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한미군이 기지내 골프장에 한국인을 출입시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미군 기지 내부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val1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가 최근 확인한 대구 남구 소재 미20지원단 '캠프워커' 기지의 '한국인 골프회원 현황 기록'은 A4용지 24장 분량. 이 문서에는 캠프워커에 출입하는 한국인 골프회원(일명 Honorary Membership)들이 지난 99년 11월부터 2000년 7월까지 9개월간 기지 내 식당(Club)을 이용한 실적이 영문으로 빽빽히 기록돼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9개월간 캠프워커를 출입한 한국인 골프회원은 모두 438명이며 이들이 기지 내부 식당에 지출한 돈은 약 4억4235만원에 달한다. 이 금액은 세금 없이 고스란히 미군의 수입이 된다.

또한 438명이라는 골프회원의 숫자는 미군부대에 출입하는 한국인의 수를 미군 전체 수의 3%로 제한하자는 소파관련 한미간 합의사항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문서에 기록된 한국인 골프회원의 대부분은 전·현직 병원장, 전직 대학 총장 및 현직 교수, 지역 유명 중견기업 대표 등 지역 유력 인사들로서 결국 '지역 유지'들이 앞장서서 미군의 '장삿속'을 채워주고 있다.


캠프워커 골프회원 문서에는 무엇이 담겨있나

val1
대구 남구 소재 캠프워커 미군기지 내에 출입하는 한국인 골프회원의 명단과 이들이 9개월간 식당(club)에서 지불한 금액이 적힌 미군 내부 문서. (좌측 여백은 이름이 적힌 부분으로 가렸음.) ⓒ 오마이뉴스


캠프워커 기지 내부 문서에는 99년 11월부터 2000년 7월까지 기지에 출입한 한국인 골프회원 438명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매달 식당을 이용한 횟수, 지불한 금액(달러)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회원번호 158번 이아무개 씨의 경우에는 9개월간 총 173차례 기지 내 식당을 이용했고, 지출 비용은 6017달러에 달한다. 회원번호 2번 장아무개 씨는 같은 기간동안 212차례나 식당을 이용하면서 총 3603달러를 지불했다.

438명 전체가 9개월간 기지내 식당에 지출한 금액은 총 38만4654달러로서 당시 평균 환율인 1달러당 1150원으로 계산할 때 4억4235만원에 달한다. 캠프워커에 출입하는 한국인 골프회원들은 9개월간 '밥값으로만' 약 4억5000만원을 미군 기지 측에 지출한 셈이다.

이 문서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미군기지를 이용하는 한국인의 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두번째로 무관세로 미군의 수입으로 고스란히 빠지고 있는 외화의 규모를 짐작 할 수 있다는 점이다.


9개월간 438명, 미군 기지 식당에서만 4억5천 지출

이 문서에 나타난 438명이라는 한국인 골프회원 출입자 수는 지금까지 한국정부와 미군관련 시민단체가 제기해왔던 '내국인의 미군기지 출입제한' 요구를 무색하게 할 수준이다.

외교통상부 소파담당 관계자는 "별도의 골프회원 수 제한과 미군부대를 출입하는 한국인 제한 규정은 소파 협정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그 수를 기지 내 미군 정원의 3%로 제한한다는 것이 소파협정 관련 한미간 합의사항"이라고 말했다.

val1
캠프워커 미군 측은 매년 11월 골프회원 갱신 검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식당에서 비용을 지불한 골프회원들이 이용액수를 직접 기입하도록 별도의 장부(Checklist for Club Usages)를 마련해 이용하고 있다. 사진은 이 장부. ⓒ 오마이뉴스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전체 숫자인 3만5000명∼4만명의 3%는 약 1100여명이다. 대구 캠프워커 한곳에서 확인된 438명이라는 한국인 골프회원 출입 숫자는 미군 기지 전체에 출입 가능한 한국인 숫자의 약 40%에 달한다.

이에 대해 외통부 관계자는 "미군측에서는 한국인 전체 이용자가 3%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대구지역이 유독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골프장을 이용하는 골프회원들은 고정적으로 연회비, 골프장 이용비(일명 Green fee) 등으로 일정액을 지불하고 있다. 캠프워커 골프장(9홀)을 이용하는 골프회원은 Bronze(브론즈, 최저등급), Silver(실버, 중간등급), Gold(골드, 최고등급)으로 차등화 돼있다. 각 등급에 따른 연회비는 년 400달러, 1600달러, 2000달러다.

이번에 확인된 캠프워커 골프회원 438명을 각 등급간 비율 5(브론즈):3(실버):2(골드)로 계산하면 총 연회비는 47만3200달러, 원화로 5억4418만원(1달러당 1150원 계산)에 달한다. 5:3:2라는 비율은 정확한 캠프워커 회원 비율이 아닌 통상적인 미군기지 골프회원의 등급 비율이다. 또한 캠프워커 골프장은 9홀 이용시 매회 1인당 적게는 10달러에서 많게는 20달러까지 징수하고 있다.

결국 이번에 확인된 '캠프워커 문서'로 추정할 수 있는 한국인의 미군기지내 지출 비용의 규모는 명기된 식당 이용비 4억5000만원을 포함해 연회비, 그린피, 각종 기부금까지 최소 10억은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이 소득에 대해서는 소파협정 13조 '비세출자금기관' 규정에 의해 아무런 세금부과가 없다.


최소 10억..."미군과 지역유지간의 밀월"

'캠프워커 문서'에 적힌 한국인 골프회원의 대부분은 전·현직 병원장, 지역 유명 유통업체와 건설업체 등 중견기업 대표, 전직 대학 총장 및 현직 교수로서 소위 '지역 유력 인사들'이다.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임찬경 공동의장은 "전국 90여개 주한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의 유지들과 미군간에는 친선이라는 명목으로 밀월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각종 기부금과 시설 이용금액이 고스란히 미군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남구 캠프워커 기지의 골프회원들에 대한 실적과 명단이 '유출'됐다는 소문이 나돌자 최근 골프회원들은 택시를 이용해 미군기지에 출입하는 등 촌극이 연출되고 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