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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자의 신분으로 태어나 뛰어난 의술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제 몸처럼 아꼈고, 제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위험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 조선시대 최고의 의서 <동의보감>을 남겨 후대에까지 그 이름을 떨친 사람.

「조선사람 허준」의 지은이 신동원은 허준에 대해 알려진 이런 사실들이 대부분 후대에 조작된 거짓이라고 말하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진짜 허준의 모습을 재구성한다.

소설과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수 많은 독자들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허준'. 그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이 동양의학으로 쏠렸고 한의원과 약재시장에는 찾아드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다.

물론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은 드라마 속 허준의 신묘한 의술행위가 현실에서도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허준의 처방을 그대로 내려달라고 억지를 부리는가 하면 치료가 더딘 경우에는 '왜 허준처럼 빨리 치료하지 못하느냐'고 항의하는가 하면 젊은 한의사들에게는 허준처럼 스승에게 가서 더 배우고 수련하고 오라며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는 풍문이다.

의약분업 시행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던 때였으니 허준의 모습은 이 시대에 필요한 의사의 표본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 그뿐인가? 신분의 불리함을 딛고 어의의 자리에 오른 인간 승리는 IMF 이후 새로운 영웅을 갈구했던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만족시켜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머리 속에 각인된 허준의 모습이 대부분 상상에 의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 먼저 우리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알려져 있는 시체 해부에 대해서 살펴보자.

전설과 현대적 상상력이 만든 허구

소설과 드라마에서는 반위로 죽은 스승 유의태의 유지를 받들어 그의 몸을 가르고 살피는 것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허준에 대한 어떠한 기록에서도 해부했다는 기록은 나타나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그려진 해부도 역시 중국 의서의 것을 가져다 베껴놓았을 뿐 허준의 연구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인체 해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부의 주인공은 허준이 아니라 허준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의원 전윤형이었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길가에 버려진 시체 3구를 해부하고 의학적인 지식이 넓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선시대의 해부에 대한 이해는 서양 근대 의학의 해부와는 성격이 달랐다. 조선의 해부는 각 기관에 실체를 부여하고 기관 사이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몸 안에서 기의 통로가 어떻게 비롯되며 어떻게 생리작용과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동의보감>에 서술된 심장에 대한 설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기에는 심장의 구멍과 털의 개수에 따라 사람의 성품이 달라진다고 되어 있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허준에 대한 새로운 평가 제시

「조선사람 허준」은 부족하지만 그 동안 알려진 자료와 최근에 발굴된 자료, 연구 성과등을 바탕으로 허구적으로 구성된 허준이 아닌 역사적 인물로서의 진짜 허준의 생애와 의술, 학문에 대한 복원을 시도한다.

조선의학사의 관점에서 이전의 조선의학을 모두 뒤집고 새로운 전범을 제시했으며, 양생의 전통과 의학의 전통을 종합해 중국에서도 30여 차례 출간될 정도로 동아시아 의학사에 기여했음을 밝히며, 조선사회에 만연했던 두창과 성홍열, 티푸스 등과 같은 전염병 연구에 몰두해 세계 질병사에 기여했던 점 등을 중심으로 살핀다.

또 방대한 자료인 <동의보감>의 역사적 가치를 해명해 올바른 평가의 기준을 세우려 애썼으며, 그 동안 거의 연구되지 않았던 허준의 나머지 저서 6종에 대한 연구·분석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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