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민
올 하반기 언론계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으로 요동칠 예정이다. 그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일이다. 이 전 사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친정부 측 인사로 교체하기 위한 원 포인트 릴리프(특정 한 타자만 상대하는 구원투수)일 것이라는 게 언론계 안팎의 전망이다.
언론 장악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8일 박 전 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박 전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MBC 장악하기 위해 방통위원장 돌려막기"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으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지명했는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 윤석열 정권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방통위원장을 돌려막기 하고 있어요. 원래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때 총선을 앞두고 KBS·MBC 사장 다 교체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KBS는 성공했는데 MBC는 법원이 제동 걸어서 못 바꿨거든요. 그래서 권익위원장 하던 김홍일씨에게 방통위원장을 맡긴 거죠. 근데 그것도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탄핵 위기에 처하니까 사퇴시키고 대신 이진숙씨를 내세운 거죠. MBC 사장을 바꿔서 MBC를 장악하고 정권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도가 굉장히 강하다는 얘기입니다."
- 이유가 뭘까요?
"아마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은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총선에 대패한 것이 좌파 언론 탓이고, 그 중심에 MBC가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해요. 이미 공개적으로 MBC가 좌파 언론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잖아요. 말하자면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해 정당한 비판 보도 하는 걸 정치적인 의도나 무슨 배후가 있는 것처럼, 혹은 불공정 편파 보도의 산물인 것처럼 프레임 짜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프레임을 만들어야 사장을 교체하는 명분이 생기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이진숙씨가 앞으로 MBC 사장의 목을 쳐야 하는 역할을 떠맡은 거죠. 아마 아무도 안 하려고 할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MBC가 신뢰도 1위(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2024 기준)고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신뢰하는 상황에서 MBC를 저렇게 장악한다? 이게 부당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 그럼, 이 전 사장은 왜 한다고 했을까요?
"이진숙씨가 작년에 방통위원으로 지명되기 전에 고향 대구에서 계속 정치를 하려고 했어요. 2020년 총선에도 대구에서 경선 나왔었고, 또 2022년 지방선거 때도 대구시장 경선에 나왔었거든요. 나중에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본인이 '좌파 방송하고 싸웠다, 좌파 방송을 정리했다'라는 식으로 홍보할 수 있지 않겠어요?"
- 이 전 사장은 MBC 기자 출신이죠. 아마 4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종군 기자로 알려진 것 같은데 기자 생활 당시 어땠나요?
"평기자 때는 다들 알다시피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에 파견 가서 종군 기자로 일했었고 또 노조 활동도 열심히 했어요. 예를 들면 92년 MBC 파업 때 경찰이 노조를 진압하려고 들어온다는 정보가 있으니까, 기자들이 단식했대요. 그러나 당시 기자들이 지쳐서 중간에 다 그만뒀는데, 이진숙 기자가 끝까지 남아서 단식했던 3명의 기자 중의 하나였대요. 그만큼 이진숙씨는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고 기자로서도 열심히 했던 사람이었어요."
- 그러면 왜 바뀌었을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에 MBC 노조가 기소돼서 집행부가 형사재판을 받을 땐데 이진숙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어요. 그때 노조 측 변호인이 이진숙씨가 파업할 때 열심히 하던 사진을 보여주면서 '당신은 그때 이렇게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왜 지금은 노조를 비난하냐, 지금의 이진숙과 당시에 이진숙은 뭐가 다르냐'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세계관이 바뀌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배신감을 많이 느꼈어요.
세계관이 바뀌었으면 왜 바뀌었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그냥 바뀌었대요. 제 생각에는 김재철 사장이 왔을 때 이진숙씨를 홍보국장으로 기용했거든요. 그때가 아마 이진숙씨가 세계관이 바뀐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