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휴식하고 있다. 2019.3.13
연합뉴스
휴대폰을 쥐여주면 주어진 시간에 필요에 따라 휴대폰을 쓸 뿐이고, 평일에 외출을 보내주면 나갔다 들어올 뿐이다. 침상을 부수고 침대를 들이면 침대에서 보다 편히 잠을 잘 뿐이다. 달라지는 건 그뿐이다. 그 밖의 것들은 변화에 따라붙는 부산물일 뿐이다.
휴대폰을 쓰다 보니 부실한 급식을 외부에 제보할 때 글 대신 사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고, 눈치 보며 소원수리에 마음의 편지를 넣기보다 간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평일에 외출을 허용하니 병원도 가고, 필요한 물건도 사고, 가끔 맛있는 것도 먹을 뿐이다. 본질은 생활이 편리해지고, 불필요한 제약이 사라졌다는 것인데 모두 부산물에 매달려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바쁘다.
병사 못 믿는 군
휴대폰 쥐여주면 군사 비밀 유출하고, 사회에선 안 하던 사행성 도박에 심취하고, 평일에 부대 밖에 내놓으면 너나없이 술에 취해 부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판단의 기저에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불신은 병사들은 주체적으로 자기 통제와 사리 분별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인식은 우리 군의 오랜 관성이다. 통제에 익숙한 우리 군은 통제를 벗어난 상황에 과도한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통제할 것과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구분하는 법도 모른다.
일과 중에 휴대폰을 쥐여준다고 대학생들이 하루 종일 강의를 안 듣고 폰 게임을 하고, 직장인들이 근무시간에 SNS만 보고 있는가?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훈련병 20명이 줄을 서서 3분씩 돌아가며 1시간 동안 공중전화를 쓰는 것과 1시간 동안 모두에게 휴대폰을 쥐여주고 가족, 친구들에게 충분히 연락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중 어느 것이 효율적이고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간부들도 단정하고 근무에 지장이 없을 만큼 머리를 자르고 다니는데 병사들은 간부들과 똑같이 하고 다니면 안 될 까닭은 무엇인가?
병사들을 항시 통제가 필요한 비주체적 인간이 아닌 평범한 20대로 상정하고 생각하면 상식의 영역으로 모두 답할 수 있는 물음들이다.
불필요한 통제야말로 군대를 보이스카웃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일선 부대마다 중대장 이하 지휘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식이 부대 안에서 어찌 지내는지 잘 모르니 중대장이나 소대장에게 자꾸 부모들이 전화를 거는 통에 2014년부터는 부대마다 부모들을 대상으로 밴드, 카페를 운영하게 했다. 병사들이 훈련하는 모습, 생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부모들의 궁금증에 일일이 답변을 달아주게 했다.
부대 관리도 벅찬데 부모들까지 관리하려니 중대장과 소대장은 퇴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일과 후에 휴대폰을 사용하게 한 후로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 일선 부대의 중론이다. 과도한 폐쇄성과 통제 일변도의 병영 문화는 모두를 불안하고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통제의 반대는 방종이 아니라 자율이다. 통제는 쉽고, 자율은 어렵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통제는 늘 손이 많이 가고, 자율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못 믿으면서 전쟁 나면 병사들에게 총은 어떻게 맡길 것인가? 지금 우리 군에 필요한 것은 병사들을 믿을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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