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전하는 진정한 감동은 어쩌면 화려한 실력이 아니라 부르는 이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에서 나온다. JTBC 예능프로그램 <뜨거운 씽어즈>(아래 뜨씽즈)가 합창에 도전하는 배우들의 따뜻하고 유쾌한 성장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월 4일 방송된 <뜨씽즈> 4회에서는 본격적인 첫 합창곡 연습에 돌입한 단원들의 파트 분배와 듀엣 미션 등이 펼쳐졌다. 우현-김영옥, 박준면-권인하, 이종혁-김광규-장현성, 전현무-윤유선, 이병준-이시환, 서이숙-우미화 등이 각각 팀을 결성했다. 1등부터 프리미엄 안마의자 등 고급 상품들이 줄줄이 등장하자 단원들은 급격히 의욕이 상승하며 흥분하는 반응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뜨씽즈>의 새로운 추가 단원으로 배우 정영주가 합류하며 알토 팀에 가세하여 최종 16인 체제가 완성됐다. 합창단은 영화 <위대한 쇼맨>의 OST인 'This is me'로 첫 연습을 시작했다.
 
'This is me'를 한글 가사로 번안한 버전이 새롭게 선보였다. 김문정 감독은 "노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나의 이야기처럼 전달하려면 우리말 가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영어 가사에 부담이 있던 단원들은 한글 가사에 안도하는 반응을 보였다. 최정훈은 원곡 가사와 한글 버전의 차이로 "원곡이 현실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았다면, 한글 버전은 연기생활을 하면서 겪었을 현실적인 벽을 이겨내고자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가수 이석훈이 특별 게스트이자 일일 음악감독으로 등장하여 'This is me'의 한글 가사를 열창했다. '캄캄한 어둠속으로 새어오는 바람/ 내몰리던 작은 몸짓들/ 누군가에게 또 잊혀질까/ 뒤척이다 깨어 창백한 아침을 보네/ 허물어진 꿈을 추슬러/ 살아낼 오늘을 위해/ 또다시 일어나 /노래를 부르면 강은 불어나/ 저 벽을 넘고서 땅을 삼켜라/ 난 믿어 날 믿어 이건 내 눈물이야 /차가운 세상을 향해 뜨겁게 소리쳐 발을 구르자/ 괜찮아 나를 봐 이 건 내 몸짓이야 This is me'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배우들의 자전적 스토리와 한국적인 감성으로 재해석된 가사에 단원들 모두 크게 열렬하게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영어 가사에 유독 부담이 컸던 큰언니 김영옥은 "영어로 하는 게 멋있을 수도 있지만, 노래는 가사에 심취하는 게 더 많다. 한글 가사로 들어보니까 안심이 된다"라며 만족했다.
 
장현성이 "가사를 번안하는 것은 것은 언어만이 아니라 함축된 정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가사가 특별히 '배우의 시점'을 감안해서 쓰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정훈은 "인디음악을 하면서 어두운 소극장에서 공연을 많이 했다. 그때의 경험을 배우들의 입장에서 빗대어 생각해봤다"고 고백했다. 김문정은 "'누군가에게 잊혀질까. 뒤척이다 깨어 창백한 아침을 보네'라는 가사가 잊혀지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는 배우들의 마음을 담아낸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훈훈한 분위기에서 이종혁이 돌연 "노래를 부르는데 강이 불어나냐, 우리는 항상 현실적인 연기만 한다"며 과장된 가사에 장난스럽게 태클을 걸기도 했다. 언짢아진 김영옥이 "어떻게 연기자가 이따우(?) 소리를 하고 앉았냐"며 일침을 놓자, 당황한 이종혁은 "생각해보니 마음에 든다. 환상적이다"라며 재빠른 태세전환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파트 배분 시간에 전현무가 "'노래를 부르면 강은 불어나' 파트는 무조건 이종혁이다"라고 깐족거리자, 최정훈은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에는 제가 절대 드리고 싶지않다"고 장난스럽게 응수하며 이종혁을 또 한번 당혹스럽게 했다.

