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3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의 논에서 장병들이 지뢰 등 폭발물을 탐지하고 있다. 이 마을 농민들은 지난달 집중호우에 유실 지뢰가 농경지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위험 속에 추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이른바 지뢰오염국이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을 포함해 55개국 정도가 지뢰오염국에 해당한다.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국가들은 국제연합(UN)에서 개발한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에 따라 지뢰제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국제지뢰행동표준과 별개로 국방부 단독으로 지뢰 제거를 하고 있다. 문제는 남아있는 지뢰 83만 발 중 2020년 한 해 430여 발 제거라는 실적이 보여주듯, 군 단독 지뢰 제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우선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이 어렵다. 언뜻 군이 기민하게 대응할 것 같지만, 사실상 군 협조를 통해 지뢰 탐지를 할 경우 준비기간만 2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군 특성상 작전 시간 제한 등으로 인해 즉각 대응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전문성도 문제다. 지뢰 제거 병사들은 복무기간 중 지뢰 제거 교육과 제거 작업을 수행하는데, 지뢰 제거 기술을 습득하는데 현저히 부족한 기간이며, 이로 인해 오히려 담당 병사들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또한 지뢰는 사전정보 수집, 지뢰 제거, 사후검증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군은 지뢰 제거 자체만 수행하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조사가 선행되지 않으며, 지뢰 제거 후에도 완전 제거 검증 작업을 하지 않아 지뢰지대를 해제할 수도 없다.
이와 달리 UN의 국제지뢰행동표준은 지뢰 문제를 국가안보 문제로만 보지 않고, 국가와 전 세계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지뢰 제거와 전 과정에 필요한 분야별 전문가들과의 협조 및 신속대응체계 구축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국제지뢰행동표준에 입각해 지뢰 제거 나서야
이를 위해서는 지뢰제거기본법과 같은 법규 제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뢰 등 특정 재래식무기 사용 및 이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지뢰 제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민간인이 지뢰를 포함한 화약류 등을 만지거나 해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지뢰 오염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 지뢰 전문 활동기구나 민간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지뢰 제거 활동을 벌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전쟁잔류폭발물의 처리 등에 관한 훈령'에서는 잔류폭발물 제거 및 폐기 권한을 국방부 단독권한으로 두고 있다. 지뢰 제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민간 지뢰 전문가의 활동을 차단하거나, 국방부 단독권한으로 두고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해 온 현재 법규들은 오히려 신속하고 안전한 지뢰 제거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둘러 '국가지뢰대응기본법'과 같은 법률을 만들고 지뢰 제거를 위한 국제지뢰행동표준을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이다. 이러한 목소리를 담아 관련 법률이 발의된 지 2년이 흘렀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년 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이제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는 점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 지뢰, 방치할수록 유실 등으로 인해 위험을 가중시키는 지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살상무기 지뢰 제거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법률이 조속히 제정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