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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인천공항 출입기자실 사건이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중 565번 현직기자의 장문의 출입기자실 현상유지론은 이미 별도 기사로 편집했습니다. 이 독자의견은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 현직기자의 현상유지론을 비판한 것입니다.....편집자 주)

688. 565 현직 기자님의 글에 대한 반박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2001/03/31 오후 1:13:36



현직 국회의원의 보좌관입니다.

현직 기자님이 올리신 글을 읽고 무언가 한마디쯤은 해야 할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외형적으로 저 역시 하는 일로 봤을 때는 네티즌들께 별로 호의적인 반응을 받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측면에서는 현역 기자님과 동병상련의 정을 느낄 수도 있지만 님의 글을 읽으면서 자기합리화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것이 이 글을 쓰게 된 제1의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의 성격상 기자들과 많이 접하다 보니 님께서 사실의 한 부분만 강조한 것이 있음을 느끼게 됐고, 이것이 이 글을 쓰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근 10여년간 기자들과 어울려야 하는 정치판에서 체험하며 느낀 것을 바탕으로 님께서 말한 순서대로 제 생각을 말씀드려보지요.


1) '기자실'은 왜 있는가란 문제에 대해

먼저 님께서는 현재 오마이뉴스나 네티즌들이 기자실의 무엇을 비판하는지, 그래서 왜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모든 존재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기자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자실 역시 일정한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번쯤 기자실의 수혜자인 기자의 처지가 아니라 그를 제공해야 하는 제공자의 처지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업무 수행을 위해 여러 정부 부처나 관공서를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관들마다 한결같이 기자실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짐처럼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들이 기자실의 존재를 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님께서 한번 이들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이것은 결국 기자들에게는 기자실이 하나의 편의공간일 수 있지만 그를 제공해야 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실이 아닐까요? 나에게 편하고, 필요한 공간이니까 제공해야 하는 쪽에서 어떻게 느끼고 있든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지나친 자기중심적 생각이 아닐까요?

또 기자실에는 등록된 기자만 출입해야 한다면서 검찰을 예로 드신 것은 부적절한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검찰의 공식 브리핑이라면 그것은 이미 엠바고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비공식 브리핑이라면 굳이 기자실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그것은 기자 개개인들과 언론사의 취재역량으로 발굴해야 함이 올바른 것 아닐까요?


2) '출입기자'는 왜 필요한가라는 문제에 대해

출입기자가 일종의 준 전문가라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 말이 곧 출입기자가 아닌 비출입기자나 다른 사람들은 준 전문가가 아니다로 해석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기자들도 한 출입처를 고정불변으로 출입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그 기자가 옮긴 출입처의 준 전문가로 거듭 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이 말은 그때까지는 그 출입기자는 준 전문가가 아니라는 뜻이며, 님께서 말씀하신 비 출입기자와 차이가 없다는 뜻도 됩니다.

또 어떤 정보제공자의 수사나 표현을 해석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지속적 관계를 가져온 출입기자만 가능한 것처럼 말씀하신 것도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취재든, 조사든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사안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그런 인식력과 판별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타당한 생각이 아닐까요? 아마도 제가 일하고 있는 정치만큼 모호한 수사와 표현이 난무하는 곳도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이곳에서도 모든 사람이 그런 인식력과 판별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3) 기자는 '강자'가 아니다는 문제에 대해

기자가 '강자'가 아니다라는 님의 말씀엔 정말 동의하기 힘듭니다. 여기서 말하는 '강자'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다만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고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만해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물론 정부 중앙부처의 관료들과도 비교할 때 '강자'라고 생각하는데, 기자가 '강자'가 아니라는 말씀은 일반적 상식으론 수긍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강자'인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강자'로서 주어진 힘을 주어진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것 아닐까요? 오히려 저는 님께서 '강자'가 아니라고 강변하시기보다는 '일부 기자가 주어진 힘을 그릇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하시는 편이 좀더 진솔한 표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정보제공의 통로는 여러 곳에 있다는 문제에 대해

기자실에 들어와야만 '보도자료'를 제공받고 취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은 분명 옳습니다. 그러나 최경준 기자가 기자실에 굳이 들어가려 했던 이유가 취재에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같은 언론인데도 '기자실'을 하나의 독점적 공간으로 폐쇄화시키려는 것에 대한 항의이자, 관행깨기였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지금 네티즌들이 님의 보시기에 어쩌면 비이성적으로까지 보일 정도로 분노하는 이유에 대해 저는 '기자실'을 하나의 독점적 공간으로 폐쇄화시키려는 기존 오프라인 언론의 문제 때문이라고 보는데, 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질 않으신 것 같군요.


