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남자 400m 계주 우승을 보도한 BBC 공식 웹사이트
ⓒ BBC
0.01초의 시간을 다투는 육상 경기에서 정말로 0.01초 차의 금메달이 나왔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육상 남자 400m 계주에 출전한 영국이 미국을 0.01초 차이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한국 시간으로 29일 아테네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 출전한 영국은 당초 금메달을 따내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이 부문 우승을 차지했던 미국이 이번에도 100m 우승자 저스틴 게이틀린과 200m 우승자 숀 크로퍼드를 비롯해 모리스 그린 등 100m에서 모두 9초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스타들을 앞세운 터라 100m 기록이 10초대인 선수들로 이루어진 영국이 미국의 높은 벽을 넘어서기란 상당히 힘들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이후 무려 92년 동안 단 한번도 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영국이기에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선수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개인 기록의 열세를 빠르고 간결한 바통 터치로 만회한 3번 레인의 영국은 최고의 호흡을 보여 주며 선두권을 유지한 반면 5번 레인의 미국은 2번째 주자 저스틴 게이틀린이 3번째 주자 코비 밀러에게 바통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약간 지체를 하며 0.01초 차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영국과 미국은 마지막 주자까지 불꽃 튀는 선두 경쟁을 벌였고 두 선수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비디오 판독을 기다려야 했다. 육안으로는 물론이고 TV 중계 카메라로도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양 팀의 선수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판정을 기다렸고 드디어 비디오 판독 결과가 발표되자 영국 선수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나누기 시작했다. 가슴 통과를 우선으로 하는 규정에 의해 다리가 먼저 들어간 미국 대신 먼저 가슴이 결승선을 통과한 영국이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결국 38초 07로 골인한 영국은 38초 08로 뒤이어 골인한 미국을 0.01초 차이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고 이에 영국 선수들은 국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반면 미국의 마지막 주자였던 모리스 그린은 아쉬움을 곱씹은 채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또한 38초 23으로 골인한 4번 레인의 나이지리아는 동메달을 차지했고 최하위를 기록한 브라질 역시 38초 67을 기록, 결선에 진출한 8개 팀 모두가 38초대의 기록을 세우며 남자 400m 계주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한편 미국은 여자 400m 계주에서도 바통 터치에서 실수를 하며 완주하지 못하고 결국 기권해 이 부문 올림픽 4연패 달성에 실패하며 육상 단거리 강국의 명성에 큰 흠집을 냈다.
2004-08-30 02:3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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