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8월 말, 일본의 신슈대학교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조사한 4대강 조사에서 박호동 신슈대학교 교수가 금강의 남조류 측정을 하고 있다.
김종술
먹는 물의 경우는 그나마 고도정수처리하지만 농업용수는 양수장을 통해 그대로 작물에 공급된다. 박 교수 연구실에서는 지난 2014년에 '쌀과 브로콜리의 성장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의 축적 및 억제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을 첨가한 물로 농작물을 수경재배한 결과를 분석한 논문이다.
이 논문의 결론은 "남조류가 많은 농업용수를 통해 브로콜리와 같은 채소류와 쌀 등 일부 농작물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것이었다.
박 교수는 "우리의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보고나 연구결과에서도 농업용수에 마이크로시스틴이 함유돼 있으면 농작물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일본의 경우, 상수원 또는 농업용수에서 녹조가 발생하면 이를 줄이는 단기적, 장기적 계획을 세워서 녹조를 줄이는 대책을 만든다"고 밝혔다.
그에게 한국의 4대강에서 녹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보를 해체해서 4대강사업 전의 자연의 강으로 복귀하는 것이 제일 좋은 조치이다. 그렇지만 보를 해체하는데 또 많은 혈세를 들여야 할 것이다. 마음이 아프지만 학자들과 관계자들이 협력하여 보의 운영 즉, 체류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을 활용해 녹조 발생에 대한 억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4대강사업을 주도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일부 농민들이 '농업용수가 부족하고,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지하수의 전문가와 수리학자의 자문을 거쳐 정밀 조사하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미래를 위한 재자연화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녹조 농사] 끔찍한 결말을 우려한다
박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 답변지에 자신이 참여해서 2015년 12월 대한환경공학회지 제37권 제12호에 개재한 논문 '남조류에서 발생하는 독소의 문제점과 대책'을 보내왔다. 이 논문의 서론은 이렇게 시작한다.
"2014년 여름 미국 오하이오 주 북부, 5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Lake Erie)의 서쪽에 인접한 톨레도(Toledo)에서 약 50만 명의 시민에 대해 음용, 요리 및 목욕 등에 있어 수돗물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리호에서는 2011년부터 거의 매년 여름 독성 조류의 이상 발생이 보고되어 왔다. 2011년부터 계속된 비상사태인 녹조현상의 발생 원인으로 인구증가 및 농법, 수온 이외에도 기후변동의 영향이 지적된다. 이후에는 세계 각지의 담수역에서의 남조류의 대량발생이 종래를 상회할 우려가 있다.
녹조현상을 형성하는 남조류 중 일부는 동물에 대해 간독, 신경독, 사람에 대해 피부독, 미생물에 대해 세포독으로 작용하는 여러 종류의 독소를 단독 또는 복수 함유하고 있으며, 외국 여러 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남조로 인한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폐사가 보고되었다."
아래 사진은 지난 8월 30일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이 오마이뉴스 취재팀에 보내온 창녕 어연양수장의 모습이다.

▲경남 창녕 어연양수장의 녹조
임희자
낙동강 물을 퍼올리는 양수장의 펌프 호스가 녹조밭에 박혀 있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이 물을 퍼서 창녕군 도천면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4대강사업 이후 매년 창궐하는 녹조의 '독극물'이 함유된 물로 버젓이 농사를 짓고 있는 현장이다.
박 교수의 논문의 결론은 이렇게 적고 있다.
"남조 독소에 의한 동물의 사망은 187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노듈라리아 스푸미제나(Nodularia spumigena)에 의한 보고를 시작으로, 1995년에서 1998년까지 캐나다에서 일어난 야생 조류의 폐사(26만 마리 이상)까지 다수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운 나라는 아직 없다. 1996년 2월 브라질의 카루아루(Caruaru)에서는 수원지의 남조 독소의 혼입에 의해 50명 이상의 투석환자가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일본에서도 상수도 수원지인 호수 및 댐에서 유독 남조류가 발생했다는 예도 있어 상수도를 통한 인체에의 영향이 우려된다."
낙동강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박 교수의 우려가 끔직한 결말로 귀결될 수도 있다.
그들이 과학을 부정하는 까닭
녹조 문제는 낙동강 8개 보의 수문만 열어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데도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4대강사업 이전에도 물 부족 없이 농사를 지어온 일부 농민들도 보의 수문을 열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녹조물 농사'를 고집하고 있다.
수문을 열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낙동강의 녹조물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수문 개방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면 된다. 하지만 달성군 등 자유한국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수위가 내려갈 경우를 대비해 양수펌프를 개선하고 농업용수 부족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정부 예산 투입 방침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수문을 개방하려는 현 정부의 조치가 과거 정권의 업적을 부정하려는 정략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누가 정략적일까?
박 교수의 주장처럼 수문을 열어 강물의 지체시간을 줄이면 녹조가 사라질 것이라는 과학을 인정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22조 원의 예산을 들인 4대강사업의 민낯이 드러나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과학의 눈으로 4대강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강의 재자연화는 물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오마이뉴스>는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 기획보도를 통해 4대강 보 해체 처리방안에 대한 '가짜뉴스'를 검증하는 기획 보도를 내보낸다. 이 기사에 보내주시는 '좋은 기사 원고료'는 지난 10여 년 간 금강을 취재하면서 4대강사업의 폐해를 고발해 온 김종술 기자의 취재비로 전달된다. 많은 격려와 후원을 부탁드린다.
낙동강 탐사 공동주최 :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
공동 주관 : 낙동강네트워크,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공대위
낙동강 취재팀 : 김종술, 이철재, 계대욱, 김병기, 권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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