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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보호자님, 반려견 앉히세요, '기다려' 신호를 주세요. 맞은편 오시는 분 먼저 보내고 움직일게요."

반려견 교육을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할 때, 교육받으시는 보호자님께 내가 자주 하는 멘트들이다. 

멘트에서 유추할 수 있듯, 훈련사로서 하는 일은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반려견들에게 예의범절인 '펫티켓'을 가르치는 일이다(pet펫+etiquette에티켓의 합성어). 훈련사로서 막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나는 "반려견이 교육만 잘 받으면, 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같이 편하게 살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그때는 정말 기본조차 안 돼 있는 보호자들이 많이 보였고, 그로 인한 다양한 갈등들을 자주 목격했다. 때문에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잘 교육 시키면 많은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지금도 반려견 교육은 중요하고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반려견과 인간이 살아가는데 여러 갈등은 결코 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짙어지고 있는 탓이다. 

큰 개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손가락질 

직업이 이렇다 보니, 열심히 교육 하는 가정을 자주 만난다. 반려견의 행동을 개선하려는 분들뿐만 아니라,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예방 차원의 교육이나 내 개에 대해 알고 싶어서 배우는 보호자님들 또한 늘고 있다. 

2020년 어느 가을, 내가 만난 진돗개와 골든 레트리버 믹스견 B의 보호자님이 그랬다. B는 두 살이었고 25kg 정도의 저학년 초등학생 아이 정도의 크기로, 인절미를 연상케 하는 털 색깔에 항상 귀여운 표정이 매력인 반려견이었다. 

사회성이 전반적으로 좋은 B였지만, 산책 시에는 약간씩 흥분한다고 했다. 보호자는 전문가로부터 진단과 교육을 받고자 하셨다.
 
1:1 수업부터 단체 그룹 수업 등, 펫티켓을 같이 공부하고 연습하는 반려견들이 늘어나고 있다.(자료사진).
▲ 교육받는 반려견들 1:1 수업부터 단체 그룹 수업 등, 펫티켓을 같이 공부하고 연습하는 반려견들이 늘어나고 있다.(자료사진).
ⓒ 최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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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B를 만나본 결과, 산책할 때 걷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여유가 없었다. 어딘지 불안하고, 흥분된 상태여서 흡사 산책이 아닌 경보 같을 정도였다. 

이 부분을 말씀드리자, 보호자님은 내게 그간 최선을 다해서 B를 교육해왔다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동네에서 그저 덩치 큰 개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 하나로 생전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욕도 들어보고, 싸움도 하게 됐다는 것. 산책이 편안하기보다는 빨리 해결해야 하는 숙제처럼 됐다고 터놓으셨다. 

그게 어떤 말인지, 현장에서 교육을 하다가 마주하고야 말았다. 3회 차 수업 때 일이었다. 사람이 붐비는 인근 공원 초입에서였다. 잠깐 B를 앉게 한 뒤, 공원에서 해야 할 교육을 미리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 한 흰 머리 어르신께서 B를 보고는 불편한 기색이었다. 그는 이내 지팡이로 삿대질을 하시며 따지듯 물었다.


"이거 뭐, 개 훈련 하는 거야? 이런 개가 훈련한다고 뭐 교육이 되겠어? 이 큰 개가 사람 물면 어쩌려고 그래. 입마개를 시켜, 아니면 (사람 없는) 산으로 다녀."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앉아서 기다리던 개는 어떠한 위협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고, 반려견과 보호자 가만히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B의 사연 말고도 교육 중에도 비슷한 경우를 여러 번 겪었다. SNS '입마개 시비'로 검색해보니, 비슷한 일이 곳곳에서 많이 일어나는 듯했다. 

공격성이 있고 주의를 해야 되는 개와 법적으로 정해진 5대 맹견(*도사견, 스테포드셔 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포드셔 테리어, 롯트 와일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이 견종들의 믹스견)은 당연히 입마개를 하고 교육을 해야 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2조에도 사람에게 위해를 주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보호자와 반려견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입마개를 강요할 순 없다. 법적으로 필수인 맹견이 아니라면, 입마개는 어디까지나 보호자의 재량인 것이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

 
강아지 때부터 기본적인것을 배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분명 한국 반려견 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 노력하는 사람들 강아지 때부터 기본적인것을 배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분명 한국 반려견 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 최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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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나들이하기 좋은 날, 가까운 공원에 나가면 개들과 함께 다니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국내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는 1000만에 달하며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속도로 다양한 갈등 또한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수의 반려동물이 펫티켓도 지키지 않아서 싫거나, 개들이 공격을 할까 봐 불안하다는 인식이 강해 보인다. 그 때문일까. 도그 포비아(개 공포증)와 더불어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공공장소에 개 출입에 대한 다른 생각으로 지역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커지거나, 실제 B의 사례처럼 오프라인 현장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처럼 말이다.

   
나는 타인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보호자와 반려견들도 정말 많다는 것을 이 글을 빌려 꼭 이야기하고 싶다. 내 경우 평균 한 달을 꽉 채워 출장을 다니며 적지 않은 반려견 출장 교육을 한다. 한국에는 나 말고도 훈련사들이 많이 있고 다양한 반려견 교육 업체가 많다. 또, 반려견 전문가를 양성하는, 반려동물 관련 전공이 있는 대학은 20개가 훌쩍 넘는다. 반려견 교육에 힘쓰는 수요도 늘고 있다.

나와 만나는 보호자들은 반려견들이 엘리베이터 옆에서 기다리게 시키고, 사람보다 앞서 가지 않게 옆에 걷도록 교육시킨다. 산책 나갈 때 간식도 들고나가서 상황에 맞게 보상도 한다. 사람과 동물에게 반응하는 개라면, 훈련사들에게 배운 대로 타이밍부터 정확한 동작까지도 신경 쓴다. 이런 일을 매일 한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노력을 묵묵히 하는 보호자들을, 그들의 땀과 노력을 나는 안다. 그럼에도 그저 존재만으로 인해 차별을 받거나 갈등을 겪는 상황이 계속되니 마음이 아프다.

존중이란 균형 잡기와 같다. 보호자는 책임감을 가지고 펫티켓을 지켜야 하고, 사회에서 개들을 그저 존재만으로 혐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서로 기본만 지킨다면, 예의를 지니고 서로 존중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평화롭게 같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기대로 나는 더 열심히 반려견을 교육하는지도 모른다.

태그:#반려견, #반려견교육, #반려견훈련사, #강아지, #애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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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반려견 훈련사 '최민혁'입니다. 그저 개가 좋아 평생을 개와 가까워지려 하다보니 훈련사란 직업을 갖게 됐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제야 들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려동물이지만, 우리는 그들을 여전히 오해하고 모르고 있습니다. 개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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