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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5월 31일로 문 닫는 '롱플레이'... 유튜브 <안스타>에서 폐업 이유 직접 설명

24.05.21 13:41최종업데이트24.05.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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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상순씨가 운영 중인 카페를 폐업하는 이유를 밝힌 영상 ⓒ 유튜브 갈무리

 
가수 이상순씨가 영업 부진으로 제주에서 운영 중인 카페를 폐업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상순씨는 건물 계약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영업을 종료한다고 직접 이유를 밝혔습니다.  

20일 커피 전문 유튜브 채널 <안스타>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위치한 이상순씨의 롱플레이 카페를 직접 방문해 인터뷰한 영상을 올렸습니다. 커피 관련 유튜버 '안스타'는 인터뷰 중 이상순씨에게 카페 폐업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씨는 "(카페는) 연세인데 계약 기간이 끝났다"면서 "건물주가 다른 일을 한다고 했다"라고 답했습니다.

기타리스트 출신 가수 이상순씨는 2022년 7월 구좌읍 동복리에 카페 '롱플레이'를 오픈했습니다. 개업하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루며 지역 명소가 됐던 '롱플레이'는 돌연 지난달 15일 SNS을 통해 "마지막 영업 소식에 대해 안내드립니다"라며 영업종료 소식을 알렸습니다.   

카페 측은 "좋은 음악과 함께 전국의 훌륭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의 원두를, 제주에 계신 커피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소개하려는 취지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2022년 7월 시작해 지금까지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라며 "5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마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을 모시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5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예약 없이 이용가능한 매장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효리·이상순 카페 폐업, 영업 부진 때문?
 

이상순씨의 카페 폐업이 영업 부진 때문이라고 보도한 뉴스 영상들 ⓒ 유튜브 갈무리

 
지난달 이상순씨의 카페가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일부 언론 매체는 "이효리·이상순도 못 버텼다", "이효리·이상순도 2년 만에 백기"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내고, (카페 폐업의 이유가) 영업 부진 때문이라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폐업한 제주 지역 카페와 커피 전문점이 252곳으로 집계되면서 역대 최다 건수를 기록했는데, 이 수치와 이씨의 카페 영업 종료 소식을 묶어 연관성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씨의 카페는 영업 부진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이상순씨의 카페 '롱플레이'는 오픈하자마자 대기줄이 마감되는 등 손님이 너무 많이 몰려 문제였습니다. 핵심은 '연세 계약'이었습니다. 

제주는 일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연세'가 대표적인 임대차 계약 방식입니다. 1년 단위 계약이기 때문에 건물주가 계약 연장 불허를 통보할 경우 임차인은 나가야 합니다. 물론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 상가의 경우 최소 2년, 길게는 5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약으로 명시하지 않거나 건물주와 분쟁이 있을 경우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받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구좌읍의 한 퓨전 레스토랑의 경우 오래된 돌집을 직접 인테리어 하는 조건으로 5년 계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건물주가 가족과 함께 직접 사업을 한다고 통보했습니다. 결국 더는 영업을 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제주시로 이전했습니다.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카페? 현실과 다른 로망일뿐 

이상순씨의 카페는 부인인 가수 이효리씨가 매장을 방문한 손님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면서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남편인 이상순씨가 커피를 직접 내려주면서 제주도의 대표적인 연예인 카페로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이씨는 "아내 (가수 이효리)와 무관한 카페"임을 강조하면서 "오래전부터 커피를 좋아해 선곡한 음악으로 어우러진 소소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손님들이 몰리면서 동네에서 불법 주차와 소음 등으로 잦은 민원이 제기됐고, 견디다 못해 예약제로 운영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씨의 카페 영업은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카페를 오픈하겠다는 '로망'이 현실과 맞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로 구좌읍 송당리의 유명 커피 전문점도 주차 문제로 마을 주민들과 마찰을 빚다가 결국 주차장이 있는 넓은 곳으로 이전을 했습니다. 

특색있는 카페는 여전히 핫플 
 

가수 이상순씨가 운영하는 '롱플레이'는 이씨가 오전에 음악을 선곡해 틀어주거나 바리스타 직원들이 손님 앞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 SNS 갈무리

 
제주에서 폐업하는 카페가 많다고 하지만 일부 커피 전문점들은 여전히 손님들이 몰립니다. 이씨의 '롱플레이'도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 중의 하나입니다. 부부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제주 도내 여타의 카페와 다른 특색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롱플레이스'는 오전 9시에 오픈하고 정기 휴무가 없습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오전부터 여행을 하지만 제주 카페는 대부분 11시에 오픈합니다. 제주의 카페와 식당은 유난히 휴무가 잦습니다. 장시간 운전을 해서 찾아가도 휴무인 탓에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휴무일을 확인해야 하고 방문해야 합니다. 

카페나 커피 전문점이라면 커피의 맛도 중요합니다. 커피 전문점의 커피가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제주 커피 전문점 모두가 최상의 커피 맛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가수 이상순씨는 연예인이지만 제주에서 유명한 커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커피 맛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 노력한 편에 속합니다.

이씨의 카페는 굉장히 협소합니다. 그런 단점이 바로 앞에서 바리스타 직원들이 커피를 직접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누가 봐도 멋진 제주 풍광을 품은 카페는 손님이 몰립니다. 하지만 그런 위치는 땅값과 연세가 서울 도심지보다 더 비쌉니다. 멋진 뷰가 없어도 손님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제주 이주 열풍 이후 제주에는 커피 전문점과 카페가 우후죽순 생겼습니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다가 관광객이 감소하자 매출도 줄었습니다. 일각에선 관광객이 원인이라고 단정 짓지만,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 따른 높은 임대료와 섬이라는 특성상 육지보다 비싼 물가도 빼놓을 순 없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이상순 이효리 제주 롱플레이 제주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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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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