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의 산사태 조사단 명단. 산림청은 산사태 현장마다 이런 정도의 전문가들을 조사단으로 보내 산사태 원인을 조사해 왔다.
산림청
산림청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 직전 산림청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치산기술협회 직원들, 산림청으로부터 사업을 받아 살아가는 산림기술사, 그리고 산림청으로부터 수시로 거액의 용역을 받는 대학교수들이 산사태 발생 원인을 제대로 조사할 리 만무하다.
산림청의 산사태 조사 보고서들을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산사태 현장이 많고 지역과 위치도 각기 다른데, 산사태 발생 원인은 '① 극한 호우 ② 연약한 지질 구조 ③ 오목한 지형 ④ 용출수 추정' 등으로 마치 정해진 정답을 베낀 것처럼 모두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매년 여름 산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 산림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는 산사태 원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산사태 원인을 조사하고도, 왜 산사태 발생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것일까?
'벌목'은 산림청의 핵심 사업이다. 벌목을 해야 조림 사업을 할 수 있고, 풀베기, 가지치기 등 산림청 산하 벌목상과 산림조합과 육묘상, 펠릿업자 등의 돈벌이가 가능해진다.
수백 년 사는 나무임에도 대한민국 숲이 30살 된 늙은 숲이라며, 탄소 흡수원 조성을 위해 벌목해야 한다고 국민을 속여 온 산림청이다.(관련기사: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 https://omn.kr/1t88z) (
싹쓸이 벌목의 진짜 이유, 대통령도 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 https://omn.kr/1tkiw)(
국유림 금강송도 싹쓸이 벌목... 들통난 산림청의 거짓말 https://omn.kr/1txs2)
상습적으로 산사태 발생 원인을 호도한 산림청
지난 2017년 7월,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과 미원면 두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였다. 산림청은 산사태 직후 단 며칠 만에 전문가 조사를 통해 산사태 원인이 기록적인 폭우와 취약한 지질 구조 때문이라며 자연재해로 결론지었다. '①기록적인 폭우와 ②취약한 지형과 지질 구조'는 역시 산림청이 산사태 조사 결과에 되풀이하는 단골 메뉴다.

▲2017년 청주에서 산사태로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산림청의 조사 발표 자료.
산림청
그러나 지질토목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2017년 두 현장을 모두 살펴보고, 자연재해가 아니라 산림청의 벌목과 조림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임을 강조했고, 해외 유명 학회지에도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사건 발생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수곤 교수는 내게 이곳의 산사태 원인은 벌목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의 산사태 관련 이수곤 교수 해외 학회지에 실린 논문. 벌목하고 소나무 조림한 곳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이수곤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산사태. 이수곤 교수는 어린 나무 심은 자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표시했다.
이수곤
당시 산사태 현장을 조사한 이수곤 교수의 사진에는 산사태 시작이 벌목과 조림 때문임이 그대로 담겨 있다. 낭성면은 2012년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미원면은 2014년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벌목 후 조림한 나무가 아직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집중호우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2017년 산사태가 발생한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산사태 시작점. 벌목한 나뭇가지들이 쌓여 있고, 새로 심은 자작나무 뿌리가 드러나 산사태 발생 원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수곤

▲청주시 미원면 2017년 산사태 현장. 벌목하고 소나무 심은 곳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산사태가 시작된 곳에 붉은 동그라미 안에 새로 심은 어린 소나무들이 보인다.
이수곤
지난 2023년 여름, 두 현장을 찾아갔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 6년여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2017년 산사태가 발생한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좌측 낭성면에는 잎이 병들어 누렇게 변한 자작나무들이, 우측 미원면에는 6년여만큼 조금 더 자란 소나무들이 그날의 산사태 발생 원인을 말하고 있었다. 특히 자작나무는 추운 지역에 자라는 나무로,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인제까지가 한계선이다. 지형과 기후에 맞지도 않은 나무를 심기 위해 사람을 죽인 꼴이다.

▲산사태 발생 6년여 지난 2023년 여름, 2017년 산사태가 발생했던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과 미원면 현장을 찾았다. 아직도 산사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최병성
논문 '산림 벌채가 산사태를 일으켜 토양 유기탄소와 총 질소 이동에 영향을 미친다'(2023.12)에 따르면, '심은 나무는 미성숙하고, 벌목한 나무는 썩어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다'며, 조림한 나무뿌리가 튼튼히 자리 잡는 20년까지 계속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해외 많은 논문들이 동일하게 지적하는 내용이다.

▲벌목 후 5~10년 사이에 잘린 나무의 그루터기 뿌리가 완전히 썩고, 새로 심은 나무의 뿌리가 자라 안정될 때까지 20년 동안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밝힌 논문.
해외 논문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만든 '숲과 산사태'에도 벌목 후 나무뿌리가 썩어 응집력이 사라져 20년까지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FAO 보고서에 경사지 숲의 나무를 벌목하면, 20년까지 산사태가 증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FAO
전국 곳곳의 주택지 뒤편 경사지에 싹쓸이 벌목을 해 위험천만한 현장들이 많다. 지금은 초록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잘린 그루터기 뿌리가 썩고, 새로 심은 어린나무가 뿌리내리는 20년 동안 언제든 극한 호우에 산사태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만든 꼴이다.
억울한 죽음 멈추게 해야
청주 상당면의 2017년 당시 산사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가족을 잃은 두 집을 지난해 여름 방문했다. 그러나 두 집 모두 산사태 이후 가족을 잃은 충격을 견디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없었다.
그동안 벌목과 임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산림청 대변인에게 '산사태로 인한 피해자에게 지금까지 산림청이 피해 보상을 해 준 적이 몇 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한 건도 없다는 답을 들려주었다.
산림청이 산사태를 자연재해로 포장하면,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어디서도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장마가 시작되는 지난 6월 산림청은 '산사태, 막을 순 없어도 피할 수는 있습니다'라는 표어를 걸고 대국민 홍보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사태가 산림청의 벌목지와 임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이 벌목과 임도 건설을 줄이면 산사태 발생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산림청은 산사태를 막을 수 없지만, 피할 수 있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 갑자기 발생하는 산사태는 피할 수 없지만, 인위적으로 산을 건드리지 않으면 산사태를 막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산사태 발생 원인은 극한 호우가 아니다. 대부분의 산사태가 사람이 건드린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림청
매년 반복되는 산사태 산림 재난을 멈추게 하려면 공정하고 올바른 산사태 조사를 위한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 벌목과 임도 건설로 산사태를 촉발한 산림청과 산림청 관계자들을 산사태 조사단에서 배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산사태 원인 조사가 왜곡될 수밖에 없고, 억울한 죽음도 매년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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