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 포스터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 포스터 ⓒ 스폰지

평범한 한 여학생이 있다. 친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머리에 핀을 꽂고 한창 자기 자신을 꾸밀 나이다.

그런 그녀에게 마지막 1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녀는 모른다. 자기에게 남은 시간이 1주일 밖에 남지 않았음을. 오로지 하늘만이 그 사실을 알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을, 역사에 길이 빛날 일을 해낸다. 이 일로 그녀는 죄인이 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대처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역사에 기록되었고,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책으로나마 그녀를 알렸다. 그리고 2006년에 그녀의 마지막 6일 동안 벌어진 이야기가 영화로 탄생되었다.

히틀러 정권에 대항했던 유명한 학생 단체, '백장미단'. 그리고 거기에 속해있던 한 여학생 이야기, 바로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이다.

소피 숄의 마지막 6일 동안의 나날들

히틀러 정권이 들어서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에 못지 않게 그에게 대항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백장미단은 학생 단체로 히틀러 정권을 비판하고 독일 국민들을 일깨우려는 노력을 했다.

백장미단의 중심에 서있던 '한스 숄'은 대학교에 히틀러 정권을 비판하는 선전문을 배포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오빠의 계획을 알게 된 소피 숄은 눈에 띄지 않으려면 여학생이 필요할 것이라며 스스로 그 위험한 계획에 동참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선전문을 배포하던 '숄 남매'는 붙잡히게 되고, '소피 숄'은 오빠와 떨어져 심문을 받게 된다. 그녀는 선전문을 배포한 것이 아니라며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지만 히틀러 정권은 끈질기게 수사를 벌이며 백장미단 전체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소피 숄'은 자신이 생각하는 히틀러 정권의 문제를 비판하며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는 당당한 자세를 보인다. 모든 사건은 재판으로 이어지고, '소피 숄'은 오빠인 '한스 숄'과 함께 참담한 판결을 받게 된다. 모든 사건은 6일 만에 진행되었다.

<몰락>의 '트라우들 융에', 같은 세대지만 다른 삶을 산 그녀들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소피 숄'이라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마지막 6일 간의 일을 그리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그만큼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그려져 잔잔함 속에 충격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우선 앞서 다룬 영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과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에 등장한 히틀러의 마지막 비서인 '트라우들 융에'와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의 '소피 숄'은 같은 세대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비서로, 히틀러의 죽음까지 목격했던 '트라우들 융에'는 히틀러 정권에 반감이 없었다. 끝까지 그와 함께 했고 모든 것을 목격함으로써, <몰락>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히틀러가 죽고 나치 정권이 무너짐과 동시에 그녀도 생을 달리 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그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오랜 세월을 후회 속에서 살았다. '트라우들 융에'는 그렇게 살다가 2002년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소피 숄'은 달랐다. '트라우들 융에'와 같은 세대를 살았고 같은 젊은 여성이었지만 그녀의 삶은 너무 짧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히틀러 편에 서지 않은, 그에 반대되는 편에 선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몰락>의 트라우들 융에, 그녀의 후회는 '소피 숄'을 생각하며

'소피 숄'은 망설임도 없이 히틀러 정권에 반대하는 선전문을 배포했고 붙잡혔다.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위해 거짓 진술을 통해 상황을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자 그녀는 당당하게 히틀러 정권을 비판했다. 그리고 재판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대단한 용기를 보여주었지만 그 용기가 그녀의 삶을 지켜준 것은 아니었다. 너무 젊은 나이에 그녀는 생을 달리했다.

'트라우들 융에'와 '소피 숄'의 삶은 완전하게 대비된다. 히틀러 정권에 서있던 여성은 오랜 세월 살아남아 독일의 통일까지 목격했다. 하지만 히틀러 정권에 반대하는 쪽에 서있던 여성은 그러하지 못했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했어야 할 그 젊은 나이에 눈을 감아야 했던 것이다.

영화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 마지막에 생전의 '트라우들 융에'의 인터뷰를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소피 숄'을 언급하며 과거를 후회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몰락>을 본 사람에게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정반대에 선 두 여성의 삶을 비교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정적인 장면의 연속, 긴장감은 2배로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의 한 장면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의 한 장면 ⓒ 양기승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은 다른 어떠한 영화들보다 특별하다. 영화의 대부분은 실내에서 벌어진다. 게다가 '소피 숄'이 심문을 받는 장면과 재판을 받는 장면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무척이나 정적이며 컷 자체도 단순하다. 대화 장면이 대다수인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자칫 하면 지루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실화 바탕의 영화라는 점도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지루하지 않다. 무척 흥미롭게 시작해 끊임없이 긴장감을 준다. 그녀가 심문을 받는 장면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며 각기 다른 색깔의 긴장감을 준다.

하나는 그녀가 살아남기 위하여 거짓 진술을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소피 숄'을 영웅화하지 않는, 매우 특별한 부분이다. 실제로 그녀는 살아남아 백장미단을 살리고 더 많은 일들을 도모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하여 상황을 빠져나가려 한다.

나머지는 그녀가 한 모든 행동이 드러나 더는 거짓 진술을 할 수 없을 때부터다. 그녀는 당당하게 히틀러를 비판하고 정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고 펼쳐나간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재판과 참담한 판결이 내려지면서 그녀의 마지막 6일은 그 끝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에 나온 대사, 실제 기록 토대로 해

영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이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나치 정권 시절의 모든 기록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영화에 나온 '소피 숄'이 심문 과정에서 한 모든 대사는 90% 이상이 실제로 그녀가 한 말들이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소피 숄' 그녀가 대단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용기있는 여성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녀의 마지막 날들, 그녀의 마지막 6일을 통해 '트라우들 융에'와 상반된 삶을 산 그녀를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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