다.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 장관은 "ICJ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특히 라파에 대한 군사 공격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은 처음"이라며 "매우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번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긴급 명령"이라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에 휴전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도 "라파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전체에서 우리 민족에 대한 침략과 학살을 끝내라는 ICJ의 판결을 기대했었다"라며 "이 명령은 의무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으므로 이스라엘은 이를 따라야 한다"라고 지지했다. 

이스라엘 "필요하고 정당한 전쟁"... 명령 거부할 듯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헌장과 ICJ 규정에 따라 구속력이 있는 명령이라는 것을 상기하고자 한다"라며 "당사국들이 법원의 명령을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지킬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ICJ 긴급 명령은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멤버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성명에서 "작년 10월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국민의 안전과 인질 송환을 위해 필요하고 정당한 전쟁을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국제법을 준수하며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이스라엘이 ICJ 명령을 따르지 않고도 처벌받지 않는 것은 미국의 지지 때문"이라며 "이스라엘은 미국의 맹목적이고 편향된 지지 덕분에 스스로 국제법 위에 있는 국가로 여긴다"라고 비판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이날 ICJ 판결이 내려진 직후에도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라파 지역을 폭격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이스라엘이 ICJ의 명령을 이행하려면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와 제재 등을 통해 압력을 가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명령을 무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