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동조합연맹 늘봄학교 대응팀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 정상 운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정부가 구경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저출산 대응도 여러 정권에 걸쳐 진행되었다. 정부 차원의 첫 저출산 대응은 노무현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5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었고 같은 해 9월에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모두 저출산 대응을 위해 지금까지 약 380조 원의 세금을 지출하며 출산과 육아를 지원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 처방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지적해 왔다. 낮은 수준의 남성 가사 분담 및 육아 참여, 수도권의 높은 주택가격, 공공 보육 및 돌봄의 사각지대, 비싼 교육비. 어느 것 하나 문제 아닌 것이 없고 잘못 짚은 원인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원인을 모두 알고 있는데 왜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를 조금도 개선하지 못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들이 앞의 원인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성의 적극적인 가사와 육아 참여를 우리 사회가 가능하게 했는지, 서울과 수도권의 주거 비용을 젊은 세대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정상화시켰는지, 공공 보육과 돌봄의 사각지대가 없어졌는지, 비싼 사교육 부담이 없어졌는지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최근 고용노동부는 최근 현 주 52시간 근무제를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 또는 11시간 연속 휴식 없는 64시간 근무제 추진을 검토 중이다. 당연히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발칵 뒤집혔고 실제 일을 하는 시민들의 여론도 좋지 않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앞서 저출산 원인들이 환기하듯 우리 사회가 '내 몸 하나 간신히 살아남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동조건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 물러날 수 없을 정도로 후퇴하는데 사람들이 다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는 3월부터 새로운 교육정책을 추진한다. 초등학생 아이를 오전 8시부터 정규수업 후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해 최대 오후 8시까지 학교가 돌봐주는 '늘봄학교' 사업이다. 이제 젊은 세대는 걱정 없이 주 64시간 이상 열심히 일하고 아이는 행복하고 안전하게 학교에서 하루에 무려 12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듯하다.
출산율 올라가서 이 동네 저 동네 아이 울음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 같다. 다음 달 중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진심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