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미시건에서 유세하는 트럼프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시건 주 배틀크리크의 켈로그 아레나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EPA
트럼프 재선에 또 하나의 청신호는 민주당의 후보 난립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12월 19일 여섯 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를 펼쳤다. 이날은 조 바이든, 엘리자베스 워렌을 비롯해 모두 7명이 토론 자격을 충족해 참가했다. 하지만 아직 후보군에 남아 있는 이들이 15명이나 된다. LA에서 열린 2019년 마지막 토론회 승자는 버니 샌더스라는 평이 있지만 그 전엔 엘리자베스 워렌이었다. 가장 집중도가 높았던 첫 번째 토론회의 승자였던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12월 초 후보직을 조용히 물러난 상태다.
한마디로 지지하고 싶어도 누가 트럼프의 상대가 될지 아직도 안갯속인 것이다. 여기에 아직 한 번도 토론회장에 오르지 않은 초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TV 광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 중이다.
2016년 11월 9일,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확정된 아침이 생각난다. 전날 못 끝낸 도자기 작업 마무리를 위해 난 학교로 향했다. 하지만 그날 공기는 매우 달랐다. 평소 과도하게 활기차던 아침 방송 앵커부터, 길에서,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얼이 빠진 느낌이었다. 어제 저녁 수업 시간 내내 개표 현황을 전해주며 환호하던 젊은 교수 애슐리도 부스스한 얼굴로 느지막이 교실에 나타났다.
조심스레 안부를 물으니 울듯 말듯한 푸석한 얼굴이다. 선거 후 휑하니 구멍 뚫린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나는 주저리주저리 위로의 말을 건넸다. 우리 한국도 그랬다며 독재 정권 얘기, 촛불 얘기, 탄핵 얘기를 했던 것 같다. 한참 마무리를 하던 벽걸이 작품의 원그림이 오윤이란 한국의 목판화가 그림이었는데 스케치를 보여주며 하던 설명을 곁들였다. 그때 멍한 얼굴로 내 얘기를 듣던 애슐리가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위로해줘서 고마워. 너넨 탄핵을 했다고? 우린 글쎄... 하지만 이건 확실해. 4년 후 재선은 안돼, 절대 안 돼."
당시엔 전날 막 끝난 선거를 놓고 탄핵이나 재선이란 말 자체가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그건 생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었다. 선거 1년을 남기고 미국 하원은 참 어렵게 대통령을 탄핵했고, 그것과 상관없이 트럼프의 재선은 이렇게 눈앞에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애슐리처럼 재선은 안된다고 주문처럼 외쳤던 이들의 바람이 지금까진 회의적으로 보인다. 임기 내내 외친 탄핵이 가시화된 2019년 말까지도 오히려 트럼프 세력의 결집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그 주문은 더욱 위태롭다.
2020년 미국 대선은 다시 트럼프일까? 아니면 아직 사분오열된 민주당의 누구일까? 애슐리의 바람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도 마음 졸이며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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