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돌파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연체액고금리가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8일 서울 시내 상가 공실에 대출 전단지, 고지서 등이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는 재정정책의 기조를 '민간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의 정상화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두고, 감세 조치와 긴축재정을 추진했지만,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양극화, 정부 부채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며, 이러한 엇박자의 중심에는 낙수효과에 대한 맹신이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기업지배구조, 고액자산가에게 집중된 주식보유 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경제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분수효과가 작동한다는 사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둘째,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소득의 양극화가 확대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긴축정책과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대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을 고수했다. 반면에 고금리 정책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과 적자 가구 비율이 증가했지만, 정부는 가계부채의 해소방안에 소극적이었다. 각자도생의 냉혹함이 민간주도성장에 감돌고 있다.
셋째, 기재부에 집중된 권한과 경직적인 정책조율로 사회적 수요가 예산편성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고, 재정 운용의 자율성도 제약을 받는다. 집권 후 두 차례 진행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주요 의제는 건전재정과 긴축재정에 집중되었다. 특히 2023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빚을 내서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을 미래세대에 대한 약탈로 간주하고 긴축재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긴축재정이 곧 건전재정을 보장하지 않으며, 경직적인 재정 운용은 오히려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현세대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다.
대안을 찾아서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모두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극화와 불평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조세·재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취약한 내수기반과 재정의 자동안정화기능을 고려할 때, '누진적 보편과세'를 기반으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재정의 경기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회복되기 전에 긴축재정으로 돌아선 유럽국가들이 경험한 경기침체와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선순환의 조세·재정체계를 위해서는 응능과세의 원칙을 강화하고, 세제의 정책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출생률 제고와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소득세제 개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부동산세제 개편,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세와 로봇세의 도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취약해진 세수 기반을 복원하기 위한 세제개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의 인하와 최고세율 인상,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가업상속공제와 조세지출제도의 개편, 횡재이윤에 대한 한시적 연대기여금의 부과와 취약계층 지원방안 등이 우선 논의되어야 한다.
정부 예산도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다양한 사회적 수요가 균형있게 반영되도록 편성되어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와 산업재해 예방 지원 확대, RE100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재정지원,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하는 재정 분권도 예산제도 개혁의 주요 과제이다.
대전환기의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운용 거버넌스를 개편하여 사회경제적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계층의 요구가 예산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혁신적 포용 국가의 조세·재정체계는 조세정의와 재정민주주의의 양 날개로 날아오를 수 있다. 조세정의로 세제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하고, 참여예산제도의 활성화와 선거제도의 대표성 제고로 재정민주주의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