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적 쇄신, 호남에서 시작돼야"

[당권주자 연쇄인터뷰⑤]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

등록 2012.01.05 08:35수정 2012.01.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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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당 대표에 도전한 이학영 후보. ⓒ 남소연


박정희 유신 말기, 이학영 YMCA 전 사무총장은 '피가 뜨거운' 청년이었다. 그는 민주화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남주 시인과 함께 재벌 회장집 담을 넘기도 한 '전사'였다.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장기간 옥고를 치렀고 지난 2006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돼 명예를 회복했다.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인사수석 물망에 오를 정도로 지역사회의 신망이 두터웠지만 스스로 고사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서전 <운명>에서 이 전 총장을 기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 묵묵히 시민운동의 자리를 지키던 이 전 총장은 정치로 자리를 옮겨 민주통합당 당권에 도전장을 냈다. 이 전 총장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민주통합당은 간판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며 "기존 정치 구조 속에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이 아니라 새로운 시민사회 세력이 당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기존의 여의도식 대의정치와 시민이 주인되는 촛불정치가 만나는 21세기형 새로운 정치모델을 만드는 데 내가 적임자"라며 "민주당을 안철수 교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시민들의 열망을 받아안을 수 있는 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강력한 인적 쇄신을 추진할 뜻도 내비쳤다. 스스로가 호남 출신인 그는 "민주당의 인적 쇄신은 호남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호남 정당으로 갇혀 있는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꿈꿔왔던 남북평화, 서민을 위한 경제 등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 전 총장은 역전을 자신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는 것은 인지도 탓이 크다"며 "경선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은 만큼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진정성과 정치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전 총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새로운 세력이 민주통합당 변화 이끌어야"

- 시민운동가에서 정치가로 변신하신 지 몇 달밖에 안 됐는데 해보니 어떤가.
"전국을 돌아다니려니 낮과 밤 구분이 없어졌다.(웃음) 시민운동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지만 정치는 한마디로 살벌하게 경쟁하는 구조다. 처음에는 그런 문화에 정서적 거리감이 있었다. 청중들에게 일방적으로 말하는 연설도 어색했다. 그건 소통하는 자세가 아니다. 그런 구태의연한 정치 스타일을 깨보고 싶다."


- 정치의 긍정적인 측면은 없었나.
"정치의 가능성도 봤다. 당 최고위에서 대표 후보 신분으로 제주 해군기지 예산을 전액 삭감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원혜영 대표가 협상단에 이 후보 말을 당론이라고 생각하고 협상에 임해 달라고 당부하더라. 결국 설계비만 빼고 모두 삭감됐다. 그걸 보면서 그동안 정치가 하지 못해서 안 한 게 아니고 할 의지가 없었구나, 양보할 일과 끝까지 관철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당 지도부에 들어가면 시민사회와 함께 여러 일들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생겼다."

- 시민운동가 출신인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돼야하는 이유는 뭔가.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시민세력과 함께하지 않는 정치로는 산적한 개혁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여의도에 갇힌 기존의 정치 구조 속에서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성 정치인이 그대로 지도부가 된다면 그게 무슨 혁신인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로운 세력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제가 당 대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이학영 개인이 당에 수혈되는 게 아니다. 시민사회세력 전체의 변화 에너지가 당에 들어가는 게 된다."

-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 할 복안이 있나.
"예를 들어 유럽에서 저작권 반대를 위해 뭉친 '청년 해적당' 같은 조직을 당내 온라인 정당으로 만들 수 있다. 실업 문제나 반값등록금 등 분명한 이슈를 가지고 활동하는 청년들이 당헌에 위배만 되는 활동만 하지 않는다면 정당원으로서 당내 정책 결정 과정에 대폭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청년 비례대표 4명을 선출할 권한 등도 주겠다."

-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본인이 가진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40년 동안 학생운동, 민주화운동, 지역 풀뿌리운동, 시민운동을 두루두루 경험했다. 참여정부에서는 국가에너지위원회와 일자리대책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거버넌스(공공경영)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기존의 여의도식 대의정치와 시민이 주인 되는 촛불정치가 만나는 21세기형 새로운 정치모델을 만드는 데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시민후보 중 최소 2명은 당 지도부 들어가야 변화 가능"

- 초반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데 역전 전략은 뭔가.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는 것은 인지도 탓이 크다. 제가 꿈꾸는 새로운 정치와 시민주권정당의 비전과 실천 방법을 이제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경선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매우 높다. 앞으로 본격적인 후보검증에 들어갈 텐데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진정성과 정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자신이 있다. 시민들이 9명의 후보를 보면서 누가 함께 지도부에 들어가야 변화와 혁신이 가능하겠구나라는 점을 충분히 판단하실 거라고 본다. 제대로 된 혁신을 위해서는 최소한 2명 이상의 시민후보가 당 지도부에 들어가야 한다."

-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통합진보당과의 연대가 필수인데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나.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색깔이 분명한 작은 정당들도 지지도만큼 의회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선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고민해야겠지만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내년 총선에서 공동의 공약으로 내걸고 정당 연합을 해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또 협의 과정에서 큰 당은 작은 당에게 5:5 방식으로 양보하고 작은 당은 동반집권해서 진보세력을 키운다는 태도로 임했으면 좋겠다."

- 새 지도부의 가장 큰 과제가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일인데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나.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반MB 바람으로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모든 야당들과 시민사회가 힘을 합쳤음에도 겨우 이겼다. 다음 총선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깊은 위기감 속에 쇄신안을 내놓고 혁명 수준의 공천을 할 것이다. 민주당도 과감한 인적 쇄신이 필수다.

인적 쇄신은 호남에서 시작돼야 한다. 물론 호남은 군사독재 정권과 싸우면서 민주와 평화의 가치를 지켜내는 데 앞장 서왔다. 하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호남 정당으로 갇혀 있는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꿈꿔왔던 남북평화, 서민을 위한 경제 등을 실현할 수 없다."

-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 안철수 교수 등 외부인사 영입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우선 민주당을 안철수 교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시민들의 열망을 받아안을 수 있는 당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현재 당적이 없다. 그런데 박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해도 변함없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당을 만들어 보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이번 경선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이번 경선은 단순히 한 당의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이번 경선에서 선출될 지도부는 내년 4월 총선의 승리를 이끌어 내야 하고 정권교체 후 대통령과 함께 정부를 만들고 개혁정책을 드라이브해야 할 지도부다. 민주통합당이라는 간판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이번 경선에 적극 참여해서 제대로 된 정당의 개혁을 추진할 인물들을 지도부로 뽑아달라."
#이학영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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