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주로 어떤 걸로 울어요?"
"이유를 만들어서 우는 경우가 많아요."


만 4세 딸(금쪽이), 2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가 오은영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4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세 달 전 이혼 후 홀로 연년생 남매를 양육 중인 엄마의 사연이 담겼다. 영상 속 금쪽이는 땀범벅이 되도록 생떼를 썼다. 눈 뜨면 울음이 일상이고, 한 번 떼를 쓰면 1시간은 기본이었다. 금쪽이의 생떼가 갑자기 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금쪽이는 갑자기 도와주겠다고 말하더니 가방을 들겠다고 떼를 썼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내내 징징거렸다. 또, 엄마가 문을 열자 그게 못마땅했는지 집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문 밖에서 30분째 버티는 바람이 엄마가 강제로 데리고 들어와야 했다. 엄마가 가방을 옮기자 또 한번 난리가 났고, 양치를 위해 치약을 짜줄 때도 징징대며 생떼를 부렸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운 금쪽이는 인형이 필요하다며 집어달라고 요구했다. 팔만 뻗으면 닿는 곳에 인형이 있었지만 굳이 엄마에게 집어달라고 하더니 생떼를 부렸다. 고집스럽게 엄마에게 받아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엄마에게 던져놓고 다시 달라고 하기까지 했다. 엄마는 완강히 버텼지만, 결국 1시간 만에 금쪽이의 생떼에 무릎 꿇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진이 빠졌다. 

생떼를 쓰는 금쪽이에게 필요했던 것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우선, 오은영은 금쪽이의 생떼의 특징을 분석했다. ①끊임없이 다른 요구를 이어간다. ②즉흥적인 요구가 많다는 점이었다. 즉, 계획된 요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라는 게 바뀌었다. 또, ③특정한 물건을 자주 요구한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소위 '애착OO'은 불안정한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대상물이다. 즉, 금쪽이에게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다음 날, 한글 색칠 놀이 중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엄마가 먼저 색을 칠하자 금쪽이는 책을 덮어버렸다. 그러다 엄마가 바짓단을 접어주자 "내가 할 거야"라며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생떼를 썼다. 엄마가 거리를 두며 기다리자, 금쪽이는 애착 담요를 달라고 징징대며 울었다. 서로 지지 않으려는 모녀는 1시간째 대치했다. 결국 엄마가 요구에 승복하자 금쪽이도 진정됐다. 
 
엄마는 "네가 울면 멀어진다"는 방법을 통해 나름의 떼잡기 훈육을 하고 있었지만, 급이 다른 금쪽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로써 금쪽이 생떼의 마지막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④자기 주도로 상황을 종결한다. 금쪽이는 엄마를 통제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통제를 통해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독 엄마를 통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 엄마의 뽀뽀를 거부하는 금쪽이의 모습도 포착됐다. 엄마에게 애정을 표현하면서도 스킨십은 거부했다. 심지어 뽀뽀를 하면 수건 등으로 닦아내기까지 했다. 모녀의 스킨십은 왜 이토록 어색할까. 엄마는 미용실에서 일하다 보니 미용 약품이 묻을까 봐 어릴 때부터 잘 안아주지 않았고, 엄마 품을 타면 나중에 못해줬을 때 서운할까 봐 안아 키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미리 걱정하며 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건 잘못된 것이라 지적했다. 왜냐하면 스킨십은 아이의 생존과 면역(T림프구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부모가 해주는 스킨십의 힘을 강조하며, 특히 몸보다 얼굴을 만져주는 게 효과적이라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킨십 부재로 엄마와의 상호작용과 애착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 관계 맺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혼, 독박육아의 스트레스가 미친 영향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다음 영상에서 금쪽이가 엄마의 스킨십을 거부하는 이유 몇 가지가 더 밝혀졌다. 주방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3일간 방치되어 있었고, 가스레인지 주변은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고양이가 식탁 위를 돌아다녀도 제지하지 않았다. 집안 곳곳에는 먼지와 고양이 배설물이 가득했다. 충격적인 위생 상태에 스튜디오의 MC들은 경악했다. 

