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월 2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세 번째,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호지역이란 개념은 확실치 않아도, 그린벨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시의 허파. 도시를 감싸는 생명의 녹색 띠. 열섬을 완화하고, 미세먼지와 탄소흡수원으로 역할을 하는 그린벨트. 도시민에게 최소한의 녹색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곳. 정식 명칭은 개발제한구역.
개발을 제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개발제한구역법에 그렇게 쓰여 있다. 거역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만한 구석이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개발제한구역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쓰여 있다. 그래서일까? 국가가 나서서 훼손을 막아야 한다니까, 아예 해제해버린 거다. 이 정부답게.
지난 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울산 민생토론회에서 정부는 대표적 토지 규제인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비수도권에서 국가 또는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해제가 원칙적으로 불허되던 환경평가 1·2등급지에 대해서도 대체부지를 지정할 경우 해제를 허용한단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 규제'도 받지 않는다.
원래는 광역도시계획상 허용된 면적 내에서만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지만, 면적 제한 없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예외를 두도록 하겠단다. 해제 기준도 낮춰준단다. 현재는 6개 환경평가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이라도 전부 해제가 불가능한데, 너무나 엄격한 조건이므로, 지역별 특성에 맞게 환경 등급을 조정해서 적용하도록 개선방안을 강구하겠단다.
그린벨트 해제 발표가 총선을 겨냥한 것임을 입증해 주듯 국민의힘은 이튿날 환영 논평을 냈다. '그린벨트 규제 혁신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토균형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불합리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경제발전과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을 소리 높여 약속했다.
농지 규제도 풀겠단다. 스마트팜 시설 등으로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직농장을 농지 내에 설치하도록 허용해 주겠단다. 원래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목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 없이도 일시 사용 기간을 장기화하는 방식으로 설치가 수월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단다.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의 소규모 자투리 농지(3헥타르 이하, 9000평 이하)는 여러 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요 신청을 받아 해제 절차를 추진해 보겠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 식량 생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습지, 뛰어난 담수 능력으로 가뭄이나 홍수를 조절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대기를 정화시키는 역할 등의 의미는 이들의 사고나 관심 영역이 아니다.
보호지역 늘려야 하는 책무는 잊었나
2022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가입국들은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했다.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육상 및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과 가칭 자연공존지역 등으로 보전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른바 30by30이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의 일원임은 물론이다. 2022년 말 현재 우리나라 보호지역은 내륙 17.3%, 연안·해양 1.8%로, 전체적으로 5.3%에 그친다. 2030년까지 30% 확대라는 국제사회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범부처 차원의 보호지역 확대 전략과 이행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