본격적인 파트 배분이 시작됐다. 도입부의 솔로파트는 나문희가 선정됐다. 베이스 3인이 경합한 2번파트는 월등한 노래실력을 보여준 이병준 대신 의외로 이종혁이 선택을 받았다. 선정 기준에 다소 의아해하는 단원들에게 최정훈은 "도입부의 나문희 다음으로 나오는 파트라서 적절한 만큼의 무게감이 필요하다"면서 단순히 좋은 목소리가 아닌 합창의 전체적인 구성에 맞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힘에 겨울땐 고갤 떨구렴/ 겁에 질리면 눈을 감으렴/네 눈물 네 아픔 모두 너의 노래야'라는 가사는 노래 원곡과 한글 버전 모두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가 담긴 부분이었다. 서이숙은 "이건 딱 어른들이 해주시는 말씀"이라고 평했고 김문정도 "염두에 두고 가사를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합창단의 맏언니들인 나문희와 김영옥이 일단 유력한 공통 후보로 낙점됐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하이라이트 고음 부분은 알토 팀에서 의외로 서이숙이 차지했다. 고음처리는 정영주와 박준면이 훨씬 안정적이었으나 "우리 프로그램의 취지는 도전이자 의지다. 우리가 가고자하는 지향성에는 서이숙처럼 힘들게 나오는 고음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트 배정을 마친 합창단은 테너-베이스 파트는 김문정, 소프라노는 최정훈, 알토는 이석훈이 맡아 성부별로 연습을 진행했다. 단원들은 각 파트마다 박자 지옥에 빠져서 고전했다. 의외로 베테랑 가수인 권인하마저 박자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으며 실수를 연발하자, 우현이 뛰어난 리듬 감각으로 오히려 권인하의 박자를 맞춰주는 진풍경이 연출되며 '리듬 천재'로 등극했다.
 
김광규는 합창단 공식 노래 구멍답게 극악의 박치 본능을 드러내면서 웃음 유발자로 등극하고 말았다. 바로 김광규의 다음 파트였던 우현은 급기야 "김광규 때문에 제가 다음 노래에 감정을 넣을 수가 없다"며 울분을 터뜨려 모두를 포복절도하게 했다. 결국 파트를 권인하에게 빼앗긴 김광규는 아무런 파트를 맡지 못한 채 일단 미정으로 남겨지며 험난한 합창 적응기를 예고했다.
 
소프라노 파트는 고령자인 나문희와 김영옥이 노래를 따라가는 데 애를 먹었다. 최정훈은 어른들에게 익숙한 트로트 리듬으로 노래를 바꿔 부르거나, 박자에 맞춰 허벅지 치기 등을 시도하며 눈높이 교육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하지만 왕언니들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노래에 스스로를 자책했다. 최정훈은 "지금 하신 것처럼 편안하게 하시면 된다"고 격려했다. 미안해진 나문희는 "감독님이 너무 순수하다. 저렇게 열심히 할 수가 있나. 그런데 이눔의 학생들은 글렀어"라며 머리를 치며 자책했다.

알토팀에서는 서이숙이 박자 구멍으로 등극하여 이석훈의 집중 교육 대상이 됐다. 서이숙은 '오 불꽃처럼' 구간에서 애를 먹으며 손바닥이 뻘개지도록 박수를 치며 박자 연습을 계속해야 했다. 어느새 땀범벅이 된 서이숙은 "내 생애에 이렇게 박자 연습을 하다니..."라며 현타가 온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우여곡절 끝에 박자맞추기와 고음에 모처럼 성공하자 이석훈과 동료들은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한편 자기 소개에 이은 두 번째 무대로 듀엣 미션이 펼쳐졌다. 김영옥과 우현 콤비가 첫 주자로 나섰다. 27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은 두 사람의 비주얼 케미를 보고 "부부같다", "염색만 하얀 색으로 하면 우현이 오빠로 보인다"라고 놀리며 폭소를 자아냈다.
 
