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의원이 국회를 방문한 초등학생들에게 국회의원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해영의원실 제공
- 혹시 종교가 있으세요?
"가톨릭입니다."
- 종교의 힘인가요? 그런 마음가짐은?
"제 인생 목표 중 하나가 '욕구를 항상 줄여 나가자'는 거예요. 신기하게도 국회는 인간 군상의 욕구가 총결집하는 곳이잖아요. (웃음)"
- 젊은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이 '절제'를 좌우명으로 삼고 산다는 건 뜻밖인데요.
"제가 20대 후반에 선친이 암투병을 하셨는데 환자 간병인 역할을 전담해서 5년 정도 했거든요. 그때 제가 나름 암 공부를 많이 했어요. 암에 관한 책은 거의 다 읽다시피 온 신경을 쏟았는데, 어느 한순간 내가 환자 보호자로서 정작 '환자의 마음, 심리상태'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었구나 깨달은 겁니다. 그 이후 심리나 명상에 관한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어요. 그러면서 인간의 욕구를 점점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살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정치인들에게 늘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었어요. '왜 정치를 하시냐?'고요. 다들 당선되고 재선되고 삼선되는 데만 골몰한 것 아닌가 싶을 때 늘 그 질문이 입 안에서 맴돌았는데, 차마 묻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영혼 없는 답변에 실망할까봐 두려워서. (웃음) 의원님께는 여쭤봐도 될 것 같네요. 왜 정치를 하세요?
"제가 원외지역위원장을 처음 맡은 게 2014년 11월인데, 맡기 전 6개월 정도를 고민했습니다. 제가 결심을 하게 된 동기는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아요.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이란 것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것인데, 그게 한 인간의 많은 것을 좌우하는 건 불합리하단 생각.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력과 소득으로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기성세대가 어떻게든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사회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정치를 하게 된 직접적 동기입니다."
-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된 건, 의원님 자신의 삶의 경험 때문일까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고등학교 때도 취업반에 들어가 미용기술을 배우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법대에 입학하고 사법시험까지 통과하셨으니 개천에서 용이 난 셈인데, (웃음) 대개 그런 경우 "나도 해봐서 아는데"라든가 "노오력해서 나처럼 되라"는 투가 되기 쉽잖아요.
"정치는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인데, 제가 살아온 그런 과정들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 마음, 뭔가 앞으로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마음, 그리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의 마음,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좀 더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노무현 정신'은 기득권에 도전하는 용기
- 정치를 결심하게 된 초심에 비추어 지난 4년간 후회스럽거나 부끄러웠던 경험은 없습니까?
"(한참 생각하다가)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린 세 아이가 있어서 국회의원 하는 내내 아이들 부끄럽지 않게 활동하려고 했고, 저를 뽑아주신 연제구 주민들한테 누가 되지 않도록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각별히 조심을 했습니다. 국회의원이 국민들을 깍듯이 모시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책무지만, 저보다 권력이 있는 사람한테 할 말을 못 하는 건 공직자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보다 권력이 있는 사람은 안이든 밖이든 기본적으로 강하게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그래서 조국사태 때도, 문석균 후보의 세습공천 논란 때도,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 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발언을 하셨군요. 이번 윤미향 의원 사건에서도 그렇고요. 그런 불편한 소리를 하는 심정을 사람들이 알아줄까요?
"누가 알아주느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정치인으로서 제 스스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거죠."
- 이런 껄끄러운 쟁점이 터질 때마다 '다소 허물이 있더라도 지켜줘야 해'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 아닐까 싶어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른바 '지못미' 마인드. 의원님이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이란 뭡니까? 노무현 정신을 지킨다는 건 뭘까요?
"음... (생각하다가 또박또박 끊어서 말하며) 저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 만한 세상을 위해서 기득권과 사회 통념에 비판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슬로건을 많이 쓰잖아요. 거기서 '사람'이란 평범한 사람, 서민들을 말씀하신 거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기득권과 사회통념에 도전하는 용기를 몸소 보여주셨잖아요."
- 기득권과 사회적 통념이 우리 안에도 존재할까요?
"지금 국회가 비생산적인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가 절대 선이다' 이런 통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옳다, 우리 말이 항상 옳다'는 자세. '우리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상대방의 주장도 경청할 수 있지요. 정치권이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계속 엇나가는 경우가 있어요. 이전에 주장했던 것이 잘못이란 걸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솔직하게 '이전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20대 국회에서 30대 당선자는 의원님을 포함해서 전체 3명뿐이었습니다. 21대에는 2030세대가 13명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전체의 4.3%에 불과하고, 국회의원 평균연령도 54.9세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말씀하셨듯이 전체 대한민국 인구구성에서 2030이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2030 국회의원 수가 너무 적습니다. 모든 문제는 그 문제를 직접 겪은 사람, 특히 최근에 겪은 사람일수록 더 정확하게 알고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거든요. 지금 청년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일자리, 교육문제인데 하나같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투영된 복합적 문제들이에요. 더 많은 청년들이 국회에 진출해서 청년층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정책을 내야 합니다."
- 이번 21대 초선의 젊은 국회의원들을 비롯해서 후배 청년 정치인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회의원은 초선이든 다선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다 같은 국민의 대표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고요, 때문에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적 주요현안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의견을 밝히는 게 국회의원의 도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해영은 의원실 명패 앞에서 곧 헤어질 보좌진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그는 또다시 '윤미향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당 대표에 반하는 의견을 표했다. 그는 자신이 믿는 바대로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는 중이다.
▲의원실을 떠나며 김해영의원실 보좌진들과 기념촬영
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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