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한 뒤 워싱턴DC 백악관 밖으로 걸어나와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인근의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서 있다. 2020.6.1
AP/연합뉴스
경찰에 의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시위가 확산되기 시작하던 지난 6월 1일 백악관 주변 라파예트 공원의 시위자들이 경찰의 최루탄에 해산됐다. 잠시 후 시위 진압에 '군대 투입'을 거론한 백악관 기자회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그 길을 지나 '대통령의 교회'라 불리는 세인트존스 교회 앞에 선다. 그리고 검은색 성경책을 들어 보이며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특별한 말 없이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한 것.
17분 동안의 이 '성경 쇼'에 비난이 이어졌다. 세인트존스 교회 담임 신부는 어떠한 방문 통보나 교회 사용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대통령은 최루가스로 지역을 청소하고 우리 교회를 이용했다"라고 분노했다. "트럼프는 정치 목적으로 교회 건물과 성경을 사용했습니다. 하나님이 말한 건 사랑인데 그는 폭력에 기름을 끼얹고 있습니다"라며 교회를 이용한 대통령에게 불쾌감을 표했다.
당시 대통령의 깜짝 방문엔 선임 보좌관인 맏딸과 사위, 국가안보보좌관, 법무부 장관, 군복을 입은 합참의장 등 내각들이 함께했지만 일정을 알고 있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언론은 대선을 앞두고 팬데믹과 경기 침체, 흑인 인권 시위까지 가열되자 상황을 반전하려는 대통령의 '깜짝 아이디어'였다고 추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성경 쇼'는 그의 든든한 지지 그룹인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을 향한 제스처라는 분석이었다.
"해피 선데이. 우리는 신을 갈구해."
공화당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23일 일요일 아침, 대통령은 종교를 주제로 한 여러 개의 트윗을 올린다. 한 주 전에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하나님 아래'라는 말이 '충성 서약서'에서 삭제됐다는 거짓 주장을 되풀이하며 민주당이 올해 행사에 종교와 종교인들을 배제했다고도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 주의 주지사들이 모든 공개 집회를 제한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를 '필수 업종'으로 선언해 제외하려고 한 점을 환기했다. 더불어 일부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싫어하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노동자 보호에 관한 판결' 이후 대통령이 대법원을 공격한 사실도 지적한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지지가 자신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재선 도전에도 그들의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종교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행동은 그의 지지층인 복음주의 기독교 교회를 향한 구애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종교 박해에 관한 유엔 총회를 주재한 대통령입니다."
백악관 고문 켈리앤 콘웨이가 소개한 대통령 트럼프의 업적이다.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보수적인 기부자들 앞에서 연설하며 최근 성사된 이스라엘과 UAE와의 협정에 대해 자평했다.
"나는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의 화합을 이뤄냈다. 이것은 매우 역사적인 일이다. 이 일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이들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다. 내가 가장 고마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차기 대통령 임기 동안 대법원 공석이 최대 다섯 자리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사법부가 진보 성향의 판사들로 채워져 신의 뜻과는 다른 판결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위협이다. 지난 24일 노스캐롤라이나의 중심 도시 샬럿에서 그는 민주당을 향해 "그들은 총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석유와 가스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신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실시한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도의 72%가 트럼프의 업무 처리 방식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성과를 매우 강력하게 찬성하는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비율은 59%였는데, 이는 두 달 전에 비해 8%p 하락한 수치다.
왜곡된 복음주의와 대선
젊은 층 구독자를 자랑하는 웹기반 뉴스 매체 <복스>(Vox)는 25일자 기사에서 트럼프와 제리 폴웰 주니어 총장의 공생 관계를 주목했다. 설립자의 맏아들로 16억 달러의 기부금과 매년 12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자산 28억 달러의 이 공룡같은 대학 총장의 사임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불륜과 변태가 얽히고설킨 지금의 메가톤급 사건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래서 <복스>는 2015년도를 주목한다. 젊은 불륜남이 첫 폭로를 하려고 했던 해다. 난감해하던 총장 부부에게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겸 해결사 마이클 코헨이 그 뒤처리를 해줬고 그로 인해 트럼프와 총장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졌다는 것. 최근 회고록을 출판한 코헨 변호사도 <시엔엔>(CNN)에 자신이 폴웰을 위해 문제가 되는 사진들이 공개되지 않게 개입했다고 말하면서 그 추정은 신뢰성을 얻는다.
이로써 2016년 대선 당시 의문 하나가 풀린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선호하던 공화당 대선 후보는 테드 크루즈 (Ted Cruz) 상원 의원과 목사 출신인 마이크 허커비(Mike Huckabee) 아칸소 주지사였다. 특히 크루즈 의원이 자신의 대선 캠페인을 리버티 대학에서 시작하면서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성생활이 조잡하고 두 번이나 이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리 폴웰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는 트럼프를 지지한 최초의 저명한 복음주의자가 된다. 다른 복음주의 지도자들로부터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출마한 가장 부도덕하고 불경건한 사람"이라며 "아버지가 무덤에서 굴러 나올 것"이라고 비난받았지만 그는 꿋꿋했고 그의 힘은 다른 종교 지도자보다 강했다.
2017년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과의 인터뷰에서 폴웰 총장은 트럼프의 도덕성에 대해 우리는 모두 똑같다고 얘기한다.
"복음주의 기독교 신학은 모든 사람이 용서를 필요로 하는 죄인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누가 죄를 지었고 누가 죄를 짓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고 그들은 모두 똑같이 나쁘지요."
자신의 정치 참여에 대한 질문에도 신의 뜻을 언급한다.
"당대의 기성 정치인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대문으로 걸어놓은 제리 폴웰 주니어의 트위터.
제리 폴웰 주니어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을 옹립해 그의 임기를 4년 더 연장하자는 공화당 대통령 지명 전당대회 나흘간의 일정이 27일 끝난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이 와중에 리버티 대학교 총장 스캔들이 터지면서 4년 전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이 어떻게 왜곡됐는지 미국 유권자들은 낱낱이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총장의 추문이 폭로된 지난 24일은 리버티 대학교의 가을학기 수업 첫날이었다. 26일 <뉴욕 타임스>엔 리버티 대학교를 졸업한 한 학생의 의견이 지면에 실렸다. 제리 폴웰 전 총장이 리버티 대학교에 가르쳐 준 것, 그것은 바로 기독교 교육이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 그 전형을 보여줬다는 내용이다.
종교가 돈이 되고 권력이 될 때, 신앙이란 이름으로 이성적 사고가 마비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총장 부부의 오늘과 미국 사회의 4년이 그 대답을 해주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의 학생과 교수들, 그리고 미국 국민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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