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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오마이뉴스는 오늘부터 약 1달간 삼성의 편법 세습의 진상과 그 책임을 묻는 기사를 싣습니다. 이 기획은 참여연대와 함께 합니다. 뉴스게릴라와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와 동참 바랍니다---편집자)


삼성그룹 이건희와 이재용, 두 재벌 부자(父子)가 재산을 '편법적으로' 대물림한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이 뭐가 문제인지도 안다. 하지만 삼성이 만들면 표준이 되기 때문일까? 이제는 웬만한 기업은 다 그 방식을 따라한다. 큰 도둑을 잡지 않으면 작은 도둑을 백날 잡아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우리는 삼성을 보면서 알 수 있다.

참여연대가 오늘부터 이 '큰 도둑' 포획에 나섰다. 참여연대는 오전 10시30분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재벌 변칙증여심판 국민행동' 선포식을 가졌다.

참여연대(공동대표 김중배·박상증·박은정)는 지난 4월 26일과 5월 17일 두차례에 걸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 등이 증여세를 탈세한 혐의가 있다며 각종 증거자료와 함께 국세청에 제보했다. 한마디로 이재용 씨 등에게 증여세 718억원을 추징하라는 말이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오늘까지 국세청이 참여연대에 보내온 회신은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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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가 2000. 4. 26 우리청에 제출한 탈세제보는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하여금 검토 처리하고 그 결과를 귀하에게 회신하도록 하였으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끝."(5월 1일 국세청 회신)

"귀 단체가 2000. 5. 17 우리청에 제출한 민원서류는 현재 진행중인 우리청의 세무조사 업무에 활용하겠으며, 처리결과는 피진정인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종결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사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5월 24일 국세청 회신)

"탈루혐의사항 확인 등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어 그 처리가 다소 지연되고 있으나 조속한 시일내에 조사종결하여 그 결과를 회신하여 드리겠으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8월 18일 국세청 회신)

하지만 7개월을 기다려온 참여연대는 국세청을 더이상 믿지않는 분위기다. 참여연대는 이제 말한다.

"저희는 국세청을 더이상 가만히 놔두지 않겠으니 그리 아시고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11월 21일)


참여연대는 국세청에 무슨 자료를 주었나

▲테헤란로에 위치한 삼성SDS 빌딩 ⓒ 오마이뉴스
작년(1999년) 2월 25일 삼성SDS 이사회는 1년후 1주당 7천150원의 가격으로 신주 3백21만6천738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 : 사채권자에게 발행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일정한 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 230억원을 발행했다.

그리고 이 BW는 몇가지 경로를 통해 고스란히 이재용 씨를 비롯한 이부진, 이서현, 이윤형 씨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과 이학수(삼성SDS 감사이자 삼성전자 대표이사), 김인주(삼성물산의 감사) 씨에게 넘어갔다. 이렇게 해서 이들의 삼성SDS에 대한 지분은 14.8%에서 32.6%로 높아졌다.

문제의 핵심은 1주당 가격인 7천150원이 과연 정당한 가격인가 하는 점이다. 삼성측은 비상장사인 삼성SDS의 주식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를 들면서 적정가격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의 주장은 다르다. 참여연대는 국세청에 다음 다섯가지 자료를 제출했다.

(1) 1999년 2월 18일 현재 삼성SDS주식이 5만8천500원에 거래된 사실을 증명하는 주식거래사이트(www.pstock.co.kr)의 일일가격표.
(2) 삼성SDS 주식이 1999년 2월 19일 현재 5만8천500원에 거래되었음을 보도한 1999년 2월 22일자 매일경제신문 기사.
(3) 삼성SDS 주식이 당시 5만4천750원에서 5만7천원에 거래된 사실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제12민사부의 판결문.
(4) 주식거래사이트의 대표가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1999년 2월 당시 삼성SDS 주식이 5만원대의 가격으로 수십만주씩 거래된 사실을 인정한 비디오 녹화 테이프.
(5) 비상장 주식이라도 거래가격을 시가로 인정한다는 대법원과 국세심판원의 판례.

요약하면 삼성SDS가 아무리 비상장사라 하더라도 거래당시 1주당 가격은 5만이 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재용 씨 등이 인수한 BW의 한주당 주식가격은 불과 7천150원. 참여연대는 이러한 '초저가 주식발행'이 '아버지와 자녀' 또는 '그룹의 총수와 계열사의 감사'라고 하는 특수관계자의 지위를 이용한 부당이득이라고 보고 당연히 세법상 증여세를 과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의 계산으로 증여세는 약 718억원.


삼성을 향한 '불독'의 비장한 각오

참여연대의 별명은 '불독'이다. 한번 '물면' 웬만하면 놓지 않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전개하고 있는 소액주주 운동과 결국은 퇴진했던 송자 전 교육부 장관의 부적절한 사외이사 재직에 대한 문제제기 등 일련의 활동을 보고 주위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그 불독이 지금은 삼성SDS를 물었다. 그리고 한쪽 눈으로 국세청을 흘겨보고 있다.

▲"국세청은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참여연대는 11월 21일부터 '재벌 변칙증여심판 국민행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 참여연대 최형원
조세개혁팀 홍일표 간사는 "더이상 국세청에 어떤 증거를 가져다줘야 과세를 하려는지 모르겠다"면서 "밥상을 차려서 먹기좋게 목전까지 갖다줬는데도 국세청은 못먹고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에서는 현재 삼성의 편법적인 증여와 상속문제 대해 경제민주화위원회, 사법감시센터, 납세자운동본부 등 3개 부서로 이루어진 '연합전담팀'을 꾸려놓고 있다. 이들은 다시 주요사안별로 탈세감시팀(팀장 윤종훈 회계사), 장부열람팀(팀장 고태관 변호사), 소송팀(팀장 김석연 변호사), 삼성백서팀(팀장 김진욱 변호사) 등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참여연대는 국세청이 삼성 이재용 씨 등에게 과세할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11월 21일부터 한달간 집중적으로 국세청을 압박할 계획이다. 각종 퍼포먼스와 항의엽서 뿐 아니라 매일 아침 8시20분부터 50분까지 국세청 앞에서 '출근시간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정말 삼성의 주식이동에 대해 조사를 했는지 출장비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불독' 참여연대는 삼성SDS를 물었을까. 참여연대는 말한다.

"이재용 씨는 자기 힘으로 땀흘려 돈 한푼 벌어본 적이 없는 유학생이다. 이런 그가 수조원의 재산을 불리면서도 그동안 낸 세금은 고작 16억이다. 그리고 이 일은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어, 삼성이 변칙증여의 대명사로 인식될 정도이다. 그런데, 확실히 증거가 포착된 사실에 대하여도 과세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재벌은 봐주고, 서민만 봉이냐'는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은 곧바로 조세저항으로 이어지고, 조세저항은 국가의 기강을 흔들게 된다. 즉, 이 사안은 단순히 개인의 탈세문제가 아니라, 국가기강에 관련된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증여세에 대한 공소시효는 5년이다. 참여연대 한 활동가는 "삼성SDS의 편법적인 증여는 99년 2월에 일어난 일이니 아직 공소시효가 3년 넘게 남았다"며 "끈질기게 추적해서 꼭 선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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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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