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과 캐나다를 순방 중인 이상훈(68) 재향군인회장이 28일(현지 시간) "우익세력 중에도 극우반동반통일세력이 있다"며 일부 우익세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주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이 회장은 또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보는 시각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며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던졌다.

28일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한 이 회장은 현지 지회 임원들과의 만찬 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단정적인 어조로 "재향군인회의 정체성은 온건보수세력"이라고 규정짓고 "말로는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통일을 저해하는 세력들이 있다. 재향군인회는 이같은 극우반동반통일세력과는 다르다"고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사회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김정일 답방 반대운동에 대해 "우리(재향군인회)는 김정일 답방을 반대해서는 안되고 그가 와서 통일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함은 물론 우리에게 필요한 얘기(국군포로 송환 등)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답방 오기도 전에 KAL기 폭파, 아웅산 사건 등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오지 말라는 소리이고 남북대화 그만 하자는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작년 10월 5일 향군회관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김정일 한국방문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 결성대회'가 이 회장의 막판 대관 불가 결정으로 옥외에서 열린 것과 관련,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향군회관 강당에서 모임을 하면 우리(재향군인회)도 그들(극우반통일세력)과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했을 것"이라며 "재향군인회 같은 온건 보수세력이 극우반통일 세력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어 "재향군인회는 안보 단체로서의 목소리를 내겠지만, 정부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는 않겠다. 온건보수세력은 정부에 협조할 건 협조하고 목소리를 내야할 때는 서슴지 않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회장은 그러나 "남남 갈등을 유발할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실제로 정부 내에도 반대 의견이 더 많아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8일 이한동 국무총리가 국회 답변을 통해 "반통일 세력이 있다면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에 동조하지 않는 일부 친북세력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는데, "우익중에도 반통일세력"이 있다는 이 회장의 발언은 이 총리의 그것과 묘한 대칭을 이뤘다.

이 회장은 토론토 방문에 앞서 한국전쟁 종전 48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에 머물렀는데, "25일 오후(현지 시간)에는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면담 내용에 대해 "아미티지는 '미국이 한국의 의견을 많이 청취한 후 북한과 접촉하겠다. 대북 정책에서 한국과 공동 보조를 맞춰가겠다'고 말했다"면서 "아미티지는 우리 정부의 햇볕 정책을 완전히 지지하는 쪽으로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을 통해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온건책으로 선회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나,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대북 온건노선을 담은 '페리 보고서'에 대응해 1999년 2월 공화당의 입장을 담은 '대북 포괄접근 보고서(일명 아미티지 보고서)'의 작성자가 과거에 비해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당시 "북한이 대화에 불응할 경우 대북 억제-봉쇄 정책을 취하고, 필요한 경우 북한 핵시설 등에 대한 사전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콜린 파월 현 국무장관에 비해 강경한 대북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국무부의 정, 부장관이 최근 잇달아 대북 온건 노선을 표명함에 따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MD 정책의 추진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아 북한을 압박하는 국방부 '매파'(럼즈펠드 장관-월포위츠 부장관)와 상대적으로 유연한 국무부 '비둘기파'(파월 장관-아미티지 부장관)의 이견과 미묘한 갈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덧붙이는 글 | 충북 청원 출신인 이 회장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육사 11기 동기생. 이 회장은 5,6공 핵심세력들의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육군 32사단장, 3군단장, 합참본부장을 거쳐 1986년에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지냈다.

예편(육군대장)후 5,6공 정권 이양기에는 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1986-88)을 맡았고, 6공 초기 약 2년간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잠시 맡았으나 김영삼 정부 출범 후 국방 장관 재임시의 율곡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돼 검찰(93,95년)에 두 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작년 4월 장태완 전 회장이 민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진출하면서 공석이 된 재향군인회장 선거에 출마,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제29대 재향군인회장에 선출됐다. 30일 밴쿠버에 도착한 이 회장은 내달 5일 귀국할 예정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