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 컴퓨터. 자료사진.
픽사베이
혹자는 사기업이 원하는 방법대로 업장을 운영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백번 양보한다 치더라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요식업계를 중심으로 먼저 보급된 키오스크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전환을 기점으로 이제 은행과 관공서 등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기관에도 보급되었다. 아니,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비대면 행정의 시대다.
최근에 청년월세지원 신청을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가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며 창구 접수는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생 시절의 나처럼,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청년도 있다. 기기를 구매하거나 통신비를 낼 돈이 부족할 수도 있고 본인 명의 휴대폰 번호가 없는 경우엔 인증서를 저장하고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공 도서관 등에 비치된 공용 컴퓨터나 피시방의 컴퓨터를 써야 한다.
시간도, 품도, 노력과 용기도 몇 배가 들고 감수해야 하는 보안상의 위험도 크지만,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다 해보기 전까지 모른다. 공용 컴퓨터에는 특이한 보안 시스템이 깔린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기나긴 로딩과 재시도, 이해할 수 없는 승인 거부 앞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라곤 했다. 막막함과 피로감에 울었던 적도 있다. 나는 그나마 도서관 이용법에 능숙하고 끈질긴 성정이다. 나만큼 버티지 못하고 탈락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금 없는 버스도 사각지대를 넓히는 시스템이다. '사고를 방지하고 현금 지불로 인한 지연 시간을 단축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현금 없는 버스는 카드로만 이용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사람은 해당 버스를 이용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인 이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민'의 범위가 줄어드는 안타까운 처사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가 정말로 '효율적'일까? 그렇다면 '누구에게' 효율적인가? 업무 자동화와 체계화를 추구하는 기계의 도입에는 언제나 해당 기계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불만과 설계 목적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예외가 따른다.
전화 문의를 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안내를 지나 상담원 연결을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기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직원을 호출해 대면으로 문의를 한다. 키오스크가 주문을 대신해 줄 거라 교육받은 아르바이트들은 키오스크를 사용하라는 대답만 반복하고, 손님은 답답함과 소외감을 느끼며 포기한다.
현금 없는 버스의 경우, 평소 카드를 이용해 비용을 지불하면서 때론 현금을 사용하던 사람들에게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선택지가 사라진 것이기도 하다. 깜빡 잊고 카드지갑을 두고 왔을 때,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전원이 꺼졌을 때도, 이제는 현금을 쓸 수 없다.
한글과 영어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까지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일종의 문법이 된 사회에서 이를 익히지 못한 사람들의 소외는 점점 증가한다. 그리고 이 소외는 그 문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소외를 증가시키는 체계에서, 한 사람이 언제나 시스템의 안에만 머무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체계, 소외되는 사람이 적은 사회에서는 소외계층뿐 아니라 비소외계층의 일상 또한 더 편안하다. 우리 사회가 효율성을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는지 돌아보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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