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6년째 랜선 육아 중인 엄마가 스튜디오를 찾았다. 금쪽이는 태어난 지 1년 반 만에 부모와 떨어져 시골의 외갓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엄마는 앞으로 금쪽이와 함께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문제는 금쪽이가 엄마와 통화를 거부하는 등 부정적 관계를 맺고 있따는 점이었다. 1년에 3~4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상황도 문제였다.

7살 생일을 맞이한 금쪽이는 케이크가 없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엄마와 아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딸의 생일조차 챙기지 못했다. 할머니는 금쪽이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었고, 할아버지는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산책을 나서며 애정을 표현했다. 6년 넘게 부재했던 부모를 대신해 부족한 없이 금쪽이의 마음을 채워온 조부모의 구수한 사랑은 분명 감동적이었다.  

'격대교육'의 장단점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 채널A

 
조부모가 손주를 맡아서 교육하는 것을 '격대교육'이라고 한다. 연륜과 지혜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과 태도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엄마는 금쪽이와 하루에 세 번 통화를 하고 있지만, 금쪽이가 먼저 전화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금쪽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여기는 걸까. 

금쪽이는 집에선 조부모와 증조부모를 들었나 놨다 할 정도로 수다쟁이었으나, 밖에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키즈카페에서도 또래와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면 유치원 생활은 어떨까. 시골이라 통합반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금쪽이는 또래와 어울릴 기회 자체가 적었다. 오은영 박사는 발달에 필요한 자극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고추 농사를 돕던 금쪽이는 엄마의 전화에도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엄마가 궁금했던 것에 대해 질문을 하자 전화를 끊으려 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엄마의 전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통화 내용이 엄마가 궁금한 것 위주로 채워지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금쪽이 입장에서는 보고하거나 체크당하는 느낌이라 불편했던 것이다. 

또,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좋아하는 금쪽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결국 엄마가 금쪽이를 만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엄마는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긴데 금방 가까워질 수 있을지, 키워주신 할머니가 없으면 불안해하지 않을지 걱정을 늘어놓았다. 오은영은 '친한 이모'처럼 군다며 부모가 가져야 할 양육의 책임감을 상기시켰다. 

"랜선 육아는 이제 그만하셔야 합니다. (...) 이런 표현 죄송하지만 액세서리 같아요." (오은영)

그날 저녁 다시 엄마와 금쪽이의 통화가 이어졌다. 엄마는 공부에 대해 언급하면서 영어 학원을 다녀야 하지 않냐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엄마와 정서적 소통을 바랐을 금쪽이는 불만을 토로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과도하게 열성적인 주변 분위기에 조급해지는 엄마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할머니가 방임/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지나치게 느껴졌다. 

오은영은 교육적 자극의 필요성을 전제하면서도 환경적인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은 엄마의 태도를 지적했다. 또, "부모가 중심이 되어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치열하게 고민을 하지 않"은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현재 금쪽이네의 상황은 교육을 논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부모와 자녀의 정서적 결손이 많았다. 이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금쪽이의 학업에도 영향을 줄 게 분명했다. 

한편, 오랜만의 가족상봉에세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엄마는 금쪽이가 보는 앞에서 아빠에게 면박을 줬고, 금쪽이는 엄마의 행동과 말투를 그대로 따라했다. 아빠와 딸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아빠가 딸에게 손도 못 대게 했다. 이유를 묻자, 아빠에게 금쪽이를 뺏기는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너무 불안하다는 것이다. 

"제가 굉장히 강하게 말할 때가 있어요. 내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서줘야 할 때 그래요." (오은영)

아이는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관련 이미지. ⓒ 채널A

 
오은영은 아이는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따끔하게 말했다. 부녀 지간의 거리를 벌려놓는 행동은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였다. "부부의 갈등은 부부가 해결할 문제인데, 왜 아이에게 영향이 가게끔 하"냐는 말에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오은영은 금쪽이를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평소보다 훨씬 강한 어조로 부부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외할머니는 엄마 아빠에게 여름방학 1주일 동안만이라도 함께 보내라고 제안했지만, 엄마는 아이가 앞에 있는데 대놓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아빠는 집이 작아서 안 된다고 대답했다. 금쪽이는 "나 여기(서울) 살면 안돼?"라고 말했다가 엄마의 놀란 반응에 서둘러 시골에 살면 안 되냐고 말을 바꿨다. 육아를 떠밀고 변명만하는 부모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했다. 

오은영은 집이 커지면 아이가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은 부모의 착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유가 생길 때 데려온다는 막역한 계획, 기약 없는 약속을 기다려야 하는 금쪽이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과연 어린 금쪽이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오은영은 아이와 함께 살 수 없을 정도이 심각한 경제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하루라도 빨리 금쪽이를 데려오라고 조언했다. 

"엄마 아빠와 사는 친구가 부러워." (금쪽이)

오은영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건 부모의 깊고 따뜻한 사랑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부모 수업에 돌입한 부부는 역지사지 심리극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빠를 대하는 본인의 모습을 목도하고 충격을 받은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부부는 금쪽이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상호 존댓말을 사용하며 서로에 대해 존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금쪽이와 만나는 시간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우선, 금쪽이 방을 만들어 '가족'이라는 개념을 물리적으로 느끼게 했다. 자신의 공간이 생긴 금쪽이는 한껏 신이 나서 행복해했다. 또, 가족 관계 증명서를 보여주며 셋은 하나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주었다. 엄마 때문에 아빠를 거부했던 금쪽이는 달라진 엄마의 태도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부부는 금쪽이가 다시 외갓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공동 랜선 육아를 통해 금쪽이의 일상을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제 금쪽이는 아빠를 피하지 않았고, 서로의 노력으로 사랑을 키워나갔다. 금쪽이네가 함께 행복한 가족으로 성장해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