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침수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령 다친 몸으로 수해의 한복판에 있었다면 어땠을지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고 적었는데, 사실 나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상태가 일시적이겠지만 이게 일상인 사람들도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나이든 사람 경우 도시의 속도와 구조가 버겁고 적응하기 어려울 확률이 높다. 그냥 도시에서 이동하는 것도 힘든 사람들이 폭우로 위험이 다가오는 순간에 신속하게 화를 면할 수 있을까. 그럴 거 같지는 않다.
계급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폭우로 물이 넘치는 와중에 반지하집에서 탈출하지 못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런 위험 말고도 반지하는 습기부터 시작해 채광까지 주거용으로는 단점이 많은 공간이다. 그런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걸 모르는 게 아니다.
반지하집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개인적으로는 옥탑에 살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 시절과 취직한 지 얼마 안 됐을 때까지 지내던 곳이었는데, 침대와 옷장 그리고 책상과 싱크대를 놓으면 앉을 공간도 별로 나오지 않을 만큼 좁은 곳이었다. 그 집의 유일한 장점은 그나마 옥상에 있기 때문에 수해 걱정은 크게 없었다는 것인데 문제는 강풍이었다.
애초에 물탱크가 있던 걸 밀고 추가로 올린 건물이라 방 자체도 안정감이 없었는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통로에 아크릴로 된 지붕을 씌웠는데 이게 단단하게 붙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매번 보수를 해도 태풍이 오면 가벼운 아크릴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반쯤 떨어져 출렁이기 일쑤였다. 통로의 지붕이 바람에 춤을 추다 쾅쾅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날이면 불안감에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 떨어져 날아갈지도 모르는 아크릴 지붕을 태풍 속에서 보수할 엄두도 안 났다. 그럼에도 주거비는커녕 생활비도 빠듯한 처지에 도리가 없었다.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려면 그 집에서라도 버티는 수밖에.
평등한 사회가 모두에게 안전하다
재난은 불평등하게 경험된다. 사회적으로 약한 고리에 위치한 사람들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몬다. 불평등한 사회는 구성원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걸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진단하지 않으면 필요한 해법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영향인지 사람들은 멸망이라고 하면 모든 인류가 한 날 한 시에 깔끔하게 절멸하는 장면을 상상하고는 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령 점점 높아지는 기온과 이로 인한 이상 기후는 사람들을 죽지 않을 만큼 서서히 옥죄다가 지겨울 정도로 고통을 주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고온을 견딜 수 있는 주거 환경과 수해나 수위 상승으로 인한 침수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은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 이번 수해가 몰고 온 참상은 그런 미래의 현재 버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사회는 붕괴 상태라고 판단해도 할 말이 없다. 다시금 공동체의 가치를 복원하고 평등한 사회에 점점 다가가 모두가 안전한 상태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어떤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든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 구조, 사람답게 살 수 있고 안전한 주거 환경의 표준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해야 할 일은 사회적 약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살피는 것이다. 그 자리가 이 사회에서 어느 곳이 제일 취약한지를 가장 잘 알려준다. 나는 지금 주거 취약 계층에게 몰린 정치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단순히 순간의 비극을 담기 위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책임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장기적인 고민과 실천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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