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키 1977~2021 매출 추이 및 증가율
나이키
1998년 5월 나이키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필 나이트(Phil Knight)는 하청과 노동 통제 관행을 바꾸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해 그동안 나이키 제품이 안고 있던 아동 노동, 강제 잔업, 노동자 학대 문제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13]
나이키 본사에서는 1992년 제정된 기업윤리규범을 통해 노동인권이 준수되고 있었으나, 하청업체에는 규범이 적용되지 않았다. 나이키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청업체에도 기업윤리규범을 확대 및 적용하겠다고 밝히고 이후로 착취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14]
이후 나이키는 생산선도기업(MLP, Manufacturing Leadership Partner) 체제를 도입해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하고만 하청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15] 나이키는 과거에 필요에 따라 수시로 하청기업을 바꾸는 전략을 취했다. 이 방법은 나이키가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하청공장은 나이키가 수시로 업체를 변경하는 탓에 언제든 계약이 끝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시달렸고 따라서 가능한 단기간에 노동자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 집중했지 노동권 보호에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다.
MLP는 대책으로 도입됐다. MLP로 선정된 공장은 나이키에만 신발을 공급한다는 배타적 계약을 맺은 후 나이키와 장기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16] MLP의 평가 기준은 가격과 납기, 제품의 질과 같은 상품 관련 사항 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포함하였다. [17]
1998년 나이키는 기업책임부(Office of Corporate Responsibility)를 신설했다.[18] 안전과 건강, 경영자 태도, 인력 개발, 환경 관련 내용을 담은 새 지침을 함께 만들었다.[19] 이 지침에는 신발 공장 노동자의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이 포함되었다.[20] 생산 지침은 기업책임부 직원들이 하청 공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21] 나이키는 개발도상국의 노동 환경과 청년 노동자 교육훈련 환경 개선에 힘쓰는 노동자 및 공동체를 위한 국제연대를 창립하는 데에 힘을 보탰다.[22]
이 같은 쇄신의 과정을 거치자 한 때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추락했던 나이키의 매출은 2000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나이키의 추락과 부활은 투자자와 규제당국이 이전과 다른 시각에서 기업을 평가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기업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이윤 창출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존중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함께 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국가 못지않은 경제력과 인적 자원을 지니고 정치적 힘까지 행사하는 다국적 기업이 지구촌 노동 인권 상황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기에[23] 이러한 변화는 의미 있다.
나이키의 현재
나이키는 다국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려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24] UNGC는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4개 분야의 10대 원칙을 기업의 운영과 경영전략에 적용하고 지속가능성과 기업시민의식 향상에 동참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국제 기업시민 이니셔티브다.[25]
나이키는 다국적 기업으로서 인권 외에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정책과 다양성을 위한 사내구조 개선, 지역 및 세계 차원의 사회공헌 등 다양한 책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이키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정책을 쓰고 있다.
나이키
나이키는 '무브 투 제로' 프로젝트를 통해 수명이 다한 운동화와 의류를 수리해 재활용하거나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26] 공정상 흠이 생긴 상품이나 소비자가 사용 후 반환한 상품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상품들은 전문가의 검수에 따라 새것과 가볍게 닳은 상품, 외관상 결함이 있는 상품으로 분리한 뒤 세척하고 소독하여 다시 활용되고 있다.[27]
더 나아가 나이키의 일부 상품은 플라스틱 물병이나 버려진 어망 같은 쓰레기를 재활용한 소재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재를 채택한 제품의 최소 50%가 재활용 소재로 충당된다. 신발은 중량 기준으로 최소 20%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제작된다.[28]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음부터 줄이기 위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고, 제품을 포장할 때는 가능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선택하는 노력이 행해졌다.[29] 과거에는 제품 상자마다 신발 모양을 유지하기 위한 완충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아서 포장재가 줄었다.[30]
나이키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작업 환경과 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2015년 회사 인력과 관련된 5개년 계획을 수립하였다.[31] 이 안에는 2025년까지 사내 여성 비율 50%, 소수민족 비율 3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포함되었다.[32] 그 결과 나이키는 2021년 사내 여성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33]
또한 나이키는 여성이 고용에 있어 차별당하지 않도록 인사 담당자들에게 교육을 시행했다.[34] 나이키는 2021년에 향후 5년간 인종 등 다양한 차별을 철폐하는 운동을 펼치는 단체들에 1억 2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35]

▲나이키
나이키 페이스북
나이키는 앞서 2008년에 '걸 이펙트(Girl Effect)'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설립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20개국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그곳의 여성 청소년 수천만 명을 지원했다.[36]
또 2020년에 89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여 전 세계 1700만 명이 넘는 어린이가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37] 그동안 스포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여성 청소년이 더 많은 자신감을 가지고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코칭 걸즈(Coaching Girls)'라는 교육 프로그램도 실행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38]
이처럼 외형상 환골탈태의 꾸준한 노력을 보인 나이키이지만, 진정성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2019년 나이키는 동일임금법을 위반하고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39] 사내 성희롱 가해자를 승진시키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관리를 받게 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성별 임금 격차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여성 직원들에게 동등한 수준의 능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40]
2021년 신장 면화가 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착취해 생산되었다는 논란이 증폭되자 나이키는 중국의 신장 면화를 자사 제품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나자 나이키는 중국과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중국 소비자에게 사과했다.[41]
나이키가 중국에 저자세를 취한 이유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 시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처음 인권 경영을 시작한 이유도 소비자의 외면에 직면해서였다. 두 사례가 모두 소비자에 반응한 것이긴 하지만, 방향은 정반대이다.
아동 노동의 그림자를 떨쳐낸 나이키가 그나마 윤리적 기업으로 변모하는 데에는 내면의 성찰보다는 시장대응의 성격이 더 짙은 듯하다. 드문 예외를 빼고는 기업을 움직이려면 시장을 움직여야 한다는 씁쓸한 원론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나이키가 변신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키가 예외에 속한다고 말하기는 힘들지 싶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김유승·이주현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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