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안나 이모 역의 헬렌 벤상, 폴 역의 귀욤 고익스, 애니 이모 역의 베르나데트 라퐁.
찬란
피아니스트인 폴(귀욤 고익스)은 2살 때 부모님을 여의고, 두 이모의 품에서 자랐다. 그녀들은 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를 홀대하기는커녕 대소사에 일일이 신경 쓰며 과잉보호 한다. 이는 원체 극성인 두 이모의 성격 탓도 있고, 또 다른 진짜 이유도 있다(이 이유는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아무튼 역시나 어린 나이에도 충격이 컸는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말은 아빠다. 말을 잃은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그 주인공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담배나 뻑뻑 펴대는 무심하고 무섭기까지 한 아빠였다. 반대로 어머니, 아니타(파니 타우론)는 항상 따뜻하고 자상한 여성으로 그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랫집에 사는 마담 프루스트(앤 르 니)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이 때, 그는 그녀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잠시나마 되살려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녀가 만든 쓰디쓴 차를 마시고, 마들렌을 먹는다. 그리고 떠오르고 싶은 기억과 관련된 음악을 틀어놓기만 하면 된다. 그 날부터 그는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에 빠져든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줄거리다. 이제부터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본인의 기억을 얼마나 신뢰하는가.
우리는 자신의 기억력을 과신하는 편이다. 물론 시험을 볼 땐 그 자신감이 온데간데 없어지긴 하지만, 과거 본인에게 있었던 일을 떠올릴 때는 대부분 그렇다. 그러나 왜곡된 경우가 많다. 그것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또는 마음이 편하도록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조금씩 변한다. 군대 시절을 이야기할 때 자신이 마치 천하대장군이었던 것처럼 묘사하는 수많은 남성들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영화 초반, 그에게 아버지는 가족끼리 행복했던 꿈을 악몽으로 바꿔놓을 만큼 싫은 기억이다.
이는 마담 프루스트 덕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릴수록 더욱 심화된다. 직업이 프로레슬러인 탓인지 과격한 성격을 지닌 아버지가 계속 불안감을 조성하는 듯 하고, 그에게 별 관심도 없어 보인다. 어머니를 무려 폭행까지 하는 모습을 본 날에는 마담 프루스트의 품에서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는 이내 진실을 알게 된다. 사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같이 프로레슬링을 하고 있었으며, 그 폭력은 진짜가 아닌 연습이었다. 그 후로 폴 안에 있던 아버지의 이미지는 변화한다. 폴은 여느 아빠들과 다름없이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추억한다.
부모님에겐 사소한 행동도 아이에게는 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