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김건희 여사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어린이들이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열린 '어린이 환경·생태 교육관' 개관식에서 지난해 방한한 제인구달 박사가 식수한 산사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대통령실
경비가 삼엄한 것 말고는 평화로워 보인다. 북적대지도 않는다. 너른 잔디 위에 몇몇 아이들이 뛰논다. 미군이 쓰던 땅, 기름으로 오염된 토양 위에 잔디를 덮어 놓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분수정원 주변에 나들이 나온 가족들. 스포츠필드에서는 어린이들이 열심히 운동 중이다. 유독성 물질들이 기준치를 수십 배까지 초과한 유류오염지역이다. 정화없이는 공원으로 이용 될 수 없는 곳이지만, 정부는 연구용역 보고서(LH 보고서)를 통해 용산어린이정원 임시개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 결론을 근거로 용산어린이정원이 개방되고 이용되고 있지만, 보고서는 비공개처리된 채였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라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정부 주장대로 안전하다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으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홍보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작년 2월에 작성되어 납품된 보고서는 1년이 훨씬 지나서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일반인들이 토양오염 안전성 분석 보고서를 보고 판단하기란 어렵다. 전문용어와 수치들로 가득한 보고서의 결론이 안전하다면 믿고 가는 게 속도 편하다. 그러나 꼼꼼히 뜯어보며 전문가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여러 곳에서 결함이 발견되었고 한마디로 신뢰성이 떨어지는 보고서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개하지 않았던 것일까?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해 온 정부의 해명이 필요하다.
비공개 보고서에 담긴 충격적 내용
보고서는 별도의 환경조사 없이 만들어졌다. 2021년 환경부가 수행했던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 보고서의 환경조사 데이터를 활용했고, '국내 토양 오염 위해성 평가 지침'을 준용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본래 토양오염 노출농도는 평균의 상위 95%값을 적용한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토양오염을 평균농도로 적용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높은 농도로 오염물질이 검출된 곳이 있어도 낮은 지역의 값에 묻히는 결과를 낳는다. 높은 오염 농도의 위험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위해성평가 전문가인 군산대 정승우 교수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다. LH 보고서는 휘발성 발암물질인 벤젠(Benzene)과 비발암물질 톨루엔(Toluen)을 '임시개방검토구역 평가단위별 토양 노출농도'에서 제외했다(아래 참고 1). 이 역시 "농도가 낮아서 제외한 것이라면 비슷한 수치인 크실렌(Xylene) 역시 빠져야 하지만, 휘발성 물질인 벤젠과 톨루엔만 빠진 것이 이상하다"는 평가다(아래 참고 2). 참고로, 비발암물질이란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아니라는 의미이지, 그 표현이 주는 어감처럼 위해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