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되면 연회장에는 사립 중고등학교 학부모회에서 주최하는 사은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픽사베이
신학기가 되면 연회장에는 사립 중고등학교 학부모회에서 주최하는 사은회가 열렸다. 대기업 초봉이 60만 원이던 당시 돈으로 인당 몇만 원짜리 뷔페를 차려 놓은 한 편에 노래방 기기가 놓이거나 밴드가 불려 오기도 했다.
학부모회 임원과 선생님들은 한데 어울려 먹고 마시고 노래하면서 새로운 학기를 축하하고 선생님들의 노고를 미리 치하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선생님들 손에 귀한 선물과 하얀 봉투가 든 커다란 쇼핑백을 들려 보냈다.
학부모회 임원들이 학기 초에 미리 감사하며 베풀었던 사은회에 대해 선생님들은 학기 말에 어떻게 보답했을지 역시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았다. 학기 때마다 돈봉투가 예사였던 당시 학교문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학부모들에게 사은을 받은 선생님들은 다시 제자들에게 사은했다. 그때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랬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2023년 9월 연합뉴스가 전한 소식은 다음과 같다. "입시학원-수능출제 교사 '검은 카르텔'…최고 5억 받았다". 사교육 업체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교사들에게 접근해 돈을 주고 모의고사 문항을 산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은 2024년 3월 11일 <매일경제> 사회면 기사 제목이다. "학원에 문제 넘긴 현직교사 8명, 7억 챙겨…말로만 듣던 '입시카르텔' 진짜였네".
기사 내용을 보면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관계자는 총 56명이다. 현직 교사 27명, 사교육 종사자 23명, 대학교수 1명, 평가원 직원 4명, 전직 입학사정관 1명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런 분들이 문제를 만들어 (사교육 시장에) 공급하면 수능 경향이 반영된 문제들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사교육시장은 킬러문항을 사들여 일타강사를 만들었고 부자 학부모는 억 소리 나는 돈을 주고 그들에게 자식들 수능시험을 맡겼다. 30년 전에는 그래도 사은회라는 그럴싸한 명분이라도 내세웠는데, 이제는 아예 노골적이고 조직적으로 시험문제를 사고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 자식을 위한 그릇된 부자들의 탐욕은 변하지 않았다. "서울대·전국 의대 정시 신입생 5명 중 1명은 강남 출신". 2023년 5월 9일 자 연합뉴스 소식이다. 오늘도 모든 길은 강남을 향한다. '강남바리'는 택시만이 아닌 지금 세상을 사는 모두의 욕망이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자신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 서문에 이렇게 썼다.
"세계화에서 비롯된 승패와 정치 분열 등의 문제는 더 이상 '좌냐 우냐'의 구분으로 따질 수 없게 되었다. 그보다는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로 따져야 할 것이다. 열린 세계에서의 성공은 교육에, 즉 세계 경제 환경에서 경쟁하고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달려 있다. 그것은 각국 정부가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교육 기회를 반드시 균등하게 관리해야 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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