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발코니에 서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EPA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대통령은 2일 저녁 뉴스가 나가는 시각에 헬기를 타고 백악관에서 미국 최고의 군 병원으로 이동했다. 주말 포함 총 사흘을 입원한 트럼프는 역시 5일 저녁 뉴스 시간에 헬기로 백악관에 돌아왔다. 그리고 성조기가 세워진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고 거수경례를 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14일 자가격리는커녕 정확한 감염 날짜, 2m 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감염 예방 수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의 코로나 치료비용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자 기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트, 3일간 입원 및 약물 치료, 월터 리드 병원을 오간 헬리콥터 운송 등의 항목으로 의료비용을 계산했다. 60세 이상 환자의 코로나 바이러스 입원비용 평균 $61,912, 거기에 구급 헬기 이용비용 $38,770을 합친 금액은 약 10만 불이었다. 트윗의 반응은 이랬다.
"우리의 세금으로 이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그는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요."
"10만 달러가 넘는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은 대통령은 백악관에 돌아가 경기 부양 논의를 중단시켰더군요. 도움이 절실한 수백만 명 미국인들을 부정했습니다."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국민 모두 무상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모두에게 건강보험을"
별거 아니라고 큰소리치던 대통령의 치료비에 엄청난 국민 세금이 쓰인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지만 대통령은 태연히 트윗했다.
"코로나가 당신을 지배하게 두지 말라. 코로나를 두려워 말라. 우리는 세계 최고의 약을 보유하고 있다. 백신은 곧 나올 것이다."
50배 넘는 조기 투표
7일 부통령 토론회의 백미는 밥 우드워드 기자가 최근 출판한 <분노>의 내용 인용이었다.
"1월 28일, 부통령과 대통령은 이 전염병에 대한 정보를 보고 받았습니다.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염되고 젊은이들을 감염시킬 것이라는 얘기였지요. 그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보고했고 당신들은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것을 은폐했습니다."
올 초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이유에 대해 많은 미국 국민들은 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대통령과 행정부가 몰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미질병통제예방센터 CDC나 보건당국의 무능과 게으름이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 여겼다. 설마 그 위험을 알고도 그렇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국 최고의 탐사보도 기자는 반박했다. 대통령이 자신에게 직접 공기 감염을 설명하며 치명적인 바이러스라고 주의를 준 녹음테이프를 풀어 보인 것이다. 왜 진작 공개하지 않았냐는 비난이 기자에게 쏟아질 정도였다.
부통령 토론에서 진행자는 해리스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승인한 백신이 나오면 접종할 것인지 물었다.
"닥터 파우치와 과학자가 우리에게 접종을 권한다면 난 제일 먼저 맞겠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권한다면 나는 거부할 것입니다."
선거전 코로나 백신 개발로 반전을 노리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나타낸 대답에 펜스 부통령은 반발했다.
"당신은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계속 약화시키고 있소. 사람들의 삶으로 정치하지 마시오."
사람의 목숨을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이 누군지는 토론을 지켜본 국민들의 몫일 것이다. 채 한 달이 남지 않는 대통령 선거,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한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을 서둘러 지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법관 지명식에서 3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확진됐고 자가 격리 중이다. 한 표가 아쉬운 공화당으로선 큰 변수가 발생한 것.
▲지난 9월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
연합/AFP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지명한 대법관이 신속히 임용된다면 대통령 임기중 트럼프가 임명한 세 명의 종신 대법관과 공화당 성향의 판사들이 유리한 개표 결과를 판결할 것이란 계산이다. 바이든과의 표 차이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면 지난 2000년 부시와 고어와의 대결에서 부시의 손을 들어준 것 같은 판결을 기대하는 것이다. 최후의 보루가 대법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법률책에도 판례에도 없는 사건에 대법관의 판단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미국 국민들의 표심일 것이다.
"우리는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조기 투표 데이터를 수집하는 미국 선거 프로젝트(United States Elections Project)에 의하면 선거 4주 전인 10월 초, 벌써 4백만이 넘는 미국인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4년 전 대선에 비해 무려 50배가 넘는 수치이다. 위 단체의 플로리다 지역 책임자는 덧붙였다.
"사람들은 마음이 정해졌을 때 투표합니다. 우리는 많은 미국인들이 벌써 누구를 찍을지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월 8일 밤 9시 현재 미국 내 코로나 사망자는 21만 2천 명. 4주 후 대선엔 미국 유권자의 65%인 1억 5천만 명이 투표할 예정이다. 이는 1908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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