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4 04:47최종 업데이트 23.05.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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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사전 공개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용산어린이정원 전망언덕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 연합뉴스

 
오는 4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옛 용산미군기지가 개방될 예정이다.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거닐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살려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명명하기로 했단다. 미군기지 반환 성과를 하루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임시' 개방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정식 개방이 아니라 '임시' 개방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반환된 용산미군기지는 이미 공원으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적어도 '공원'이 되려면, 휴식이나 여가, 쾌적함과 안락함을 누릴 만해야 한다. 누구도 아스팔드만 깔린 곳을 공원으로 여기거나 이름 붙이지 않듯, 해로운 물질이 뒤섞인 부지가 공원이 될 수는 없다. 일반 상식으로도 그렇고, 법도 마찬가지이다.


용산미군기지는 유해 물질이 범벅된 기름으로 오염되어 있으니 공원 조성 전 토양 오염을 정화해야 한다. 필수적이다. 그러나 오염 제거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정화되지 않았으니 공원일 수도, 공원으로 개방할 수도 없다. 그러니 임시로 개방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임시를 상시화하려는 듯하다. 
     
용산어린이정원은 크게 장군숙소지역, 잔디마당과 전망언덕, 스포츠필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용산미군기지 내 기름유출사고는 확인된 것만 100건이 넘고, '용산어린이정원' 부지와 인근에서 유출된 기름 유출 사고 역시 여러 건에 달한다.

약 2만 8800리터의 기름 유출이 보고된 지역도 인근에 있고, 12세 이하 전용 야구장과 축구장으로 조성된다는 스포츠필드에서도 수천리터에 달하는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 스포츠필드 토양에서 검출된 석유계총탄화수소(TPH)의 토양오염은 공원지역 우려기준의 36배가 넘고, 납은 5.2배, 비소는 3.5배에 달한다.

주 출입구로 들어서면 붉은색 지붕의 단층 단독주택과 나무 전신주 등이 자아내는 이국적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고 홍보되는 장군숙소가 나온다. 이 장군숙소단지를 비롯해, 잔디마당, 전망언덕, 스포츠필드의 60%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물질 석유계총탄화수소(TPH),를 비롯해 카드뮴, 비소, 납 등 발암물질과 중금속들이 그대로 온존해 있는 것이다.

이런 유해 물질을 정화하지 않아 공원이 되지 못하는 곳을 정부는 15센티미터의 흙과 잔디, 자갈로 덮은 채 안전하다며 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방한다. 오염된 토양은 정화가 기본임을 망각한 채, '덮어' 버렸으니 안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하는 정부.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그것도 어린이날을 기념하듯 미래세대와 함께 열어가는 용산어린이정원 임시개방을 홍보하는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후보 시절 약속을 반환하나
 

용산어린이정원 오염 현황. 공원으로 개방하기에 오염도가 높다. ⓒ 녹색연합

  
용산미군기지가 반환 후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용산미군기지를 오염시킨 원인자, 즉 미군이 오염을 제거, 정화하지 않았고, 우리나라 정부도 미군에게 오염 책임을 묻지 않은 채 기지를 돌려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하여 용산미군기지를 개방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법치, 우리가 알고 있던 공정,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돌아오는 날로 만들겠다던 후보 시절 약속을 온전히 반환하는 격이다.

오염 제거나 오염 정화 비용은커녕 덤으로 오염까지 돌려받은 정부. 그러나 그조차 성과인 듯 공원이 되어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홍보하는 정부. 정부가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것은 용산미군기지 오염상태의 진상과 그 오염을 어떻게 제거했는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지난해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은 해당 지역의 공원 활용 가능성에 관한 오염토양 위해성 평가 용역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 오염정화 책임과 관련해 미군과 후속 협상이 남아있는 만큼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가 미군과의 관계에서 해야 할 일은 오염 제거와 정화 책임을 오염자인 미군에게 정확히 묻고 그들이 오염시킨 부지를 그들의 비용으로 정화하도록 협상하는 일이지, 오염토양 위해성 평가에 대한 공개가 미군과 협상에 불리할 것을 우려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아니다. 

국회도 나서야 한다
 

지난 4월 23일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와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용산공원, 오염정화가 먼저다! 만보걷기' 행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환용산미군기지 개방, 이대로는 안 된다. 유독성 물질로 범벅된 토양을 흙으로 덮고 어린이들을 초대하는 정부의 행보를 국회라도 막아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며 뒷짐 진 채 정부를 비판만 하고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오염도 우려 기준을 넘는 토양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토양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국방부 장관이 반환공여구역을 처분하거나 일반인에게 개방하기 전에 토양오염 등을 제거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도 발의되어 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의기관으로서 국회가 유독물질로 범벅된 용산반환미군기지를 어린이정원으로 임시개방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면, 법안 개정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권,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을 용산공원의 토양오염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용산공원을 방문하려는 사람, 특히 어린이들은 이곳이 유류오염 현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정부는 기름오염과 비소, 납 등 발암물질과 중금속을 흙으로 덮고 국민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지만, 어디에도 위험한 곳이라는 문구 한 줄 넣지 않고 있다.

정부의 초법적 행위(환경영향평가도 없이 공원으로 개방하는 일, 오염기준치를 초과하는 곳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일, 공원이 안되니 이제 어린이 정원으로 개방하는 일)를 감시하고 제재하는 일도 국회의 임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 전에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임시개방을 취소하고 정화부터 해야 한다. 오염자의 비용으로.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이며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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