5) 최경준 기자의 경우의 문제에 대해서

이것도 앞서 4번 항목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최경준 기자가 기자실을 찾아간 이유가 '기자실 사용료 문제'에 대한 취재 때문이었을 수 있지만 취재도 하기 전에 우연한 상황으로 인해 기자실에서 내쫓긴 사건이 벌어지면서부터는 이것이 문제의 본질로 된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이렇게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님께서는 이 두 가지 문제, 즉 '기자실 사용료 문제'와 '기자실을 하나의 독점적 공간으로 폐쇄화시키려는 문제'가 기자의 권력화(부정적 의미의 권력화를 의미하겠죠)란 점에서 상통하는 문제라는 것을 정말 모르십니까?

저는 님의 5번 항목을 읽으면서 도리어 님께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3자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6) '기자실'에 등록해야 되는 이유라는 문제에 대해

님께서 "앞서 한 얘기와 다소 중복되는 감이 있지만서도"라며 글을 시작했듯 저도 그렇습니다. 물론 저도 님께서 기자실 폐쇄화의 이유가 일부에서 오해하듯 '기자들이 촌지 자기 몫 줄어들까봐 한 사람 더 등록시키는 걸 꺼린다'고 매도하는 것에는 별로 동의하질 않습니다. 제가 아는 기자들 중에서 촌지나 바라고 기사쓰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하지만 님의 소명글에 흐르고 있는 자기중심성과 자기폐쇄성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언론과 기자도 시장사회에서는 일종의 시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은 자기 정제능력이 있기 때문에 만약 님께서 우려하시는 것처럼 공신력이 없거나 사이비성 언론과 기자는 시장에 정착되지 못하고 퇴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우려해 '우리'가 심사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신다면 '시장은 복잡하고 믿을 수 없으니 정부인 우리가 해야 한다'고 나서는 관치경제 옹호론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 지금 오마이뉴스나 네티즌들이 기존 오프라인 언론에 대해 분노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가 님께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은 자기중심성과 자기폐쇄성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님께서는 전혀 그렇게 느끼질 않는 것 같습니다.


7) 출입기자 아닌 사람은 취재 못하나라는 문제에 대해

이미 앞서 말씀드린 것과 유사한 내용이기에 재차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다만 만약 님께서 출입기자만이 '준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네요.


8) '보도자료'나 베껴쓰는 기자들?이란 문제에 대해

저도 모든 기자를 그렇게 폄하하는 시각에는 동의하질 않습니다. 또 저 역시 보도자료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아주 기본적인 단신들 외에 단 한번도 기자들이 제가 낸 보도자료만 가지고 기사를 쓴 적이 없었다는 것은 함께 네티즌들께 해명해드릴 수도 있구요.


9) 기자라는 인간들이란 문제에 대해

분명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집단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저 또한 님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기자로서 '자존심도 세고 자부심도 강'한 것은 좋으나 이것이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과 배치될 수 없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도 네티즌이나 많은 일반 국민 사이에 기자들에게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다면 이 점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9) 끝으로 오마이뉴스에 대해서라는 문제에 대해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두 번째 기사로 올린 내용이 기사가 아니다고 결론짓듯 단정하신 것에는 동의할 수 없군요. 물론 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오점곤 기자의 해명도 없었고, 최 기자 기사 부분부분에 감정이 스며든 점도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것은 기사가 아니다'고 단정하시는 것은 무리고, 잘못 인식하기에 따라서는 일부에서는 '현직 기자니까 기사로서의 가치를 운운하면 동료 기자를 비호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요.

제가 두번째 기사에서 느낀 것은 그 자리에 없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꼈던 것처럼 기사만 보고서도 그 당시의 정황을 알게 해주는 훌륭한 현장중계성 '기사'였다는 점입니다.

어젠가 한겨레는 일제하에 조선일보가 사호 위에 일장기를 올려두기도 했다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 어디에도 당시 왜 조선일보가 그렇게 편집을 했는지 당사자인 조선일보의 해명이 실려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조선일보의 해명이 없이 나온 한겨레의 이 기사도 님의 분류법으로는 기사가 아니란 뜻입니까? 또 이 기사 곳곳에 당시 그토록 친일행각을 해놓고서도 반성하지 않고 민족지였네 내세우는 조선일보에 대한 항의의 감정이 녹아있는데, 이런 점도 님의 분류법으로는 '기사'가 아닌 셈인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결론적으로 제가 보기에 현직 기자님께서는 지금 왜 네티즌들이 이번 일을 통해 오프라인 언론과 기자들께 극도의 분노와 항의를 표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오히려 이러한 분노의 이유가 더욱 극명히 확인되는 것 같아 습쓸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물론 저도 일부 네티즌들이 감정만을 앞세워 글을 올리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그것을 이유로 지금 네티즌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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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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