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기 남녘현대사연구소 소장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213명의 기부자 입금 영수증을 정리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칠순 날 113명 기부자 명단 추가로 내민 박 소장
핸드폰 하나면 모든 결제가 가능한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번거롭게 은행 CD기기를 통해 입금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박 소장 만나고 나서야 풀렸다.
"말은 쉬워도 얼른 계좌로 입금을 못 하니까, 그 돈을 내가 직접 받아서 대신 송금하겠다고 했죠. 입출금 기기에서 일일이 그 사람 명의로 입금한 뒤, 영수증 사진을 찍어 다시 카톡으로 보내줬어요. 신뢰 문제니까요."
그렇게 100명의 명단을 전달하고 돌아간 지 엿새가 지난 24일 박 소장은 113명의 새로운 명단을 다시 내밀었다. 이날은 때마침 박 소장의 칠순 날이었다. 그는 모금운동에 참여한 지인들의 명단을 마치 생일 선물처럼 귀히 여겼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네요. 통장 하나가 전부 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름만 찍혀있어요. 통장 면수가 아홉 페이지가 넘으면 통장을 새로 또 바꿔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은행 창구에 가서 다시 새로 바꿨죠. 허허."
박 소장이 찾아간 대부분 사람은 흔쾌히 동의했지만, 정치적 색채가 짙다며 고개를 돌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게 발길을 돌리면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회상했다.
"누구를 도와주면 도와줬지, 내가 누구한테 손 벌리지를 못한 성격이에요. 그런데 이번 일만큼은 나서야겠다 싶었죠. 뜻이 있는 일이고 민족운동이니까요."
박 소장의 뜻에 동참한 이들 중에는 대학 교수와 변호사, 광주 시·구의원, 의사, 노동자, 농민 등 지역과 직업이 다양했다.
이체기 앞에서 대여섯 시간, 은행직원도 고개를 '갸우뚱'
많은 사람을 대신한 송금 일은 만만치 않았다. 100명을 이체하려면 못해도 대여섯 시간은 걸렸다. 일일이 계좌 번호를 입력하고, 한 사람 이체하려면 버튼을 몇 번씩 눌러야 했다. 기다리는 뒷사람이 미안해서 비켜주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기기 앞에서 오래 서 있는 것을 이상하게 본 은행 직원도 박 소장의 스토리를 듣고 나서야 의심의 눈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독감으로 며칠 혹독한 고생을 치른 박 소장은 최근 모금운동이 주춤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나서주면 훨씬 수월할 텐데, 광주라는 지역적 틀에 갇히고 있는 듯한 모습도 아쉬운 대목으로 보였다.
현대사 연구에 몰두해 온 그가 왜 이렇게 모금운동에 의미 두는지를 물었다.
"단순히 돈 모으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에요. 일제 과거사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원인은 민족이 둘로 분단돼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된 것도 일제 식민지 때문이구요. 그런데 우리 사회를 아직 식민지가 끝난 게 아니에요. 그 뿌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잖아요. 가해자의 사죄 한마디 없이 일본 대신 지급할테니 돈만 받으라 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모욕이죠. 그에 맞서 역사 정의를 지키자는 것이니까, 이것이야말로 진짜 제2의 독립운동이죠."
※ 강제동원 피해자의 용기 있는 투쟁과 함께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모금 계좌 <농협 301-0331-2604-51(예금주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또는 페이팔(paypal.me/v1945815). 역사지킴이 가입(https://bit.ly/역시역사지킴이).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