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해수면 6월 평균 온도
유럽위원회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
이 중 가장 큰 위협은 해수면 온도 상승이다. 2019년 5월 유엔 생물 다양성 과학기구 총회가 채택한 보고서는 2009년~2018년 사이에만 세계 산호초의 약 14% 정도가 사라졌으며, 남은 전 세계 산호초 중 3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호주 대보초 현장 조사에서는 백화현상으로 대보초의 23%가 완전히 죽어 사라졌고 67%가 죽어가고 있는 상태로 대보초의 93%가 백화현상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연료 연소로 만들어진 온실가스는 대기층 열을 가둔다. 갇힌 열의 93%가 바다로 전해지고 수온이 높아진다.[10] 산호초가 있는 적도 부근의 열대 바다 해수면 온도는 일년 내내 29℃ 전후를 나타내며, 일 년 동안 수온 변화가 약 2℃ 미만이다. 지난 50년 지구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0.55℃ 상승했고, 특히 열대 지역에서는 0.71℃ 상승했다.[11]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더워지고 해양 수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산호 폴립에 서식하는 미세한 조류에 영향을 미쳐서 산호초의 건강을 위협하고 이에 따라 산호가 백화한다.[12] 산호의 모양이 식물과 비슷하지만 의외로 산호는 '동물'이다. 똑같이 생긴 산호충(polyp)이 군집을 이룬 형태로 살아가며 산호초를 이룬다.
사실 산호는 대부분 투명하다. 우리가 보는 산호의 다채로운 색깔은 산호에 깃들어 살아가는 공생 미세조류(藻類, algae)의 색깔이다.[13] 산호 체내에 사는 1㎤당 평균 100만~200만 개 미세조류가 다양한 색깔을 띠는데, 이 색깔에 따라 산호초는 갈색, 황금색, 적색, 청색, 녹색 등 다양한 색상을 보인다. 산호는 미세조류에 서식지를 제공해 주고, 공생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만든 영양분을 산호에 제공한다.
보통 해수 온도가 29~30℃를 넘으면 산호는 몸 안에 있던 미세조류를 방출하게 되고, 몸을 지탱하고 있던 석회질만 남게 되어 백색이나 옅은 색으로 변하는데, 이 현상이 백화현상(Coral Bleaching)이다.[14] 백화한 산호가 따뜻한 바닷물에 오랫동안 노출되며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결국 죽게 된다.
2022년에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인 호주 대보초에서 역대 6번째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났다. 호주 정부 산하 '대보초 해상공원관리청'(GBRMPA)이 750개 산호초 군락이 서식하는 해상공원 전체를 항공 조사한 결과 전체 2300km 중 1300km에서 백화현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2022년은 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라니냐가 일어나 산호초가 온난화 피해에서 회복되는 기간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데이비드 와첸펠드 GBRMPA 수석과학자는 "라니냐 시기의 백화현상 발생은 예상치 못한 것이지만 지구와 산호초 지대의 수온은 150년 전보다 1.5℃ 더 따뜻해졌다"며 "기후는 변하고 있고 이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2년의 대규모 백화현상은 해상공원 4개 구역 모두에서 일어났으며 1998년 이후 5번째 대규모 백화현상이자 라니냐 시기에 일어난 첫 사례이다.[15]
1980년대 초 전세계에서 대규모 산호초 백화현상이 발생한 이후 발생 주기가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 백화현상이 반복하는 주기가 단축됨으로써 산호초 회복 기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몇십 년 안에 산호초는 멸종하게 된다.[16]
미국 하와이대학교 지리환경학과 연구팀의 또 다른 연구는 현재와 같은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라도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 2050년까지 산호의 절반을 멸종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개 이상의 스트레스 요인이 동시에 악화한다면 산호초의 절반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시기가 2035년으로 당겨진다. 지구 표면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더라도 70~90%의 열대 산호초는 여전히 멸종위기에 놓여 있게 된다.
배출량을 최선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산호초 위협 요인 중 한 가지가 악화하면 2100년까지 41%의 산호초가 멸종위기에 직면하고, 여러 요인이 함께 악화하는 상황에서는 2055년까지 99%가 멸종 위험에 처하게 된다.[17]
또 다른 산호초 위협 요인: 해양 산성화
▲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초
호주 해양과학청(AIMS)
세계기상기구(WMO)가 2020년 발표한 '2015-2019년 5개년 지구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산성화 지표가 지난 2만 6000년 중 가능 낮은 수준을 보였고, 수소 이온 농도지수(pH) 변화 속도 또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빨라지고 있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연소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바다의 산성도가 높아졌다. 그 결과로 산호가 탄산칼슘 외골격을 만드는 능력이 억제되었다. 전체 산호초 생태계는 죽은 산호초 위에 계속해서 만들어지는데 산호초의 외골격이 약해지면 질병과 파괴에 취약해진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압스 해양연구소'의 에든버러대 연구팀은 바닷속 죽은 산호에게서 '산호초 골다공증' 현상을 발견했다. 유례없는 해양 산성화에 따라 죽은 산호초 기반은, 골다공증에 영향을 받은 뼈와 마찬가지로 약해지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 전체 산호초 생태계가 붕괴할 위험이 높아져 많은 해양 생물의 터전인 산호초 생태계를 지탱할 수 없게 될 수 있다.[18]
산호초 군락인 보초나 환초가 완전히 형성되는 데는 10만 년에서 3000만 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19] 현재의 상황은 지구가 산호초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 시간 문제여서 우리 후손은 산호를 영상 자료로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글: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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