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하자리바그 지역의 한 제혁소.
유엔산업개발기구
동물 가죽 산업의 문제는 크게 환경오염과 동물착취 두 가지로 나뉜다. 가죽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심각한 환경 오염 문제를 유발한다. 2013년 환경보호단체 블랙스미스 연구소와 스위스 녹십자는 '2013 세계 최악의 유독물질 위험 지역' 보고서를 발표해 10개 지역을 선정했다. 가죽공장이 밀집된 방글라데시 하자리바그가 여기에 포함됐다.[10]
방글라데시 정부는 하자리바그의 제혁소에서 매일 약 2100만L의 처리되지 않은 폐기물이 강가로 버려진다고 추산한 바 있다.[11] 원피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가죽에 입히려면 물이 필요한데, 이때 약 65~75% 정도의 화학물질만 가죽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오염 부하가 높은 폐수로 자연에 배출된다. 통상 1kg의 가죽을 생산하는 데 30~50L의 폐수가 발생한다. 전 세계에서 가죽 산업으로 오염되는 물의 양은 연간 548조L로 집계된다.[12]
제혁소의 폐기물에는 크롬, 합성 탄닌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된다.[13] 약 18만 명의 하자리바그 거주민은 물과 토양에 퇴적된 화학 물질에 영향을 받았다. 이들 중 다수가 피부 발진과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다. 제혁소 노동자들은 유해 화학 물질에 노출된 탓에 기대 수명이 50세 미만으로 단축되었다고 주장했다.[14]
부패하기 쉬운 가죽 원피를 패션 및 의료 제품 생산에 사용할 만한 안정적인 상태로 바꾸려면 무두질이 필요하다. 오늘날 판매되는 가죽 대부분은 크롬 가죽이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화학적 무두질 방법을 적용한 것으로 황산 크롬, 중크롬산 나트륨, 크롬염 등의 합성제가 투입된다. 가공 시간이 5~7일 정도로 짧아 생산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 가죽의 신축성이 강하며 염색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15]
그러나 중금속인 크롬은 비중격 천공, 알레르기,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수자원을 오염시키는 독성 물질이다. 크롬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식물성 탄닌으로 무두질을 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디자이너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카시아, 밤나무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탄닌을 이용해 가공한 가죽을 베지터블 가죽이라고 한다. 가공하는 데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이 소요되어 생산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높지만 내구성이 강해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16]
다만 무두질 과정이 '식물성'일 수는 있어도 가죽의 원재료는 여전히 동물에게서 나온다. 동물성 가죽 산업은 축산업의 부산물로 운영된다. 동물 방목과 사료작물에는 엄청난 양의 토지, 식량, 에너지, 물이 필요하다.[17] 이 과정에서 삼림 벌채와 사막화가 이루어지며 배설물, 부산물, 폐수 등에 의해 토지와 수질이 오염된다.[18] 축산업에서 생성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에 28배 강한 영향을 미친다.[19]
이렇다 보니 동물 가죽의 탄소 발자국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유럽 가죽 산업을 기준으로 탄소 발자국을 측정한 결과, 가축 사육을 포함한 전 가죽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당 110kg CO2e(이산화탄소 환산량)였다.[20] 그린피스에 따르면 종이컵 1회 사용 시 나오는 온실가스는 45.2g CO2e 정도다.[21] 가죽 1㎡를 생산할 때마다 약 2400개의 일회용 종이컵과 맞먹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뜻이다.
도살되는 동물들

▲ 트럭으로 운송되는 동물들
페타
가죽을 벗기려는 목적으로 동물을 착취하는 과정은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매년 전 세계 가죽 산업은 10억 마리가 넘는 동물을 도살한다.[22]
동물들은 도축 전 다른 나라로 운송되기도 한다. 페타에 따르면 2018년에 호주, 오스트리아, 브라질,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살아있는 소 90만 마리와 살아있는 양 28만 마리가 튀르키예(터키)로 수입되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할랄 고기와 가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23]
살아있는 물건으로 수출되는 동물들은 운송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딘다. 몇 주간 선박, 트럭 등의 이동수단에 몸을 실은 채 더위와 추위에 노출된다. 넘어지면 자칫 짓밟혀 죽을 수도 있는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혀 부상을 입기도 한다. 적절한 음식과 물을 공급받기 어려운 열악하고 혼잡한 환경 속 배설물 더미에 모여 서있는 동물들은 전염병 확산의 위험에 처한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글로벌 안보 문제가 초래한 운송 지연은 이들의 고통을 가중한다.[24]
임신한 동물도 수송선에 몸을 싣는 일을 피할 수 없다. 이동 중에 부상을 입는다면 새끼를 낳기 전에 도살장에 끌려가 죽임을 당한다. 태어나지 못한 송아지의 사체 역시 가죽으로 가공된다. 조산되거나 낙태된 송아지 가죽은 슬렁크라고 불린다. 슬렁크는 더욱 부드러운 가죽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귀중한 취급을 받으며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25]
원피를 얻기 위해 도살되는 동물 중 상당수는 비좁은 우리에서 거세, 낙인 찍기, 꼬리 자르기 등 공장식 축산의 폭력을 견뎌야 한다. 도살장에서는 동물의 목을 자르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이들은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고 사지가 절단되는 고통을 겪는다.[26] 도축에 사용하는 칼이 무디거나 숙련되지 않은 작업자가 나선다면 막대한 고통이 몇 분간 지속될 수 있다.[27]
소와 양은 사회적 동물로 다른 개체와 친밀한 우정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리비아와 레바논의 기록에 따르면 작업자들은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소와 양의 목을 자른다. 몸부림치며 발길질하는 이들을 더미에 던지고 피를 흘리도록 둔다.[28]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잔인한 광경을 일상적으로 목격하는 동물들은 온갖 질병과 정신장애에 시달린다.[29]
대안적 움직임

▲ 패션 업체 데세르토가 제작한 선인장 가죽
데세르토
동물 가죽의 환경 오염과 윤리적 문제가 알려지며 이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중이다. 카르미나 캠퍼스는 가죽 공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가죽을 비롯한 각종 폐기 재료를 이용해 가방과 패션소품 등을 제작한다.
가장 흔하게 유통되는 소가죽은 한 장의 크기가 25평(평은 평방피트로 가죽 거래시 사용되는 단위) 정도다. 이 한 장으로 가방을 만들면 10평 정도의 자투리 가죽이 버려진다고 한다. 남은 자투리 가죽을 회수해 작은 패션 소품을 제작하는 데 쓰거나 장식처럼 제품에 부착한다. 폐기 가죽을 분쇄하여 가루로 만든 뒤 접착제로 붙이거나 기계적인 압력을 가해 다시 쓰는 재생 가죽도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상품의 희소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산업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30]
그러나 자투리 가죽과 재생 가죽 시장은 여전히 동물 가죽 산업의 부산물로 운영되므로 동물 착취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폴리우레탄(PU)과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합성수지 가죽은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색감, 질감이 동물 가죽과 유사하고 가격이 저렴해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합성섬유는 폐기 시 쉽게 분해되지 않으며 마이크로플라스틱을 배출한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31]
최근 주목받는 것은 식물성 가죽이다. 파인애플 잎, 선인장 잎, 포도 찌꺼기 등이 식물성 가죽의 원료로 활용된다. 농업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며 합성수지 가죽보다 생분해성이 우수하다. 식물성 가죽은 시장에 출시된 제품 외에도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생물 분해에 자연적인 장벽을 형성하는 내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지속가능성이 인정되어 동물성 가죽의 대안으로 유망하다.[32]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한채하 기자(지속가능바람),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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