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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양재동 교육문화센타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각 언론사에서 취재 온 100여명의 취재진들은 10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취재하느라 녹초가 됐다.

오후4시부터 시작된 워크숍은 발제-자유토론-분임토의(4개조)-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예정시간(밤11시)를 넘긴대다가 신기남, 장성원, 김민석 의원의 발제부터 비공개로 진행되다 보니 갖가지 해프닝이 일어났다.

철통같은 보안 속에 의원들의 세미나 장소가 통제되자 몇몇 기자들은 바로 옆 방 벽에 귀를 대고 일명 '벽치기'를 하다가 당직자들에게 쫒겨 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으며, 일부 기자들은 세미나 장소와 근접한 장소를 찾아 엿듣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나마 '벽치기'는 애교였다. 의원 분임토의 시간에 아무개 언론사의 것으로 보이는 녹음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전용학 대변인은 "녹음기가 화분 위에 숨겨있는 것을 한 당직자가 발견했다"면서 "이는 대변인실과 기자들과의 신뢰 문제이고 차후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민주당 의원 토론회의 중요성을 감안했는지 오후 7시가 지나자 일부 언론사에서는 한나라당 출입기자들까지 지원을 나와 눈길을 끌었다. 많은 수의 기자를 파견한 언론사들은 분임토의 시간에 각 조별 담당자를 붙여 밀착 마크를 시키는 등 '철통 보도'에 만전을 기했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은 토론 시간이 길어지자 가끔 세미나실 밖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안쪽 상황을 설명하거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정대철 최고위원은 자유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질 무렵, 기자들과 만나 3층 중앙홀에서 즉석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대철 의원은 또 민주당 대변실에서 내놓은 간식과 음료(맥주)를 가운데 벌여놓고 기자들과 흉금 없는 얘기를 나눴다.

정 의원은 "맥주는 음료"라며 기자들에게 권했다. 정 의원은 "의원들 상호간에 기탄없는 얘기를 했다"면서도 "여권의 인적·제도적 쇄신은 물론이고 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뭐니뭐니 해도 김민석 의원이었다. 김의원의 발제 내용은 소장파 그룹은 물론이고 동교동계 인사들조차도 충격을 받았다.

김의원은 이번 초재선 의원들의 성명발표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386그룹의 리더격으로 개혁성향으로 분류돼왔기 때문에, 발제 내용이 서명파 지지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의원의 발제내용은 예상을 완전히 뛰어 넘은 것이었으며 김의원 발제가 끝나자 장내에서 박수가 가장 크게 나왔고, 소장파 측은 한마디로 허를 찔렸다.

같은 386세대 출신 정치인으로서 평소에도 김의원과 가깝게 지내던 임종석 의원은 김의원의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공격적인 발제문에 대해 "깜짝 놀랐다"면서 "소장파는 물론이고 동교동계 의원들까지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제 김 의원은 소장파 의원들과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범동교동계 의원들은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환영' 일색이어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동교동계의 최재승 의원은 "게티즈버그 연설이후 최고의 명연설"이라고 말했고, 김방림 의원은 발제를 마친 김 의원을 와락 끌어안으며 "잘했어"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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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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