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법제화에 이르기까지
이윤진
기업의 인권존중의무가 국제사회에서 직접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대표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1976년)과 'ILO 다국적기업과 사회정책 원칙의 3자 선언'(1977년)을 들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 유엔이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하면서 2000년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가 출범했다.
인권실사의 뿌리는 2008년과 2011년에 유엔이 승인한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보호·존중·구제' 프레임워크'와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 UN Human Rights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에 있다.[3]
UNGPs는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을 묻기 위해 ▲ 인권정책을 수립하고 서약하며 ▲ 인권실사를 하고 ▲ 구제 절차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이 중 인권실사는 기업 활동이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식별·방지·완화하고 인권 영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설명하는 일련의 절차다. 인권존중을 위해 이 정도 주의의무를 기울여야 한다는 '프로세스'를 말한다.[4]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조직의 사회적책임에 관한 사실상 표준인 ISO26000에 인권실사 프레임워크가 반영되는 등 UNGPs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5] 실사를 포함한 UNGPs 조문들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도 그대로 적용되었기에[6] 공급망 실사 제도는 강력한 국제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7]
실사 프로세스, 실사범위, 실사항목
공급망 실사 지침에 따르면 원청 기업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 대해 기업 활동이 인권과 환경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고 관리할 의무를 진다. 구체적인 실사 의무(제5조, 세부내용 제7조에서 16조)는 (1) 실사의무의 내재화(실사정책 수립 및 관리 시스템에 통합) (2) 인권 및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의 식별 및 평가, 우선순위 지정 (3) 잠재하는 부정적 영향의 예방·완화 및 실재하는 부정적 영향의 제거·최소화 (4) 실제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구제책 제공 (5)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이해관계자의 의미 있는 참여 (6) 불만처리 절차 수립 및 유지 (7) 실사 정책 및 조치 효과성 모니터링 (8) 공중과의 소통(실사 결과 공시) 등이다. 8단계로 구성된 실사 프로세스는 'OECD의 책임 있는 사업 행위에 관한 실사 지침(OECD Due Diligence Guidance for Responsible Business Conduct)'이 정의한 6단계[8]를 포괄했다.[9]
실사 범위는 기업의 '활동 사슬(Chain of activity)'이다. 활동사슬은 업스트림 비즈니스 파트너[10]의 생산, 서비스, 설계, 채굴, 조달, 운송, 보관, 원자재/상품/부품 공급, 상품개발과 다운스트림 비즈니스 파트너의 유통, 운송, 보관 등을 의미한다. 단, 규정 EU 2021/82에 기술된 수출통제 상품, 무기, 군수물자, 군수용품은 제외한다. EU의회, 집행위원회, 이사회 3자 협의 과정에서 논의한 폐기(분해, 재활용, 매립 등) 부문은 실사 범위에서 제외되었고, 금융산업은 우선 업스트림에만 적용하고 발효 후 2년 내에 확대 여부를 재검토 예정이다.[11]
실사 주요 항목(제1조)[12]은 크게 ▲ 인권(국제적인 인권협약[13] 관련 권리와 금지, 부속서 I) ▲ 환경(국제적인 환경협약 관련 금지와 의무, 부속서 II) 관련 부정적 영향에 대한 기업의 의무 및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 ▲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파리기후협약(2015년)과 글래스고 기후협약(2021년)에 근거하여,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C 이내 유지를 위한 '2050 글로벌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전환계획 채택 및 실행(제22조)으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