또, 차 안에서 발견된 담배꽁초들과 오랜 시간 방치된 흡연 흔적도 심각했다. 그 차로 아이들을 태우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착잡했다. 엄마는 하루에 2갑씩 담배를 태운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성인의 흡연에 대해 가타부타할 수는 없지만, '3차 간접흡연(흡연자의 피부나 머리카락, 옷 등에 묻음 담배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엄마의 흡연은 우울감을 누르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혼 스트레스, 독박 육아로 인한 우울한 감정을 담배에 의존해 풀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엄마는 담배뿐만 아니라 카페인 중독 증상도 보였다. 하루에 대용량 커피를 2잔이나 마셨다. 오은영은 부모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아이에게 그대로 전가된다고 염려했다. 

주말을 맞아 이혼한 아빠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됐지만, 앙금이 남은 부부는 그 자리에조차 다투고 말았다. 거친 말이 오갔고, 격앙된 감정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만나면 싸우는 엄마 아빠를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통해 인간관계를 학습하기 마련인데, 반복되는 갈등만 보고 자란 아이들이 우려스러웠다. 그날 밤에도 금쪽이의 생떼는 반복됐다. 

"지금 징징거리면서라도 요구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돼요." (오은영)

아이들이 정서적 상호작용을 원하는 건 본능적 욕구이다. 그런데 불안한 아이가 상호작용을 요구하는 데 엄마는 계속해서 거부했다. 오은영은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절망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쪽이는 엄마와 마음을 나눈 경험이 부족해서 감정을 충분히 말로 전달하지 못하고 엄마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물건을 달라며 떼쓰며 표현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엄마의 어린 시절도 들여다봐야 한다. 엄마에게도 아픔과 상처가 있었다. 부모에게 맞고 자랐던 엄마는 어린 나이에 과도한 책임을 부여받은 채 성장했다. 학교 생활은 겉돌기만 했다. 가족의 보호를 받아본 적 없이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지금은 가족과 틀어지며 절연한 상태였다. 어린 시절 겪은 물리적 공포는 성인이 된 후에도 정서 상태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엄마의 애착 유형은 '혼란형 불안정 애착' 중에서도 악성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사람에 대한 깊은 불신을 품게 되는 동시에 멀어지는 것에 대한 외로움을 느꼈다.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와 거절당할 때에 오는 과절과 분노가 혼재해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었다. 부부 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양육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도 어린 시절의 상처에 기인한 듯했다. 

정서적 교감과 스킨십이 중요한 이유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울면 엄마가 제 말을 들어줘요." (금쪽이)

금쪽이가 목이 쉴 때까지 울며 생떼를 썼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한참을 울어야 비로소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기 때문이었다. '안아주세요'를 몰라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울며 애걸복걸했던 것이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금쪽이는 엄마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는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4세 아이가 받아들이기엔 부모의 이혼은 너무 어려운 문제였던 모양이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스킨십으로 모녀 매직'이었다. 스킨십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되살려야 했다. 그렇다고 바로 몸을 접촉하는 건 금물이다. 오은영은 먼저 눈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서 정서적 교감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마의 노력에 금쪽이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지는 듯했다. 다음 날, 스킨십 알람이 울리면 10분 동안 무조건 스킨십하기 미션이 주어졌다.

하지만 금쪽이는 좀처럼 스킨십을 하려 하지 않았다. 생각처럼 되지 않는 솔루션에 엄마는 표정과 말투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많은 걸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엄마의 영상 편지를 전해받은 금쪽이는 엄마의 다정한 말과 표정이 신기한 듯 오래 응시했다. 그리고 화면 속 엄마에게 손을 뻗기도 했다. 금쪽이의 마음이 열린 걸까. 

엄마의 노력은 계속됐다. 금연클리닉을 등록하고, 담배꽁초로 가득했던 차를 세차했다. 차가 깨끗해지자 금쪽이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엄마가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집에 도착한 후에는 앞서 실패했던 스킨십에 재도전했다. 신체 부위가 그려진 카드를 맞대며 스킨십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내 스킨십에 성공한 모녀는 자연스럽게 애착을 쌓아나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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