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남소연
반면 이준석이 꺼낸 '여성희망복무제'는 '징병'에 비해 '희망'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을 담보하는 듯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또 다른 강제다.
여성희망복무제가 시행되면 2030년부터 여성이 경찰, 해양경찰, 소방, 교정 공무원이 되려면 병역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이미 1999년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의 군 복무 가산점제에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여성과 장애인 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2005년에는 경찰채용시험의 응시자격을 군필자로 제한하는 조치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고 사라졌다. 당시 인권위가 밝힌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군필자에는 군 면제자와 여성도 포함되는데 이들에게는 군대 경험이 없는데도 응시자격이 있고, 군복무 경험도 경찰업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중략) 군복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이 경찰 업무수행에 필요하다면 이는 채용시험을 통해 검증하거나 채용 후 교육을 통해 해결할 사안이다." 촌철살인이 따로 없다.
구조적 성차별을 은폐‧엄폐하는 금태섭‧류호정‧이준석
금태섭과 류호정의 논리는 성차별적 구조를 지우고, 성차별을 교묘히 여성 탓으로 돌리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구조적 성차별의 피해자인 여성들에게, 성평등을 이루려면 여성들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종용하는 식이다. 가사‧육아 분담을 위해서는 여자가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여성들이 얼마나 있을까.
반면 이준석은 '군대에 가지 않으면 2등 시민'이라는 해묵은 수사를 다시금 끌어올린다. 경찰, 소방 등은 공무원 가운데서도 소위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여겨지는 직렬이며, '여경 무용론'처럼 여성 종사자들의 자격에 대한 공격이 늘 들끓었던 직종이다.
이들 직렬의 공무원이 되려면 여자도 군대에 다녀와야 한다는 말은, 곧 여자의 몸은 경찰이나 소방 공무원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강화시킨다. 물리적 힘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군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편견이 적용돼 온 유구한 역사가 있다. 김엘리 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외래교수는 책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에 이렇게 적었다. "성차는 여성의 몸이 군인으로 적합하지 않은 원인이라기보다는, 여성의 몸이 군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언술할 때 생산되는 효과"라고. 여기서 '군인'을 '경찰'이나 '소방 공무원' 등으로 바꿔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개혁신당은 '잡탕밥'이 아니다

▲지난 2022년 2월 9일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행동하는보통남자들 주최로 열렸다.
권우성
이준석, 이낙연, 금태섭, 류호정, 조응천, 이원욱이 합친 개혁신당이 탄생한 후 '잡탕밥'이라는 의구심이 넘쳐난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 대표는 특히 페미니즘을 놓고 지지세력의 이탈 조짐이 보이자 "류호정의 젠더관에 동의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며 "당내에서 주류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성난 당심'을 달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잡탕밥은 이름이 주는 부정적 뉘앙스가 있어서 그렇지, 중국집에서도 짬뽕‧짜장면 등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맛있는 고급 요리다. 개혁신당에는 그보다는 회덮밥, 비빔밥, 볶음밥 등 서로 다른 한 그릇 음식들을 합해서 먹기 어려운 음식을 만들었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그 와중에 하나 겹치는 것이 있다면 '여자 탓'을 한다는 데 있으니, 아이러니다. 회덮밥, 비빔밥, 볶음밥이 저마다 달라도 밥을 주재료로 한 요리인 것과 같은 맥락이랄까.
이들의 젠더관은 '평등'과 '공정'을 내세우면서 구조적 성차별을 은폐‧엄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태섭‧류호정은 여자의 군대행이 가정 내 평등의 선결 조건인 것처럼 말하고, 이준석은 "한쪽 성별만 부담했던 병역을 나머지 절반이 조금씩 더 부담해 나가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말하며 예의 그 '공정'을 다시 한번 더 들먹인다.
저출생 여파로 군 병력이 부족한데, 이것도 저것도 싫다면 뭐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성 징병에 관한 논의는 여성에게 억압적인 현실을 톺아보는 것부터가 먼저여야 한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저출생마저 그렇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마리 시어가 1986년에 얘기한 페미니즘의 정의 "여성도 사람이라는 급진적 개념"이 아직도 '급진적'인 게 한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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