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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도 상해에서 한국가수들의 공연이 풍성한 해였다. 최근의 '한류(韓流)' 영향으로 중국이 특히 주목(?)을 많이 받은 탓도 있을 것이다.

23일 안재욱의 콘서트는 지난 8월 31일 '한류 콘서트'의 실패를 딛고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기대했다.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으로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안재욱이기에 기대도 많이 되었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에이맥정보통신과 중국 상해의 K&C가 주최, 중국 기획사는 중국상해연출공사 한국은 한기획이 했다가 중간에 'CREA ZONE'이라는 곳으로 바뀌었다.

공연장에 도착후, 공연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암표상'을 먼저 찾았다. 이곳의 암표는 일반화되어 있다. 공연장소에 대량의 티켓을 선물하는 데, 이 티켓에 초대권 도장을 안 찍는 것이 보통이다. 공연 10분후였다. 600元짜리 티켓 1장에 300元. 기대치만큼은 아니지만 실망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체육관 정문으로 갈수록 암표상들이 모여들었고 가격은 결국 10元까지 떨어졌다. '또'라는 생각이 들었고, 걱정스러운 마음까지 생겼다. 하지만,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수용인원 6만5천 명 정도인 팔만인 체육관은 어두웠지만 지난번 '한류 콘서트'의 관객보다는 3배 정도 많은 약 1만5천 명 정도가 입장했다. 참고로 일간스포츠에는 4만으로 보도했다.

물론 '실패'였지만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나은 '실패'였다.
공연 시작 1시간후, 먼저 체육관을 나와 또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예상대로 암표상들이 남은 표를 팔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600元짜리 티켓이 5元이 되었다. 모두 초대장이 아닌 정상 티켓. 이렇게 많은 티켓이 어떻게 암표상들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는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다음날 중국 신문과 인터넷을 뒤지며 안재욱 콘서트 평가에 대한 기사를 찾았다. 어디에도 기사가 없었다. 며칠후 11월 28일자로 나온 '上海星期三'에서 안재욱의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재욱 콘서트 기사는 아니고 올 한해동안 상해에서 열린 대형 콘서트에 대한 평가 기사였다. 이 신문에 실린 '한류 콘서트'와 '안재욱 콘서트'관련 기사를 몇 구절 번역해 본다.

(※신문에는 많은 비평이 실렸고, 한국 가수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님. 지면사정상 한국 관련부분을 발췌 번역합니다. 독자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2001년 상해에서 열린 콘서트의 가수별 인기지수

공연시간 ---공연장소------가수 --------- 인기지수
3월 31일-- 上海體育場--王力宏 伍佰 羽·泉 ---- 4
7월 28일-- 上海體育場-- 謝霆鋒------------- 6
8월 18일-- 虹口體育場-- 張信哲------------- 9
8월 24일-- 上海大舞臺-- 田震 -------------- 7
8월 31일-- 上海體育場-- 한류콘서트--------- 3
9월 14일-- 上海體育場-- 蕭亞軒------------- 5
9월 22일-- 虹口體育場-- 王菲--------------- 9
11월 9일-- 上海大舞臺-- 덴마크 M.L.T.R. ----- 8
11월 10일- 上海體育場-- 劉德華------------- 9
11월 23일- 上海體育場-- 안재욱 ------------- 2
11월 24일- 上海大舞臺 해적음반퇴치 합동공연 - 6
<출처>上海星期三 2001/11/28


위의 표와 같이 올해 최악의 콘서트는 '안재욱 콘서트'와 '한류콘서트'였다. 신문은 '샴푸광고와 TV드라마를 찍을 안재욱이 아직도 중국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라고 혹평했다.

암표상들의 활동에 대해서 신문은 王菲는 공연 10분후 480元짜리가 600元에, 張信哲은 공연전 380元짜리가 500元에, 劉德華는 15분후 800元짜리가 1000元에 판매된 반면, '한류콘서트'는 10분후 장내표가 10元에, 안재욱 콘서트는 공연전 600元짜리가 10元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韓流'에 대해서도 "중국 연예기자들이 대체로 '한류는 사기'라고 평가한다"라는 강한 혹평을 했다. 또 "한류는 서방과 일본의 문화를 흉내낸 것에 불과해 2, 3년이 고작"이며, "한류를 좇는 상해사람은 3000명에 불과하다. 그 대다수가 14, 15세의 청소년, 안재욱 콘서트의 티켓 판매량은 2000장을 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실제로도 이 정도밖에 안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왜 이러한 기사들이 실리는 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공연이 성공했다면, 이와는 반대의 기사가 실려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MP3플레이어 업체인 에이맥정보통신의 관계자를 만나 공연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보고 아래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2번의 공연 모두 닥쳐야 해결하는 쪽이었다. '급하니 우선 하자'라는 생각이 많은 적자를 낸 것이다. 또 공연날짜를 여러번 바꾼 것도 준비기간이 모자란 탓이다.

둘째, 중국측 기획사의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중국회사는 지난번 '한류 콘서트'와 같은 기획사였다. 그래서 같은 방법으로 모든 공연을 기획했기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공연장소·홍보 등 중국에서 벌어지는 업무에 대해서는 중국측 기획사가 책임져야 했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피하기 바빴다.

셋째, 계약서의 검증이 필요하다. 중국측 기획사인 중국 상해 연출공사는 계약서상에 기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연준비가 아닌 팔짱끼고 관전에만 열중했다.

넷째, 마케팅의 실패였다. 안재욱 공연이 열린다는 사실을 많은 상해사람들은 전혀 몰랐다. 11월 10일 열린 심천의 경우는 틀리다. 버스 홍보, 매체 홍보, 포스터 홍보 등 같은 비용으로 훨씬 큰 효과를 거둔 것이다.

다섯째, 장소 선정. 지난번 '한류 콘서트' 실패를 거울삼아 실내에서 약 2만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면 적당했을 것이다.

여섯째, 티켓 가격에도 문제가 있었다. 공연 가수의 인지도와 상해사람들의 관람가능한 연령층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한달 평균 700원을 버는 이곳사람들의 구매능력을 전혀 무시한 주먹구구식 계산이었다.

현재 안재욱은 상해에서 TV 드라마 '아파트'를 악 3개월간 찍을 예정이다. '寒流'를 다시 '韓流'로 바꾸기 위해서 라도 그의 '量'이 아닌 '質'로서의 승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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