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2 05:13최종 업데이트 22.10.12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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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8일 행정안전부는 지역 인구감소 대응사업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89개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매년 1조 원, 10년간 지원), 국고보조금 등 재원을 패키지 형태로 투입한다는 내용입니다.

약 1년 뒤인 지난 8월 16일, 인구감소지역 89개·관심지역 18개 등의 기초자치단체와 서울·세종을 제외한 15개 시도 광역자치단체에 2022·2023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금액을 결정했습니다. 지원금은 투자계획 평가로 도출된 5개 평가등급에 지급되며, 우수한 기금사업을 발굴한 인구감소지역·관심지역에는 더 많은 금액을 차등 배분할 예정입니다.

행안부는 각 지자체들이 철저한 지역 여건·환경분석에 기반해 산업·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수성·독창성이 돋보이는 사업을 발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지방소멸기금 사용처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잡음이 들립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구 남구(구청장 조재구)입니다.
 
대구 남구 앞산 모노레일 조성 계획대구 남구청
 
최근 대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은 남구 앞산 모노레일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환경파괴와 교통대란은 물론, 관광객 유치 효과도 불투명하다는 이유입니다.

특히 지방소멸대응기금 승인용도를 변경하는 식으로 '증액 꼼수'까지 부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의회·주민 의견, 절차와 과정 모두 무시해 사업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나갔습니다. 대구 남구의 앞산 모노레일 사업은 대체 무엇이길래 이런 비판을 받고 있을까요? 

"민생보다 모노레일이 더 중요한가"

올 4월 대구 남구청에서 발행한 '앞산 모노레일 조성사업 자문회의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모노레일은 도시계획시설의 교통시설 중 궤도 시설로, 궤도 운송법에 따른 '선로, 정거장, 궤도차량, 설비 등'을 말합니다. 용지의 점유면적과 도입공간 구조물의 폭이 적고 가파른 경사, 작은 곡선반경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함양 대봉산 3930m, 곤지암 리조트 34m 등 다양하게 설치돼 있습니다. 


앞산 모노레일 조성사업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왕복 2.8km 규모로 지을 예정입니다. ▲수려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주요 관광거점 연결 ▲레포츠 산업 활성화 ▲생태계 환경보전 ▲탐방체계 개선 ▲산악체험형 관광시설 벨트화 등이 목적입니다.

자문보고 자료에도 언급돼 있지만, 모노레일이 도시자연공원구역 안에 설치된 사례는 없습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바로 이 문제를 우려합니다. 수천 그루의 수목 등 산림이 훼손되고 자연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모노레일 사업에 대해 남구 의회는 어떤 입장이었을까요? 다음은 지난해 12월 9일 남구의회 예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중 일부 내용입니다. 당시 구청은 모노레일 조성사업 예산으로 구비 70억 원을 요청했습니다.

"구비 70억 원이면 우리 구청 단독사업 가운데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중략) 구민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것을 대비해 달라'는 요구와 '신청사 만듭시다', '모노레일 만듭시다' 하는 요구 중에 뭐가 더 클까요? 저는 지금 상황에서 모노레일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코로나 시대에 이 민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가장 많이 해야 되는데 구청은 하나도 안 하고 있습니다." - 이정현 남구의원

모노레일 판단은 뒤로 하고, 코로나19 등으로 힘든 민생에 예산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노레일 설치하면 청년들이 지역 안 떠날까

이런 반대에 부딪힌 모노레일 예산은 우여곡절 끝에 구비 35억 원으로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힘을 얻어(?) 규모가 다시 껑충 뛰었습니다. 기금 가운데 70억 원을 모노레일에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정현 남구의원은 이 지방소멸대응기금 예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방소멸대응기금 계획서에서 모노레일 예산은 우선순위 7번째였습니다. 1순위 앞산 문화·관광 일자리 플랫폼 구축, 2순위 1인 가구 지원플랫폼 운영, 3순위 평생학습도시 남구 만들기, 4순위 남구청소년 미래교육 프로젝트, 5순위 지속가능한 도시-대학 상생발전 프로젝트, 6순위 남구 청년 하이업프로젝트, 그리고 7순위 고산골-강당골 일원 모노레일 등입니다.
 
대구 남구 지방소멸대응기금 계획을 도표로 정리한 내용백경록
  
이후 남구는 행안부의 평가등급(2022년 D등급, 2023년 C등급)에 따라 기금을 통보받은 뒤 예산을 수정합니다. 1순위였던 앞산문화관광플랫폼, 2순위였던 1인가구지원플랫폼 등 예산은 대폭 삭감된 반면 앞산 모노레일만 온전히 살아남았습니다. 2022·2023년 기금 총 134억 원 중 70억 원으로, 무려 52% 넘게 차지합니다. 

결국 대구 남구는 인구감소 대응을 모노레일로 막겠다는 의지를 기금 예산으로 보여줬습니다. 진정으로 지역소멸을 막길 원한다면 청년들이 떠나지 않도록 일자리와 문화 인프라 등에 돈을 많이 써야 하지 않을까요? 모노레일이 과연 그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요?

모노레일이 남구의 지역소멸과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남구청 정책보좌관은 '모노레일이 일자리와 유동인구 유입에는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대구 앞산은 행정구역상 남구, 수성구, 달서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접근성이 아주 좋아 많은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입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미 유동인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정말 정부는 철저한 분석에 따라 우수성·독창성이 돋보이는 사업을 발굴했을까요? 아마 대구 남구의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비슷한 사례는 각 자치단체 사업계획서를 보면 더욱 많이 나올 거라 예상되지만 웬일인지 행안부에는 전체 사업 세부내역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지역 주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각 지차체에서 제출한 지방소멸대응기금 계획 전체를 공개해야 합니다. 이 기금이 소멸하는 지역에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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