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성수동 와글 사무실에서 박혜민 대표를 만났다. 그는 MZ세대 기초의원 후보자와 유권자를 잇는 플랫폼을 표방하며 올 2월 뉴웨이즈를 설립했다.
재단법인 와글
현장 정치를 가르쳐 주는 학원은 없다. 정치인이 되려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치를 통해서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 마음가짐과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나누고 배우고 직접 체험해 볼 곳을 한국사회에선 찾기 힘들다. "우리에겐 왜 40대 총리가 없냐?"는 자탄의 소리가 선거 때마다 새어 나오지만, 정당들은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에 무심하고 태만하다. 정당의 인재 영입과 공천과정이 전근대적이다 보니, 힘 있는 권력자의 라인을 타지 못하면 정치에 입문하기 쉽지 않다는 게 통설이다. 청년들에게 대한민국 정당은 한 마디로 '구린' 곳이고, 선거는 '남의 일'이다.
올해 2월 문을 연 비영리단체 <뉴웨이즈>는 정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뉴웨이즈는 내년 지방선거라는 '경기장'에 젊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출전시켜서 승리로 이끄는 '에이전시'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지역별로 좋은 선수들을 추천하고 성장시킬 '캐스팅 매니저'를 동시 모집하는데 지금까지 전체 기초의원 선거구의 70%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총 2107명이 자발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뉴웨이즈는 '젊치인'(젊은 정치인)과 캐스팅 매니저(능동적 유권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의 20%를 2030세대로 채우는 걸 목표로 내걸고 있다. 2030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2030 기초의원 당선자는 전체의 6% 수준에 머무는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이 야심찬 <젊치인 프로젝트>를 론칭한 이는 20대 박혜민 대표(28)이다.
지난달 29일, 내가 일하는 서울 성수동의 와글 사무실에서 박혜민 대표를 만났다. 나와는 구면이다. 그가 대학을 휴학하고 사람책 도서관 사업을 하는 소셜벤처 <위즈돔>에서 근무할 때 와글 행사를 의뢰하며 처음 만났고, 이후 그가 소셜벤처를 육성하는 임팩트 투자사 <소풍 벤처스>에서 일할 때도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어 수시로 마주쳤다. 와글이 사무실을 근처로 옮기면서 한동안 소식을 모르고 지냈는데, 올해 초 청년 정치인 배출을 위한 비영리단체를 만든 게 '그때 그 박혜민'이란 사실을 접하고 놀랍고도 반가웠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던 젊은이가 비영리 시민단체의 전업 활동가로 전직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어서 더욱 그랬다.
- 이전 직장이 스타트업 항공사였다면서요? 안정성이나 대우로 보면 지금 뉴웨이즈보다 훨씬 좋은 조건 아니었나요?
"제 연봉의 최고점이었죠. (웃음) 그래서 뉴웨이즈도 할 수 있었어요. 제 잔고가 0원이었으면 이 일을 시작할 수 없었을 거예요."
- 그간 벌어놓은 돈을 까먹으면서 여름휴가도 없이 사서 고생을 하는 셈인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세요?
"새로운 항공사를 만드는 일도 엄청 멋지고 매력적인 일이었지만, 제가 가진 삶의 불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지금의 일이 훨씬 뾰족한 것 같아요. (웃음)"
박혜민 대표가 환하며 웃으며 말했다. 그가 벌이는 '뾰족한 일', 높은 연봉과 지위보다 더 매력적인 일에 대해 더 많은 얘길 듣고 싶어졌다.
지금 '젊치인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기초의원 젊치인 후보자 상시 모집!
지원 자격: 만 25세 이상 만 40세 미만 피선거권에 결격이 없는 분, 신입 가능
채용 형태: 4년 임기 선출직 공무원, 겸직 가능
근무 형태: 의무 출석 일수 평균 연 100일 (근무 지역에 따라 다름)
급여: 평균 4,000만원 이상 (근무 지역에 따라 다름)
기초의원이란 직업에 대한 뉴웨이즈의 설명 문구이다. '신입도 가능하고 겸직도 가능한 연봉 4천 정도의 4년 임기 선출직 공무원'. 뉴웨이즈는 정치성향과 정당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뉴웨이즈는 기초의원이 될 젊치인의 자격조건으로 태도와 관점, 자질을 중시한다. 평이한 것 같지만, 가장 어렵고 중요한 요건이다.
자격요건:
사심 때문에 공동의 문제를 타협하거나 미루지 않는 분
모르는 것을 배우고 틀린 것을 수정하며 계속해서 배우는 분
차별과 혐오를 하거나 묵인하지 않는 분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분
해오던 대로 관성적으로 하지 않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