김영옥의 바쁜 드라마 스케쥴로 함께 호흡할 시간이 부족했던 두 사람은 우현이 kBS 방송국까지 직접 찾아가 출장 연습을 하는 정성을 보였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중인 배우 지현우가 깜짝 등장하여 김영옥과 우현을 응원했다. 밴드 가수 출신이기도 한 지현우는 우현에게 "혼자만 하지 말고 선생님의 입모양을 봐가면서 배려하라"고 조언했다.
 
김영옥과 우현은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선곡했다. 우리네 이야기를 고스란히 옮긴 애달픈 가사와 두 베테랑 배우의 완벽한 전달력이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왔다. 잔잔하고 서툰 듯하면서도 인생의 연륜이 담긴 무대는, 노래가 주는 감동이 실력이 아닌 진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일깨우며 듣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출연자들은 모두 'ALL-뜨' 불을 켜는 합격 버튼을 눌렀고, 몇몇은 눈시울을 붉혔다. 나문희는 "정말 너무 슬프다. 가사가 기가 막히다"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영옥도 그런 나문희의 모습을 한참 물끄러미 쳐다봤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같은 길을 함께해온 동반자답게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옥은 "이 노래가 좋은 건 딱 우리 집 이야기라서다. 막내아들 대학 갈 때 허망했던 마음, 딸을 시집보내고 빈 침대를 보는데 그 마음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지난 날을 회상하며 감회에 잠겼다. 이어 "이 노래를 부르게 돼서 너무 의미가 있었다. 노래를 잘하지는 못해도 감성에 빠져서 불렀다"고 고백했다.
 
권인하는 "대기실에서 우현이 연습하는데 너무 조심스럽게 소리를 내더라. 알고보니 우현이 '선생님과 소리를 맞춰야해서'라고 하더라"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힘을 빼고 감성적인 목소리를 선보인 우현의 노력 때문에 듀엣의 앙상블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
 
김문정은 "무대에 서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 것을 느꼈다. 김영옥은 단어 하나하나를 허투루 내뱉지 않더라. 자신의 인생 여정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것 같았다. 역시 저희 합창할 때 치트키처럼 중요한 파트를 맡아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극찬했다. 우현에 대해서는 "김영옥이 박자를 놓쳐서 밀린 부분이 있었는데, 우현이 곧바로 재빠르게 자신의 박자를 정확히 찾아들어가서 깜짝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번째로 등장한 권인하와 박준면은 팝송인 저니의 'Open arms'로 무대를 꾸몄다. 권인하는 원곡자를 뛰어넘겠다는 열정을 선보였고, 박준면은 쉽지 않은 주문을 불평 한마디 없이 척척 수행해내며 프로가수 못지 않은 실력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권인하의 연습실에서 보컬 화음 연습부터 밴드 합주까지 척척 소화해낸 두 사람은 본무대에서도 파워보컬 듀엣다운 폭풍 성량을 과시하며 무대를 장악했다.
 
이서환은 "박준면의 노래가 부럽다. 내가 갖고 싶은 재능인데 저렇게 못하니까"라고 극찬했다. 장현성은 "제가 노력형 범재라면 박준면은 에너지로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다. 샘이 날 정도로 부럽다"고 감탄했다.

이어 김문정은 권인하의 보이지 않는 완급조절을 칭찬했다. "마치 호랑이가 숨을 죽이는 것처럼, 박준면이 노래할 때는 파트너가 돋보일 수 있게 성량을 조절하면서, 본인이 나가야 할 타이밍에는 과감하게 치고나가며 존재감을 보여줬다"고 호평을 보냈다.
 
나이와 노래 실력차에 대한 부담을 넘어서 무대 그 자체를 진심으로 즐기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합창단원들의 모습은, 존중받을만한 '진짜 어른'의 모습이기에 더 순수한 감동으로 다가오는지도. 이어진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김광규-장현성-이종혁의 중년 솔리드와, 이병준-이서환, 서이숙-우미화 등의 무대를 예고했다. 여기에 홀로 남은 나문희를 위한 베일에 가려진 특별한 파트너의 등장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