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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청춘! 기자상 ]'2그램의 용기'를 얻다

2016.12.23 19:53l최종 업데이트 2016.12.23 19:53l


4년 만에 가장 길고 먼 여행을 앞두고 있다. 어찌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여행을 결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처음엔 물과 기름처럼 일상에 섞이지 않는 나를 자각하고 인정하느라, 다음은 그 분리가 무엇 때문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원인은 너무 오랜 정체 때문임을, 그래서 지금 일상에 대한 설렘과 애정이 식어 굳어버렸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결국 해답은 또 한 번 여행이었다.

다시 흐르기 위해서. 하지만 용기가 필요했다. '떠나자' 하는 결심이 선 순간 '머물고 싶다'는 미련이 꼭 같이 대치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점점 더 숨이 막히고 혼란스러웠다.





'2그램의 용기'

"정말로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두려움에 가득 차 끝이 안 보일 때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마음과 두려움이 50대 50으로 팽팽할 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지고 잠재력이 풍부할지 모른다. 그러니 섣불리 나는 이 정도의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마침내 깜깜한 길을 헤매다 가로등 하나를 본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에 창을 열어 찬바람을 들이킬 때처럼, 계속되던 두 마음의 접전에서 한쪽이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기회는 동네 구청에서 주관한 '1그램의 용기'라는 강의에서였다. 강연자는 '바람의 딸' 한비야씨. 마치 나를 위해, 내 질문에 답을 주기 위해 온 사람 같았다.

이 자리 역시 '갈까 말까' 고민하다 한낮의 비를 뚫고 갔는데 마음이 그렇듯 정화되고 활기를 얻으니 망설이는 여행 역시 가는 것이 맞겠다는 '1그램의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몇 달 후 결정적인 또 한 번의 용기 1그램을 얻었다. 내가 가르치던 공부방 아이들로부터. 내게 녀석들은 혼자 꾸리는 생활 가운데 정겨운 말벗이었고, 종종 나를 돌아보게 하는 유쾌한 스승들이었다.

"선생님이 질문 하나 할게. 어느 쪽이든 선택이 가능하다고 하자. 지금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에서 계속 지내는 것과, 1년간 맘껏 세상을 여행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결과는 팽팽했다. '떠난다' 3명, '안 떠난다' 3명, '떠날까 말까' 1명. 확정된 계획이 아니라서 바로 그 질문이 나의 것임을 솔직히 말하지 못했지만 이때 뜻밖의 마음 하나에 놀랐다.

'내가 녀석들에게 바라는, 스스로 원하는 삶을 진짜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때 마음의 추가 확연히 기움을 느꼈고, 그리고 잠시 내가 꽤 괜찮은 어른이자 선생인 것 같아 대견했다. 그렇게 다시 낯선 길로 나아가기 위한 두 번의 용기를 얻었다.


다시 뛰는 가슴

10월 11일. '잠에서 깨며 하늘빛에 감탄하다. 떠나기로 결심하자 일상의 아름다움, 감사함에 다시 눈 뜬다.'

11월 9일. '여행 한 달 앞으로. 어떤 시간의 길이가 분명해지면, 이제껏 그저 막연하던 삶이 보다 구체적으로 애틋해진다.'

11월 17일. '두려움에 새로운 세계로의 모험을 포기한다면, 지금 있는 이 자리가 바로 무덤일 것이다. 비록 살아 움직인다 해도.'

11월 24일. '떠날 생각에 마음이 서늘(운)해지면 떠나서 만날 것들을 생각하자.'

12월 9일. '부산김해경전철' 보라색 이정표를 보는 마침내 실감. 자,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