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목을 심지 않고 으슥한 곳에 버렸다. 국민 세금이 산에 버려지고 있다.
최병성
제보자의 설명에 따르면, 조림 과정에 보통 30%의 묘목이 남게 되는데 이렇게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버리거나 파묻어 버린다는 것이다. 산림청 고시문에는 1ha당 인건비 기준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조림작업을 비롯해 풀베기와 가지치기 등이 하도급으로 이뤄지다보니 작업자들이 법에 정한 인건비를 다 받지 못해 대충 묘목을 심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숲가꾸기 사업을 오래해온 산림청 관계자와 이야기 나누었다. 그는 30%까지는 아니고 약 5%는 관행적으로 버려진다고 대답했다. 예를 들면, 2000평에 2000개의 묘목을 심는 식으로 정해진 산림청 기준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바위 등이 있는 곳에는 묘목을 심을 수 없어 보통 5% 정도의 묘목이 남게 되는데, 이를 다시 반납할 수도 없고, 팔다가 걸리면 더 큰일 나니 어쩔 수 없이 파묻거나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버린다고 했다.
산주는 숲가꾸기에 관심 없는데, 산림조합과 산림법인 등이 조림과 풀베기, 가지치기 등의 모든 비용을 국민 혈세를 퍼부어 진행하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제보자와 함께 찾아간 또 다른 조림 현장이 바로 그 사실을 입증했다. 30~40년 된 상수리나무 숲을 싹쓸이하고 어린 상수리나무를 심었다는 현장이었다.
4년 전 싹쓸이 벌목이 이뤄졌다는데 상수리나무들이 내 키보다 더 크게 자라 있었다. 나무 기둥 아래를 파보았다. 어린 묘목이 자란 것이면 그루터기가 없을 것이고, 벌목된 상수리나무에서 맹아가 나와 자란 상수리나무라면 그루터기가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낙엽을 걷어내니 놀랍게도 그루터기가 모습을 나타냈다. 한결같이 지름 26cm에 이르는 상수리나무들이었다. 국민 혈세로 새로 심은 상수리 묘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