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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월17일자 기사에 대해 덕성여대, 숭실대를 비롯한 사립학교 학생 및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다. 덕성여대 총학생회와 숭실대 총학생회의 '동아일보 기사에 대한 입장'과 이들 학내분규의 전말을 소개한다. 동아일보의 기사처럼 이 두개 사학의 분규가 단지 일부 극렬 학생들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덕성여대 "일부 극렬학생이라고? 과반수가 일부인가?"

▲덕성여대 문제는 박원국 씨를 비롯한 재단측의 비상식적 학사개입과 파행인사가 사태의 발단이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10년이상 지속된 덕성여대 문제를 일부 극렬학생의 문제로 볼 수 있나. 동아일보의 기사는 학교측의 논리와 전혀 다를게 없다. 우리학교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교육부가 나서야 하는 데 교육부는 총장실을 점거하고, 수업거부를 하지 않으면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김나영 총학생회장(정치학과 97)은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쓴 기사가 아니다"라며 "담당기자에게 항의메일을 보내고 동아일보 불매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득(국문과 96) 양은 "동아일보 기자가 취재하면서 '어려운 것 없냐'는 등 호의적으로 취재했기 때문에 그런 기사가 나올 줄 몰랐다"며 "인터뷰에 응했던 학생들은 동아일보의 편파적 기사를 보고 분노했다"고 전했다.

또 교수협의회 소속 성낙돈 교수도 "덕성여대 재단측이 지난 1월 SBS 송도균 사장과 중앙일보 금창태 당시 사장을 재단이사로 끌어들이려다가 학생, 교수들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다"며 "보수언론에 사학재단쪽으로 유리한 기사를 실어 사학법을 개정하려는 국회, 청와대를 압박하자는 사학재단측의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성교수는 또 "동아일보의 편파보도와 관련, 사립학교법개정 국민운동본부와 덕성여대 사태 공투위에서 정식으로 문제제기 하겠다"고 전했다.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어버린 덕성여대 사태. 덕성여대가 파행을 거듭하게 된 이유를 따질 때는 "일부 과격학생들의 극렬개입"보다는 '박원국 씨의 거듭된 전횡'을 꼽는 게 순서다. 실제 학생들의 집회와 의사결정에는 '일부 과격학생'이 아닌 '다수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덕성여대 사태의 전말]90년부터 시작된 덕성여대 학내분규는 민주적 교수 재임용 탈락, 전횡, 학사운영 과도한 개입 등의 혐의로 97년 교육부로부터 해임됐던 박원국 재단이사장이 2001년 학교로 복귀하면서 재발됐다. 1월19일 대법원은 박원국 전이사장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박원국 전이사장의 학교복귀 토대를 만들어줬다.

학생들은 박이사장이 재단에 복귀하자마자 측근인 권순경 교수를 총장으로 임명했으며 교수재임용 과정에서도 친재단 교수들을 중심으로 재임용, 승진조치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1명에 대해서는 이사회 차원에서 징계논의를 진행하는 등 학교운영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3월29일부터 총장실이 있는 행정동을 점거, 학교와 재단측의 비민주적 운영 및 박원국 구 재단이사장의 복귀에 대한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나영 총학생회장(정치학과 97학번)은 "수차례에 걸쳐 학교측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무시해 왔다"며 행정동 점거 이유를 밝혔다. 또 학생들은 지난 4월초 두차례에 걸쳐 2000명 가량의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개최했으며, 지난 16일과 17일 양일간 수업거부에 대한 총투표를 실시해 오늘부터 수업거부에 돌입한 상태다.

3월29일 학생들의 행정동 점거시 학교측은 사설경호업체 요원 10여명을 동원, 학생들에게 옷걸이를 휘두르는 등 폭력을 방조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 행정동을 점거하면서 학생들이 들어낸 사무용품. 학생들은 "당시 학교측에서 사설경호업체 요원들을 동원해 폭력을 휘둘렀다"고 증언한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또 학생들은 "권순경 총장직무대리가 수업거부 투표 둘째날인 16일 교직원, 학생, 교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학생들이 (수업거부를 위해)책걸상을 들어내는 것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막아야 하고, 이로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모든 일은 대학당국이 책임지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덕성여대의 한 학교측 관계자는 "동아일보의 보도는 비교적 객관적이었다"면서 "학교측이 학생들과 대화를 안한 것이 아니라 근거를 갖고 논리를 펴도 학생들은 자신들의 논리에 맞춰 결론을 내왔기 때문에 대화가 안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앞으로 덕성여대 사태 해결을 위해 재단퇴진과 교수재임용 철회를 제외한 학생들의 요구는 받아들일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숭실대 "총장은 위협당한 게 아니라 공권력을 동원, 우리를 위협했다"

