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선 영풍제련소 공대위 집행위원장.
권우성
낙동강은 영남인 1300만 명의 식수원이다. 낙동강 최상류에 이런 오염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영풍제련소가 제3공장을 지으면서부터였다. 70년대에 1· 2공장이 지어졌고, 지난 2005년 제4종의 소형 대기배출사업장으로 제3공장을 설립 신고했다. 영풍제련소는 연간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80톤 이상인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 제1종 사업장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2013년 8월에 불법 가동 사실이 적발됐다. 이후 건축법 위반에 따른 이행강제금 14억600만원을 내고 불법 건축한 제3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보전산지이자 하천침수지이고 철도용지로 애초에 허가가 불가능한 곳인데 결과적으로 봤을 때 꼼수를 부린 셈이다.
하지만 감독관청이 제대로 감시만 했다면 이런 꼼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경상북도는 대기와 수질, 대구지방환경청은 화학물질과 지정폐기물, 봉화군은 일반폐기물과 토양, 지하수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제3공장에 대해 봉화군, 경상북도, 환경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빙산의 일각] 연이은 위법
"무법천지", "무소불위", "영풍공화국", 영풍제련소 공대위 관계자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과장이 아니다. 그간 영풍제련소를 둘러싼 위법사항을 정리해봤다.
- 허가 없이 제3공장 불법 증축 및 운영. 2013년 이후에만 환경법령 위반 46건.
–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환경법령 위반 36건(폐수 및 대기배출시설 운영·관리 미흡, 대기 배출허용기준 초과, 수질 배출허용기준 초과, 수질오염물질 무단배출, 지정폐기물 관리기준 위반 등).
- 2017년 10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과징금 6천만 원으로 대체.
- 2018년 2월, 폐수 무단 방류 및 불소·셀레늄 배출허용기준 초과. 4월, 조업정지 20일 처분.
– 2019년 4월, 환경부 특별지도·점검으로 폐수배출시설 및 처리시설 부적정 운영, 무허가 불법 지하수 관정 설치·운영 등 물환경보전법, 지하수법 등 6개 관련 법률 위반 적발. 조업정지 120일 처분 경상북도에 요청.
– 2019년 7월, 대기오염물질 측정자료 3년간 1800여건 조작으로 임원 구속.
지난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눈여겨 볼만한 판결도 있었다. 조업정지 20일에 불복해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영풍이 패소했다. 경상북도의 조업정지 20일 처분이 적법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영풍의 "법규위반 정도가 경미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위반행위를 했다고도 볼 수 없다"면서 "수질오염 방지와 공공수역의 물환경 보전이라는 중대한 공익에 대한 침해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엄중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수차례 환경법령 위반 전력이 있고 2017년 말 과징금 대체 후 불과 4개월 만에 불법을 자행했기에 환경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조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것도 "더 이상 영풍제의 환경관련 법규위반에 대한 적절한 제재수단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조업정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재가동시 사고 위험 등의 문제는 조업정지 후 재가동할 때 "설비 점검 및 보수를 통해 영풍 스스로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즉각 항소했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통해 지금도 공장은 돌아가고 있다.
[수사 촉구] "영풍 최고 경영진에게 책임 물어야"

▲새벽시간 집중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
영풍제련소 공대위
최근 공대위 법률대응단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과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의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구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영풍제련소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대기오염물질 측정자료 1868건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고, 4차례 배출부과금을 면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측정대행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루는 등 갑의 위치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조작을 강요했고, 여수산단 대기오염 배출조작 사태 이후 증거인멸을 지시한 의혹도 제기됐다.
법률대응단 백수범 변호사는 "제련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시점이다, (측정자료 조작을)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고 실무선에서 단독으로 결정하는 게 기업 운영 측면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면서 "최고 경영진, 그룹 핵심부의 관여 여부를 수사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기에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17일, 영풍제련소의 요청으로 두 차례나 연기됐던 조업정지 120일에 대한 청문 절차가 진행됐다. 경상북도는 그대로 행정처분을 내리게 될 것인가. 이럴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카드는 '주민생계'와 '지역경제'이다. 석포 전체 인구는 2200여 명이다. 제련소와 협력업체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1200여 명이고 이중 800명이 석포면에 거주하고 있다.
"이 공장이 없어지면 굶어 죽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공장이 없어지면 대안을 찾으면 되고 얼마든지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신기선 집행위원장이 사업주의 부도덕한 행태를 꼬집으며 제련소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도 나설 수 없는 주민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영풍제련소의 환경오염과 불법행위는 반세기 동안 거듭됐다. 공대위 관계자들은 영풍제련소측이 그간 보여온 행태로 볼 때 이를 개선할 의지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물환경보전법 3차 위반 사항이 내년 4월 전에 적발되면 허가취소 또는 폐쇄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 역시 확실치 않다.
[죽음의 강] 다슬기 한 마리도 없다
▲낙동강 최상류 백두대간 협곡 사이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서 1970년 세워진 영풍제련소는 50년가까이 아연과 황산 등을 생산하고 있다.
권우성
낙동강 답사팀이 이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제1공장 700여 미터 상류였다. 제련소로 들어가기 전 강에서 관찰되는 다슬기가 제련소를 지나고 나면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상식 공동대표는 분통을 터트렸다.
"1공장 바로 위까지는 아주 건강하다. 그런데 1공장이 시작되는 입구부터 그러니깐 원료가 들어오는 입구부터 시작해서 그 밑으로는 다슬기도 한 마리도 없고 저서 생명체도 한 마리도 없고 완전히 죽음의 강이다. 산, 강, 농토, 식생 전체가 다 망가져 버린 거다."
만약 영풍제련소가 없었다면 석포는 어떤 풍경일까. 영주 무섬마을, 예천 회룡포, 안동 하회마을과 같이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강 따라 물돌이 마을이 형성되었을 곳이다. 하지만 아직도 괴기스러운 공장 풍경이 들어서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의 말처럼 '죽음의 강'을 만드는 제조공장이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최상류에서 버티고 서 있다는 점이다.
영풍제련소에 도착한 뒤 잠시 잦아졌던 공장의 굴뚝 연기가 낙동강 답사팀이 떠날 때부터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낙동강 최상류에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영풍공화국의 질주는 언제쯤 끝이 날까?
낙동강 탐사 공동주최 :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
공동 주관 : 낙동강네트워크,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공대위
낙동강 취재팀 : 김종술, 이철재, 계대욱, 김병기, 권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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