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및 시대를 아우르는 과거 명반을 현재 시각에서 재해석하며 오늘날 명반이 가지는 의의를 되짚고자 합니다.[편집자말]
한국 신스팝의 역사 혹은 계보를 정립할 때 나미를 빼놓을 수 없다. 미8군에서 활동하며 일찌감치 서구적 음향을 체화한 나미는 나미와 머슴아들의 명의로 1979년 작 <나미와 머슴아들>을 발매했다.

토속적 이름의 실체는 밴드 리더 프랑코 로마노를 비롯한 5인의 이탈리아 연주자들로 '영원한 친구'의 펑키 디스코 사운드를 너끈하게 구현했다. 최근 장기하가 음악 감독을 맡은 영화 <밀수>에도 나미와 머슴아들의 '미운정 고운정'과 '행복'이 영화  분위기를 살렸다. 미8군 무대와 머슴아들과의 경험은 나미의 사운드적 방향성을 암시했다.

김명곤과의 만남
 
 나미 < Overture >.

나미 < Overture >. ⓒ 양지엔터테인먼트

 
1980년대 초반까지 비교적 몰개성한 가요를 부르던 나미에게 사랑과 평화 출신 키보디스트 김명곤과의 만남은 변곡점이었다. 이문세의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1985)와 4집 <사랑이 지나가면>(1987)의 당대 최고의 편곡가 김명곤은 <나미 Vol.4>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대표곡 '보이네'와 '슬픈 인연'을 수록한 <나미 Vol.4>는 실로 한국 댄스 팝 명작. 김명곤의 매끈한 편곡에 특유의 비음이 달라붙은 트랙들은 사십 년 가까이 흐른 지금에도 모던하다.

<나미 Vol.4>와  '인디안인형처럼'과 '도시의 이방인'으로 신스팝 왕좌를 지킨 6집 <나미> 에 비해 5집 < Overture >의 언급은 덜하나 장르 음악의 깊이는 두 앨범 못지않다. 리듬 트랙과 선율에 걸친 신시사이저의 높은 활용도와 기계적인 음향은 당시 서구 음악의 특질을 반영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도입부 서곡을 의미하는 오버추어(Overture)는 장르 음악을 향한 청사진을 암시한다.

1980년대 한국 신스팝 재조명

1970~80년대 개성파 가요가 젊은 마니아들에 의해 재발굴 되고 있다.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수민(SUMIN)이 리메이크한 '사랑이야 묘한거야'는 독특한 음향 효과와 카랑하고 새초롬한 보컬로 < Overture >를 요약한다.

알싸한 신스록 '사과하나'와 베이스 라인이 도드라지는 '사랑을 느낄때', 분위기 있는 라이트 멜로우 '입술에 묻은 이름' 모두 장르의 매력을 드러냈다. 로보틱한 비트에 화려한 신스 리드를 결합한 '외길차표'는 전자음악적 요소를 부각했고, 장르 음악과 전형적 가요의 중간 지대에 있는 '그대 곁을 떠나겠어요'로 대중성도 확보했다.

< Overture >의 세련미엔 연석원이 있다. 마니아들에게 회자한 1991년도 퓨전 명반 < The Mermaid >를 최근 엘피로 재발매한 한국 대중음악의 숨은 천재 연석원은 본인의 작품에서 펼쳐 보였던 전자음악의 통찰력을 본작에도 투영했다. '사과하나'와 '그대 곁을 떠나겠어요'의 독특하고도 개성적인 악곡 전개가 그의 몫이다.

1980년대를 호령했던 나미의 음악은 현시점에도 소구력을 지닌다.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와 '빙글빙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응과 각종 후속 리믹스가 그 증거다.

빼어난 편곡과 시대를 앞서나간 사운드스케이프는 시티팝과 레트로 신스팝 재유행에 감응했고 후배 아티스트들에 영감으로 작용했다. 아티스트의 단단한 중심과 당대 실력파 지원군이 조화로운 < Overture >은 나미의 두 대표 음반 사이에서도 당당히 빛나는 신스팝 수작이다.
나미 OVERTURE 오버추어 가요 대중음악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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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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