"11일엔 숭실대 어윤배 총장이 퇴진을 요구하는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노조관계자 등 600여명에게 퇴근을 저지당해 14시간 동안 학내에 감금되기도 했다. 지난달 학생들이 총장실 집기를 모두 들어내 교내 한경직 기념관 2층 임시사무실로 출근해 온 어총장은 이날 퇴근하려다 "퇴진을 약속할 때까지 보내줄 수 없다"는 학생들에 의해 저지당했다.(동아일보)"

ⓒ 오마이뉴스 김영균
"이번 학내 분규가 대부분 학내구성원의 합의하에 매우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던 것임에도 동아일보는 마치 일부 과격 학생들이 총장실 점거 등의 비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학사행정에 간섭하려는 것처럼 보도했다."

숭실대 공대학생회장 신승재(25) 씨는 "동아일보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는 당시 총장을 위해 침대까지 제공하는 등 최대한의 예의를 다했지만,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을 무시한 채 병을 가장해 빠져나갔다"고 반박했다.

교수협의회 실무대표인 우춘식 교수도 "총장 선임문제는 대학의 민주적 운영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합법절차를 무시한 어윤배 총장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투쟁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교수는 11일 총장 감금 기사에 대해 "총장은 위협당한 것이 아니라 공권력을 동원해 오히려 우리를 위협했다"고 분개했다.

숭실대 총학생회는 "동아일보는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전화통화만으로 짧게 취재했기 때문에 총학생회장의 이름도 김영수가 아닌 김용수도 잘못 보도됐을 정도다"라며 "학내사태의 본질을 잘못 전달한 동아일보에 대해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에서 항의서한이나 메일을 보내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숭실대 학내분규 사태의 전말] 총장 선임을 둘러싼 숭실대 분규는 지난해로 4년 임기를 마치는 어윤배 총장이 이사회로부터 다시 총장으로 선임되면서 시작됐다. 어윤배 총장은 4년전 취임 당시 ▲연임을 하지 않을 것 ▲임기중 총장 임무수행평가를 받을 것 등을 약속했던 상태였다.

이 때문에 숭실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지난해 9월부터 '총장추천협의회'를 구성, 새로운 총장후보 2명을 이사회에 추천했으나 어윤배 총장은 애초의 약속을 어기고 연임을 시도했고, 이사회는 "어윤배 총장만큼 유능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후보를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숭실대 교수협의회 김홍진 회장은 어총장의 임기중 교수협의회가 2차례에 걸쳐 전체교수를 대상으로 총장임무수행평가를 시행한 결과 어총장이 2번 모두 전체 교수의 85%로부터 총장 임무수행 능력부족을 지적받았다고 밝혔다.

학생들 역시 3월말 실시된 어총장 연임반대 동맹휴업의 찬반투표에서 88.63%가 찬성하면서 4월초부터 동맹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은 "어윤배 총장과 재단이사장인 곽선희 목사가 30년지기 이기 때문에 총장임명이 파행적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대학생회장 신승재 씨는 "어총장이 현재의 한경직 기념관을 설립하면서, 재단 기부금으로 지어야 할 건물에 학생들의 등록금 120억원을 쓰고도 채워 넣지 않고 있으며, 도서관에 금이 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도서관 미디어실, 기독교 테마파크 건립 등 보여주기식 사업만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김홍진 교수협의회 회장도 "구성원들의 합의없는 중소기업센터 건립은 학교 운영의 독단적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단이사회는 어총장이 숭실대의 벤처중소기업 연구와 산학협동의 기반을 확립하는데 기여했고 8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적립함으로써 대학발전의 재정자립기반을 만들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어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숭실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윤배 총장의 개혁추진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일부 교수·직원들이 학생들을 사주하여 개혁을 좌절시킴으로써 학교의 운영권을 장악하려는데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숭실대학신문>이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60.9%가 총장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수들 또한 전체 보직교수 45명 중 34명이 "어윤배 총장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며 보직을 거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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